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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맨발의 톨스토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63 추천 수 0 2017.12.05 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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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나 남미를 찾을 때 발가락이 튀어나오는 샌들을 챙기는데 추운 지방 러시아나 북유럽을 갈 때는 두꺼운 양말 뭉치와 야물게 기워진 등산화를 꼭 신어야 한다. 차가운 대지를 걷다온 기념으로 선곡음반 <러시아여행>을 펴내기도.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오던 라라의 테마곡을 가운데 살짝 집어넣었지. 작년엔 지바고 역의 배우 오마 샤리프가 세상을 떠났는데, 여름에도 눈이 내릴 거 같은 그 곡을 들으면서 추모하였지. 한번은 모스크바 근교 톨스토이 무덤 동네에 기차를 타고 갔다. 문득 화가 일리야 레핀 그림 속 맨발의 톨스토이처럼 맨발이 되고 싶었어.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자작나무숲을 조금 걸었다. 신발 뒤축에 끌려 다니던 문명을 떨쳐버리니 후련하기조차 하더라. 파란 지붕의 생가를 지나 마부의 집엔 밀짚이 얹혀 있고 야트막한 꽃길 끝 소박한 무덤을 보았다. 묘비도 없고 어떤 기념상도 없이 초라하기까지 한 소설가의 무덤.

어떤 사람이 구구절절 고달픈 생의 해답을 구하자 수도승은 이렇게 답했단다. “결국 사람은 다 죽어요. 우리는 죽습니다. 그때까지 견뎌야죠.”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 원수를 어떻게 처단해야 할지 묻자, “결국 그 원수도 죽어요. 그리고 당신도 죽습니다. 그때까지 참아야죠.”

맨발로 자연 앞에 서서 구더기같이 바글바글한 물욕과 교만을 떨쳐버리라. 밖엔 흰 눈이 발목까지 쌓이고 장작불이 타는 방에 앉아 지난겨울을 났다. 이젠 들에 농부들 보이는 춘삼월 꽃세상이어라. 맨발로 마당을 뛰어다녀도 하나 시리지 않은 훈훈한 공기야 너 반갑구나. 사람도 철따라 이리 탈바꿈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춘도 순식간, 가파른 산길 만나면 목젖까지 숨이 차올라. 팔구십 산다 한들 톨스토이처럼 깊고 숭고한 영혼이 아니라면 부끄러운 인생일 뿐. 남은 생을 우리 어떻게 살까. 어떤 내일을 꿈꾸며 무엇을 배워 익히고 누구랑 교우하면서 행복해질까. 맨발의 톨스토이에게서 실마리를 찾아보는 날이다. 

임의진 |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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