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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
살면서 이런 경험을 수없이 했다.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혼자 90% 가까이 말을 독점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강연이나 강의 시간이 아니라 친교 목적의 자리에서 말이다.
그것도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마치 혼자만 아는 듯 떠든다.
세계적인 혹은 국제적인 신학자, 무슨 교수일수록 이 증상이 심하다.
당연히 피곤하다.
아니 질린다.
다음부터는 그런 만남의 자리에 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이런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만 어른이지 실제로는 철부지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대신에 들어주는 자리에 선다는 것이다.
상대가 뻔한 이야기를 함에도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하고 들어주는 것이다.
대화 중간중간 감탄사와 추임새를 적절히 섞어가며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른 채 질문을 던져서 상대의 사고를 더 날카롭게 다듬어 주는 것이다.
나는 이런 어른을 알고 있다.
그분을 뵐 때마다, 이상하게 말은 내가 더 많이 했는데도, 헤어질 때면 내가 훨씬 더 많이 배운 느낌으로 돌아서곤 한다.
나도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
언젠간 나도 누군가에게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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