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겨울 염소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52 추천 수 0 2020.03.06 23:07:14
.........

l_2018120601000561900045711.jpg
들판에 보이던 염소가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아기를 가져 배가 남산이 된 염소, 귀염둥이를 데리고 다니는 염소, 맴맴 돌다가 목줄에 감긴 염소, 우두커니 먼산바라기를 하는 수행자 염소, 뺀질뺀질한 양아치 염소, 안 가겠다고 삐대고(버티고) 앉은 떼쟁이 염소, 입삭낭구(잎사귀)를 죄다 뜯어먹고 배터지기 직전의 부잣집 염소, 졸다가 경운기 소리에 자망해서 뒤로 나자빠진 염소. 뿔자랑을 하며 깔짝깔짝 싸움을 거는 염소. 세상 뭐 있어, 디룩디룩 살찐 염소, 멀뚱멀뚱 똥개를 쳐다보는 염소, 부잡스러운 염소, 시부렁거리는 염소, 암컷을 쫓아댕기는 염소, 명주 솜털만큼 보드랍고 얌전하니 시말스러운 염소. 흑사탕처럼 검은 똥을 뻐르적뻐르적 싸놓은 염소…. 갑자기 하얗고 검은 염소들이 보고 싶어라.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하나.
김성동의 소설 <염소>는 여덟 달을 살다간 흑염소 빼빼의 이야기. 노랑내 난다고 소금을 한 주먹 집어먹게 한 뒤 칼잡이는 빼빼에게 덤벼들고, 순간 빼빼는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린다. 충남 보령 솔미마을. 입만 열면 “떠야지, 떠야 혀”라고 말하는 주민들 속에서 어디론가 떠나고팠던 빼빼. “편지해!”라는 청삽살이의 배웅을 받으며 장으로 끌려갔다. 중간 상인을 들이받고 잠시 자유를 얻기도 했다.
“내가 사람의 손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움직였을 때, 나는 이미 힘없이 끌려만 다니던 어제의 염소가 아니라는 것을….”
빨강 에나멜 구두나 또각거리는 도심에선 볼 수 없는 염소를 만나러 북인도나 중동땅에 가고는 했다. 파키스탄에선 염소가 사람만큼 흔하다. 염소들이 맞아준 검은 밤엔 로티빵을 씹으며 염소젖을 먹어보기도 했다.
눈앞에서 사라지자 문득 보고 싶은 무엇들이 생기질 않던가. 하지만 다시 봄이 되어도 보기 싫은 얼굴들이 있다. 옥에 갇힌 적폐의 얼굴들. 그들을 누구 맘대로 석방 운운인가. 잠시 한뎃바람을 피하자는 겨울 염소도 아니고 말이다. 염소는 악마의 얼굴을 닮았다지만 진짜는 다른 데 있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8.12.05


댓글 '1'

나무

2020.03.07 07:51:05

염소는 진짜 짤까? 소금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25 김남준 신자는 사랑의 사람입니다. 김남준 2020-03-31 48
11024 김남준 양보할 수 없는 사명 김남준 2020-03-31 55
11023 김남준 교회 공동체 안에서 김남준 2020-03-31 69
11022 김남준 공동체와 함께 김남준 2020-03-31 41
11021 김남준 끝까지 사랑 김남준 2020-03-31 53
11020 김남준 교통적 사랑 김남준 2020-03-31 39
11019 김남준 보이는 교회가 어려움을 당할 때 김남준 2020-03-31 58
11018 임의진 [시골편지]성냥불 file 임의진 2020-03-30 31
11017 임의진 [시골편지] 북한 여행 회화 file 임의진 2020-03-29 48
11016 임의진 [시골편지] 개그맨 file 임의진 2020-03-28 47
11015 임의진 [시골편지] 실업자 file [1] 임의진 2020-03-25 36
11014 임의진 [시골편지] 마음의 크기 file 임의진 2020-03-24 54
11013 임의진 [시골편지] 흉가 file 임의진 2020-03-22 22
11012 임의진 [시골편지] 교회 없는 마을 file 임의진 2020-03-20 61
11011 김남준 고난의 흔적 김남준 2020-03-20 117
11010 김남준 예수의 흔적 김남준 2020-03-20 98
11009 김남준 공동생활을 통하여 얻는 유익 김남준 2020-03-20 50
11008 김남준 공동체적 지평 김남준 2020-03-20 30
11007 김남준 공동체적 구원 김남준 2020-03-20 32
11006 김남준 사랑의 질서 아래 김남준 2020-03-20 43
11005 김남준 하나님 나라의 질서 김남준 2020-03-20 54
11004 김남준 교회의 고통은 김남준 2020-03-20 54
11003 임의진 [시골편지] 전기장판 file [1] 임의진 2020-03-19 54
11002 임의진 [시골편지] 짜라빠빠 file 임의진 2020-03-18 31
11001 임의진 [시골편지] 세 가지 자랑 file [1] 임의진 2020-03-17 37
11000 임의진 [시골편지] 공기청정기 file [1] 임의진 2020-03-16 41
10999 김남준 사랑의 일치를 위해 부름받은 공동체 김남준 2020-03-15 37
10998 김남준 밤하늘에 떠 있는 별 김남준 2020-03-15 61
10997 김남준 하나님에 관한 지식은 김남준 2020-03-15 47
10996 김남준 허물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김남준 2020-03-15 42
10995 임의진 [시골편지] 그리운 사람의 별명 file 임의진 2020-03-14 39
10994 임의진 [시골편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file 임의진 2020-03-13 26
10993 임의진 [시골편지] 오십대 file [1] 임의진 2020-03-12 73
10992 임의진 [시골편지] 근사한 유리창 file [1] 임의진 2020-03-11 40
10991 임의진 [시골편지] 수고한 이들에게 file [1] 임의진 2020-03-10 5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