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평양냉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08 추천 수 0 2014.10.26 16:07:27
.........

 

[임의진의 시골편지]평양 냉면
     
당신이 퇴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하루 종일 욕조가 물을 기다리듯 가뭄에 탄 저수지가 빗물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그래도 남녘은 홑적삼 젖을 만큼은 비가 내렸어. 북녘은 푸설거리는 마른 눈이나 맛봤을 뿐. 담양에 살다보니 광양 단양 밀양 양양 영양 정양 함양, 이런 곳이 마치 이웃동네 같다. 거기다 평양을 빠트릴 순 없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겨레의 한 고향 평양. 국가보안법이 암만 시퍼래도 수런대는 수천수만의 밀어들까지 잡아 가둘 수는 없는 법. 평양을 도읍지로 삼고 사는 저쪽에 이러다가 또 큰 흉년이 들지나 않을까. 배고픈 사람들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모국어를 같이 사용하는 동포라면 날씨 예보 들으며 이런 걱정 한번쯤은 해보았겠지. 따뜻한 피가 감도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헤어져 이렇게 소 닭보듯 지낼 것인가.
흰 메리야스 차림의 아재가 들녘에 물꼬 보고 오는 걸음새를 보아 하니 매가리가 축 늘어져 있다. 자글자글 햇빛이 끓고 있는 논바닥에서도 더운 바람이 굉장해라. 바닷가 ‘포’나 ‘진’에 오래도록 살다가 뭍 땅 ‘양’으로 이사를 온 뒤부턴 빗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물 한 바가지의 감사함, 두레박을 내리고 퍼 올린 맑은 생수를 허투루 쓸 수가 없다. 하물며 냉면을 먹어도 비빔냉면보다는 물냉면을 찾게 되고, 어디 식사자리에 초대받아 가면 해산물에 덥석 손부터 간다.
면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여름엔 냉면을 자주 먹게 되는데, 힛~ 나는 수북면 면민이라서 면을 아예 기본으로 달고 살지. 부랴부랴 첫차로 일 나가는 노동자. 밤새 마신 술로 토악질을 하다가도 점심끼니 냉면 한 그릇은 수분을 보충해주고 해장을 돕는다. 입맛이 없는 여름 더위엔 냉면이 최고야. 평양 냉면을 자주 먹어야 통일 입맛도 지닐 수 있음이렷다. 햄버거와 피자, 빙수, 아이스크림이 아무리 맛나다지만 여름엔 그래도 냉면이지. 입맛 음식맛이 결국 고향이고 조국이지 않던가. 평양 냉면, 함흥 냉면… 수수만년 즐기리라.

<임의진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9835 한희철 말없는 말 한희철 2017-02-21 67
9834 한희철 이슬 한희철 2017-02-21 36
9833 한희철 나를 이기소서 한희철 2017-02-21 76
9832 한희철 주님 죄송합니다 한희철 2017-02-21 106
9831 이현주 마찰 이현주 2017-02-18 45
9830 이현주 날된장 이현주 2017-02-18 62
9829 이현주 아무도 산을 감추지 못한다 이현주 2017-02-18 59
9828 이현주 밥사발 뚜껑이 깨어졌다 이현주 2017-02-18 58
9827 이현주 오늘 점심상에는 file 이현주 2017-02-18 35
9826 한희철 우수(雨水) 지나 한희철 2017-02-14 67
9825 한희철 시선 시선 2017-02-14 79
9824 한희철 닮다와 닳다 한희철 2017-02-14 239
9823 한희철 엄정함 한희철 2017-02-14 62
9822 한희철 한희철 2017-02-14 49
9821 한희철 한계 한희철 2017-02-14 113
9820 이현주 이현주 2017-02-14 32
9819 이현주 눈 쌓인 은석산(銀石山) 이현주 2017-02-14 69
9818 이현주 딱따구리 이현주 2017-02-14 26
9817 이현주 고맙다, 몸아 file 이현주 2017-02-14 41
9816 이현주 한 발짝 이현주 2017-02-08 51
9815 이현주 나무들! [1] 이현주 2017-02-08 40
9814 이현주 시(詩)에 대하여 이현주 2017-02-08 28
9813 이현주 더 이상 언어의 마술은 없다 file 이현주 2017-02-08 123
9812 한희철 성주(星州) 한희철 2017-02-07 51
9811 한희철 성주(城主) [1] 한희철 2017-02-07 36
9810 한희철 질문 한희철 2017-02-07 55
9809 한희철 겉과 속 한희철 2017-02-07 65
9808 한희철 당신 한희철 2017-02-07 49
9807 한희철 없다 업다 한희철 2017-02-07 222
9806 이현주 행복한 나라 이현주 2017-02-03 92
9805 이현주 도토리 나무 이현주 2017-02-03 54
9804 이현주 방귀 소리가 너무 커서 이현주 2017-02-03 112
9803 이현주 노간주 나무 이현주 2017-02-03 43
9802 이현주 곶감 맛 귤 맛 file 이현주 2017-02-03 83
9801 한희철 동행 한희철 2017-01-31 9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