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저는 20대 시절에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가족글방 김요한 목사............... 조회 수 9 추천 수 0 2024.09.25 19:35:46
.........
1. 저는 20대 시절에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저는 종종 '나는 20대에 책을 사고 싶어 점심을 먹어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정말 점심값을 아껴서 그 돈을 모아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사보았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학교 앞 분식집에서 밥 한끼에 400-500원씩 했고, 책 한 권에 보통 2-3천 원씩 할 때 이야기입니다. 일주일치 점심값을 절약하면 정확히 책 한 권을 살 수 있었습니다.
2. 책을 너무 좋아했는데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한국어로 된 책이 많지 않을 때였고, 그나마 원서가 외국에서 나온 지 오래되었으며, 제일 큰 문제는 번역이 엉망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원 시절부터는 한국어 책을 구매하는 것을 중단하고 영어-독일어 신학 원서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신학 원서는 국내 도서보다 최소 10배 이상 비쌌습니다.
따라서 책 한 권을 사려면 (약간 과장하면) 한 달을 굶어야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당시는 갖고 싶은 책을 살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할 기세였기 때문입니다.
3. 여튼, 저의 20대의 가장 큰 고민은 '책값'을 조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어느 날 '복음'이 다가왔습니다.
당시 서초구 방배동 석탑빌딩이란 곳에 '크리스천 문서선교 재단'(라비블 전신)이 들어섰는데, 이곳에 가면 해외 신학 원서를 반값에 살 수 있었습니다.
오 주님, 해외 원서를 반값이 살 수 있다니요, 감사, 감사.
그때부터 저는 돈만 모이면 방배동으로 달려가 원서를 샀습니다.
4. 얼마 후 '크리스천 문서선교 재단'이 해외 신학 원서를 약 절반값에 국내에 공급해줄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고) 존 스토트 목사님이 일생 동안 책을 많이 썼고, 그 책마다 베스트 셀러가 되어 인세를 많이 받았는데, 본인이 독신이다 보니 딱이 돈을 모을 이유가 없어, 그 인세를 모아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소위 제3세계)의 목회자와 신학생이 좀 더 싼값에 책을 사볼 수 있게 후원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저는 존 스토트 목사님 덕분에 20대 시절 원서 신학책을 절반값에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5.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1993년에 한국기독학생회 전국 수련회 주 강사로 존 스토트 목사님이 생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입니다.
(그때 제가 들은 기억으로는) 존 스토트 목사님이 한국이란 나라가 가난한 나라고, 한국교회가 가난한 교회인줄 알고 신학책을 절반값에 살 수 있게 후원해줬는데, 막상 와서 보니 엄청 부자 교회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존 스토트 목사님이 '이렇게 부자 교회가 가난한 나라의 교회들을 도와야지 오히려 후원을 받는다'며 매우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더 이상 예전처럼 신학원서를 반값에 살 수 있는 길이 사라졌습니다.
6. 지금 인천 송도에서는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주지하듯 제1차 로잔대회의 선언문 초안을 작성한 분이 존 스토트 목사님이시죠.
1970년대 초반까지,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던 근본주의 성향의 세계 교회에 '사회 참여'를 비롯한 '복음의 통전성'을 역설한 로잔선언문이 던진, 특히 전 세계의 지성적 크리스천들이 그로 인해 받았던 강렬하고 신선한 충격은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그때로부터 4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한국에서 그 로잔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열리는 로잔대회를 앞장서 주도하는 교회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한결같이 '돈'이 많은 교회들입니다.
'돈'이 많은 교회들이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의 구색을 억지로 맞추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수평과 균형이 잘 맞지 않는 게 역력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충분히 예견되었던 현상이죠.)
저는 온누리교회와 소망교회가 앞장서서 서울-인천 로잔대회를 주도할 때부터, 아예 관심을 껐습니다.
비판하는 것도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와 이렇게 저렿게 가까운 분들이, 한편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로잔대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 때문에, 지금까지 그냥 침묵을 지키길 잘했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끝끝내 제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단 하나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고) 존 스토트 목사님이 오늘 한국의 부자 교회들이 주도하는 제4차 로잔대회와 그 선언문을 보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저는 진심으로, 그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6 가족글방 봉선생의 아침 풍경 -중간(中間) new 이기봉 목사 2024-12-21 2
675 가족글방 [주보시] 메리 크리스마스! new 쿠바인 2024-12-21 3
674 가족글방 [주보시] Ave Maria! new 쿠바인 2024-12-21 1
673 가족글방 [주보시] 은혜의 해와 보복의 날! 쿠바인 2024-12-17 4
672 가족글방 [주보시] 의가 사는 곳 쿠바인 2024-12-17 4
671 가족글방 [봉선생의 아침 풍경] 꼭 지금이 아니어도 돼 이기봉 목사 2024-12-16 3
670 가족글방 양의 탈을 쓴 늑대 최창섭 장로 2024-12-10 14
669 가족글방 [주보시] 그레고레이테! 쿠바인 2024-12-09 4
668 가족글방 [주보시] 에클레시아 쿠바인 2024-12-09 3
667 가족글방 [주보시] 한네누 야웨 한네누! 쿠바인 2024-11-25 9
666 가족글방 [주보시] 깨어 있으라! 쿠바인 2024-11-25 7
665 가족글방 [주보시] 아빠 아버지! 쿠바인 2024-11-25 8
664 가족글방 전도 김요한 목사 2024-11-25 8
663 가족글방 [봉선생의 가을 시] 참 좋다 file 이기봉 목사 2024-11-14 5
662 가족글방 말씀 왜곡(歪曲) 또는 와전(訛傳) 최창섭 장로 2024-11-12 9
661 가족글방 외면받는 이유 file 김요한 목사 2024-11-09 15
660 가족글방 봉선생의 아침 풍경(시) 11월 정개구리 file [1] 이기봉 목사 2024-11-05 7
659 가족글방 [주보시] 그리스도의 자리 쿠바인 2024-11-02 7
658 가족글방 [주보시]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 쿠바인 2024-11-02 7
657 가족글방 봉선생의 아침 풍경(시) 그리워 이기봉 목사 2024-11-01 3
656 가족글방 소치는 아이 ‘목동(牧童)’ 한시(漢詩), 서정적 목가적 풍경을 묘사하다 file 고영화 2024-11-01 20
655 가족글방 [봉선생의 아침 풍경] 수명 [1] 이기봉 목사 2024-10-23 8
654 가족글방 [봉선생의 아침 시] 꽃이니 이기봉 목사 2024-10-22 5
653 가족글방 행복해서는 안된다. 김홍한 목사 2024-10-21 15
652 가족글방 [주보시] 죄가 더한 곳에 쿠바인 2024-10-20 7
651 가족글방 [주보시] 가루가 되다! 쿠바시 2024-10-20 6
650 가족글방 [주보시] 순례자로 부르셨으니 쿠바인 2024-10-20 4
649 가족글방 한국교회 무엇이 문제인가? 박철 목사 2024-10-18 14
648 가족글방 어른이 된다는 것 김요한 2024-10-12 20
647 가족글방 마지막 심판 최창섭 장로 2024-10-06 12
646 가족글방 결국 신도들만 '호구'가 될 뿐이다 김요한 목사 2024-10-05 26
645 가족글방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김요한 목사 2024-10-02 14
644 가족글방 [주보시] 우간다에서 쿠바인 2024-09-30 6
643 가족글방 [봉선생의 아침 시] 인생 [1] 이기봉 목사 2024-09-30 8
» 가족글방 저는 20대 시절에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김요한 목사 2024-09-25 9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