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낚시꾼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8 추천 수 0 2019.03.23 23:58:32
.........

l_2017072701003502300284081.jpg
꾼 중에 노름꾼, 사기꾼보다 ‘쎈 것’이 낚시꾼이다.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낚싯대를 부여잡고 바다나 강물을 꼬나보는 뙤약볕의 선수들. 좋으니까 그러고 있는 것이겠다. 청록의 시인 박두진은 ‘7월의 편지’에서 “바람, 바다가 밀려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그래 바다에 서면 냄새가 다른 것이다. 그것도 특별한 7월의 바다, 소금 냄새는 마치 길고도 진한 축제처럼 쿵쾅거리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물고기들 어룽대는 소리, 쿨렁쿨렁 아가미로 숨 쉬는 소리. 도마에 생선과 야채들이 놓인 해변의 집들. 깨지고 부서진 골목 계단과 큰바람에 살짝 넘어간 교회당 십자가에 앉아 똥을 싸는 갈매기들. 세족식을 하듯 짠물에 전 장화를 씻는 어부들. 어둑한 촉수 불빛 아래서 소주를 나눠 마시는 ‘깨복쟁이’ 동무들. 통발에 잡히는 게 물고기들만이 아닌 게다. 오래 묵은 이야기들의 성찬. 텃새처럼 내려앉아 물고기를 낚던 낚시꾼이 보따리를 싸서 일어날 때는 정말 ‘중대 결심’을 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무덤조차도 영원히 머물 곳은 이 지상에 없는 법이다.
물고기를 잡지 못하고 밑밥 통만 들고 일어서는 어깨도 슬프거나 처지지 않는 것은 낚시꾼에게는 오직 내일이 또 있겠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인생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되겠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또 있으니 낙담하지 말라. 낮고 외롭고 슬픈 이름들이여. 오늘 잡지 못한 물고기는 내일 잡으면 되는 것이다. 서늘한 물살로 올라오는 물고기들은 언제나 내일이라는 깊은 물속에서 찾아오는 것이다. 어부가 던져놓은 통그물에 부모를 잃은 어린 물고기들, 밤새껏 울어서 강물도 바닷물도 마르지 않는 것이다. 물이 마르지만 않으면 물고기가 산다.
낚시꾼이 지나간 빈자리에 남은 노을 한 조각. 하늘 바다도 보고 싶어라. 문득 동해나 남해, 서해 어디든 훌쩍 다녀오고 싶다. 낚시꾼도 만나보고 싶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7.07.2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10 이현주 열두 제자를 떠나보내심(마10:5-8) 이현주 2021-11-20 15
11609 이현주 열두 제자를 부르심(마10:1-4) 이현주 2021-11-20 20
11608 이현주 추수할 것은 많은데(마9:35-38) 이현주 2021-11-20 38
11607 이현주 벙어리 귀신을 쫓아내심(마9:32-34) 이현주 2021-11-20 11
11606 이현주 맹인 둘을 고쳐주심(마9:27-31) 이현주 2021-11-20 14
11605 이현주 회당장의 딸을 살리심(마9:18-26) 이현주 2021-11-20 13
11604 임의진 [시골편지] 여신의 십계명 임의진 2021-11-19 16
11603 임의진 [시골편지] 무담시 임의진 2021-11-18 18
11602 임의진 [시골편지] 절울소리 임의진 2021-11-17 18
11601 임의진 [시골편지] 아브라카다브라 임의진 2021-11-16 22
11600 임의진 [시골편지] 콧구멍 킁킁 임의진 2021-11-15 24
11599 임의진 [시골편지] 숨돌리기 임의진 2021-11-14 20
11598 임의진 [시골편지] 직업소개소 임의진 2021-11-13 20
11597 임의진 [시골편지] 케 세라 세라 임의진 2021-11-12 31
11596 임의진 [시골편지] 애갱이 왕자와 갱아지 임의진 2021-11-11 26
11595 임의진 [시골편지] 애비 로드 임의진 2021-11-10 22
11594 이현주 새 술은 새 부대에(마9:14-17) 이현주 2021-11-09 38
11593 이현주 세리 마태를 부르심(마9:9-13) 이현주 2021-11-09 22
11592 이현주 침상에 누운 중풍병자(마9:1-8) 이현주 2021-11-09 24
11591 이현주 돼지들이 비탈을 내달려(마8:28-34) 이현주 2021-11-09 24
11590 이현주 바람과 물을 꾸짖어 (마8:23-27) 이현주 2021-11-09 20
11589 이현주 여우도 굴이 있고(마8:18-22) 이현주 2021-11-09 21
11588 이현주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내심(마8:14-17) 이현주 2021-11-09 17
11587 이현주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마8:5-13) 이현주 2021-11-09 22
11586 이현주 나병환자를 고쳐주심(마8:1-4) 이현주 2021-11-09 19
11585 이현주 권위 있는 가르침(마7:28-29) 이현주 2021-11-09 20
11584 임의진 [시골편지] 5인조 임의진 2021-11-08 21
11583 임의진 [시골편지] 미나리밭 임의진 2021-11-07 24
11582 임의진 [시골편지] 시집 코너 임의진 2021-11-06 18
11581 임의진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임의진 2021-11-05 23
11580 임의진 [시골편지] 알통 임의진 2021-11-04 39
11579 임의진 [시골편지] 실수맨 임의진 2021-11-03 25
11578 임의진 [시골편지] 심야식당 임의진 2021-11-02 23
11577 임의진 [시골편지] 건강 백세 임의진 2021-11-01 31
11576 임의진 [시골편지] 호구 임의진 2021-10-31 24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