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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380<깨달음의 노래134/지금여기>
눈 쌓인 은석산(銀石山)
눈 쌓인 은석산(銀石山)
중턱 어디쯤부터
애기노루 발자국이
산길을 이끌었다.
깊은 데는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 위로
애기노루 발걸음은
구름처럼 가벼웠다.
이윽고 정상(頂上)
정강이가 묻히는 백설에
발자국 몇 개 남기고
내려왔다, 내려오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정상 바로 아래턱까지
나를 이끌었던 애기노루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었다.
정상에서는 보이지 않았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발자국이라고는 없었다.
내 구두가 함부로
짓밟아대기 전에는
참으로 깨끗하고 거룩한
정수리였다.
애기노루는 왜 정상에
오르지 않았을까?
오를 필요가 없어서였을까?
올라서는 안 되는 곳인 줄
알아서였을가?
정상에서 섰다는
허무하고도 맹랑한 기쁨에
잠시 눈이 어두워
나는 거기 애기노루의
발자국이 찍혀 있지 않다는
두려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뉘우쳐 봤자
쓸데없는 일이지만.
다시 또 눈 내리고
바람 불기까지는
지워지지도 않을
부끄러움이지만.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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