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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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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30. 어떻게 살아온 삶인데
톱을 빌릴 일이 있어 이운근씨 네를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이운근씨의 아버지 이 한조 할아버지가 밭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인이 그래도 지팡이를 짚고 밭에 나와 메마른 땅을 파 나가며 씨를 놓고 있었습니다.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리자 층층골로 가보라고, 거기 가면 며느리가 일하고 있을 거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층층골은 마을에서 뚝 떨어진 골짜기입니다. 혼자 오르면 서늘한 마음이 드는 으슥한 골짜기입니다.
한참 층층골을 오르다 보니 저 앞 논에서 이 운근씨의 부인이 논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한 논과 밭이 다 묵는 터에 그 깊은 골짜기에 모를 심고는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도 안 묵히고 모를 심었네요.” 정말 대단하다는 마음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네, 아버님이 살아 계시는 한은 계속 심을 거예요. 어렵게 농사져서 마련한 땅이라 그런지 애착이 많으셔요. 묵히질 못하게 하시고 애 아빠도 아버님 계신 한은 계속 농사를 지으려 하고 그래요.”
어떻게 마련한 땅인데 그 땅을 놀릴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오지 않는 골짜기이지만, 이따금씩 산돼지가 내려와 모조리 휘집어 놓는 층층논이지만 어떻게 살아온 삶인데 그 땅을 놀리겠습니까. 할아버지의 고집이 괜히 고맙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이운근씨 내외의 모습이 퍽이나 미더웠습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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