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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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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책방을 찾아가고 <독신자 아파트>로 유명한 만화가 후쿠타니 다카시의 미망인 마리짱이 운영하는 아사가야의 작은 카페 ‘잼브잼브’에서 신년잔치. 날이 차가워 밥 딜런의 노래 ‘커피 한잔 더’를 다같이 불렀다. 마리짱 오래오래 건강하길, 거기 늘 있어주길. 일본인 내 친구들은 영혼 없는 댓글놀이보다 대안 공간, 대안 문화를 일구는 일에 더 바쁘시다. 동지들과 함께 ‘거점’을 만들어내는 일은 귀한 ‘승전보’.
자기 잇속, 자기 가족만 생각하는 속물들은 죽었다 깨도 거점의 중차대한 의미를 모를 것이다. 짧은 도쿄 순례에서 돌아와 보니 폭격 맞은 눈 세상. 다박솔 가지가 찢길 정도의 대설. 보일러는 다행히 터지지 않았고 씻을 물도 졸졸 나온다. 샘물 모터가 얼지 않게 열선을 친친 감고 옷가지들 덮어놓은 덕분.
눈이 다 녹으려면 며칠은 걸리겠다. 아랫동네 애들이 만든 눈사람은 한낮 녹기 시작해 대머리가 삐죽 보였다. 쥐똥나무 가지를 뜯어다가 머리에 씌워주었더니 고맙다며 윙크를 한다.
밤이 되니 산도 하얗고 마당도 하얗고 하늘도 맑아 은하수 흰 띠가 어떤 날보다 선명해라. 은하세계에 빠져든 느낌이랄까. 대문 닫으려고 마당에 나갔다가 집을 바라보니 노란 불빛이 마치 은하철도 실내등 같았다.
“저 하늘의 하얀 띠는 모두가 별이래 별”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 주인공 조반니처럼 별자리 여행 노래를 부르며 탄성을 내지른다.
인생은 구간구간 짧은 철도여행. 다음 정차역은 어디일까. 헤어지지
헤어지지 말고 우리 같은 역에서 내립시다 꼭
양력 해오름달이 저물고 곧 음력설. 인생은 이처럼 짧은데 우정은 어찌 될까. 무뢰배들은 변덕스러움으로 등만 돌렸다하면 다른 마음 딴 궁리. 야권의 그간 연전연패도 올인이 아니라 비협조와 꿍꿍이 잇속차림 때문이었지. 구시대 낡고 식상한 철새 무리들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흉흉한 구경거리다. 침도 안 마른 사랑과 언약은 빈말에 휴지조각. 그래서 인생은 외로운 여행인가. 수십억광년의 고독 속을 달리는 은하철도.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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