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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63 추천 수 0 2017.08.09 15: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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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향내가 진했던 정원. 노란 열매가 아직 그날의 기억처럼 매달려 있다. 먹지도 못할 치자 열매를 산고양이가 핥고 가기도 하고 새들이 쪼아보기도 해. 음식물 찌꺼기를 쌓아놓은 대숲 언저리는 고양이의 영토. 선탠을 좀 하다가, 잠도 자다가 먹을 게 없으면 마을을 습격하러 내려가기도. 잔디밭 뿌리다 남은 모래둔덕이 있는데 그곳에서 똥을 누기도 한다. 여기가 사람의 집인지, 고양이 집인지. 춥고 배고픈 겨울, 야생 고양이들에겐 생사 위기. 그렇다고 난로에 장작불 지펴진 거실로 들어오라 할 수도 없지. 나와 산고양이들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가며 이곳에 동거하고 있다. 그러나 귀염둥이 아가들을 낳아서 몰고 나타나면 우유와 비린 생선을 꺼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항상 지고 사누나.
한번은 이스라엘에 가던 길, 레바논을 방문했다. 내 영혼의 멘토 칼릴 지브란의 흔적을 만나러. 국기에 새겨진 삼나무 백향목이 반겨주던 곳. 베이루트는 쿠바의 아바나처럼 높은 파도를 코앞에서 만날 수 있는 방파제로 유명하다. 이름은 코르니시. 집시들이 모여 파도와 지중해 갈매기의 노래를 즐긴다. 마침 길고양이 한 마리 산보를 나왔다가 나와 마주쳤다. 작열하는 햇빛에 목이 말랐다. 고양이를 뒤따라갔는데 물담배도 팔고, 맥주도 파는 집에 당도. 광대뼈가 나오고 눈썹이 짙은 주인장은 사랑하는 이가 죽어 며칠 문을 닫았다가 오늘 다시 여는 거라며 장황한 설명. 사람이 죽으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늑대별이 뜨는 밤하늘을 꼬박 새우는 이들. 길을 안내해준 고양이는 낯선 골목으로 사라져갔다. 희미한 종소리가 들려왔고 라벤더 향기가 곱던 그 골목에서 둘째 날 저녁을 맞았다. 사랑이 떠난 빈자리를 다시 메우는 것도 사랑. 이별했던 만큼 예쁜 새 인연들이 생겨나기를 빌어드렸다.

우리는 이 별의 여행자요, 순례자. 여행지에서 만사 끝장을 볼 기세로 덤벼드는 건 바보나 하는 짓. 허리띠가 남아도는 여유와 관조가 필요하다. 사람은 물론이고 고양이가 이끄는 길도 한번 가보자. 짐을 줄여야 비행기도 뜰 수 있다. 살림을 늘릴 게 아니라 줄여야 할 시점이다. 채웠던 것들을 비우며, 가난해질 때 백배 천배 행복해지는 비밀을 그대 아시는가.
 
임의진 | 목사·시인 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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