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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원추리에 원추리꽃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77 추천 수 0 2016.08.07 09: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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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꺾이고 없는 ‘굴렁쇠’라는 어린이 신문에 글을 몇 해 연재한 일이 있었다. 골리앗 소년땡땡일보를 향해 던진 다윗의 물맷돌 같은 신문이었지. 필진 가운데 이오덕 선생님이 계셨는데, 글을 쓸 때마다 선생님이 지적하실까봐 내심 걱정이 컸다. 다행히 핀잔보다는 칭찬을 주셨어. 그래도 같은 지면에 오를 때마다 말법이 문제가 있지는 않나, 일본말법으로 쓴 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고는 그랬다. 눈치를 보자는 게 아니라 어른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 주의하고 흠모하며 따르는 마음이 어른을 극진히 모시는 태도일 테니까.
동네 길, 어르신들을 마주치면 안부 인사라도 꺼내며 고개를 넙죽 숙인다. 이 땅을 오래 지켜주어 감사한 마음. 여기 살게 된 지도 십년이 넘었으니 원주민 비스무리. 그래도 아직은 당당 멀었어. 명절이 다가오니 울력을 했었나 마을 길 주변이 산뜻해졌더라. 나 없을 때 몇 분이서 예초기를 돌린 모양. 알지도 못했고 거들지 못해 죄송하여 일찍 일어나 미비한 곳들을 찾아 풀을 깎았다. 차 한 대나 간신히 지나가는 비좁은 마을 길. 둘둘이 아니라 셋셋 치킨도 배달을 오지 않는 길. 짜장면 한 그릇 배달되는 마을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라.
이젠 완연한 가을인데 여름꽃 원추리가 뒤늦게 피었더군. 슬로시티에 걸맞은 느림보인가. 풀을 깎다 말고 한참 꽃구경을 했다. 이태리, 헝가리, 시칠리, 빠아리만 있는 게 아니지. 꽃과 사람이 함께 사는 원추리. 땅을 지켜온 어른들이 계시는 마을. 내가 이장이라면 원추리꽃이 남도에서 젤 예쁘게 피는 길을 가꾸고 싶어. 언제부턴가 누가 산골짜기에 찾아와 색소폰을 몇 시간씩 연습하고 간다. 그것도 교회 찬송가로다가. 산새들도 나도 고막이 터질 지경.

최근에 이사 온 집에선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여 문 열어놓고 고성방가. 이런 무례한 배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길은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이다. 흑두건을 쓴 자전거족들은 라디오를 크게 틀고서 내리막길을 광속질주. 하늘도 어른들도 두려워 않는 저 마음들이 모여 나라를 이루고 사는 걸까.

애고 마음병 생길라. 원추리꽃이나 한 번 더 보자.

임의진|목사·시인20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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