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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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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가을볕은 눈이 다 시릴 지경이야. 들소처럼 일하다 발갛게 그을린 농부들. 나도 남국에서 시커먼스가 되어 돌아왔지. 멧돼지가 칡뿌리를 찾듯 밭고랑부터 냉큼 갈아엎었다. 겨울에 배곯지 않으려면 부랴부랴 푸성귀라도 뭘 좀 심어야겠다. 가만히 살지 이상한 짓거리를 한다고 할매들이 또 뭐라시겠다.
김경미 시인의 시집 <밤의 입국 심사>에서처럼, “나만 이상한가?”라고 되묻고 또 의심하는 날들. 나만 이상한 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 외로운 기분. “나만 이상한가. 당신들은 늘 양말 두 쪽을 가지런히 신고, 단추는 남녀 화장실처럼 왼쪽이나 오른쪽 구별해서 꿰고, 일생에 다섯 명 이상의 친구가 꼭 있어야 하고….” 뻔할 뻔자로 살지 못하는 운명의 시인들.
어쩌다 목사가 되었는지 몰라라. 목사님들이랑 어울리기처럼 어렵고 불편한 일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확신에 가득 찬, ‘댑다’ 큰 목소리. 성공과 번영이라는 코드로 목회를 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장사를 하지 왜 목사를 하는 건지. 시쳇말로 싸가지 없는 진보는 더더욱 상종하기 괴로운 무엇이다. 거리의 투사들 가운데는 벗들에게까지 말과 행동이 거칠어 만나기가 주저되는 이가 있다. 그가 쿨룩쿨룩 기침을 하듯 욕을 해대면, 나는 벌써 눈물이 차오른다.
나는 당신이 염치없는 세상에 염치를 알고, 불편해하며 나대지 않고 숨으려 하는…, 이상한 행동거지가 마음에 든다. 혼자 잘난 체 일장연설을 늘어놓기보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소중히 여기고, 때론 어색해서 자리를 피하기도 하는 당신. 평범하고 일반적인, 별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 세계, 이 체제를 의심하고 번민하는 이상한 당신. 당신의 그 불편함 때문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겠지. 범상치 않은, 다른 생각과 다른 공기를 좋아하는 당신이여. 가죽이 들뜬 신발도 아닌데 발가락에 바람이 숭숭 드나든다. 가을 공기를 까칠한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상한 계절의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생각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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