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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선생의 아침 풍경
수명
청개구리 20 년을 산다고
기러기도 평균 수명이 30 년이라는데
내가 키운 기러기 2년 만에 총맞아 죽고
님 그리던 기러기 외로움에 지쳐 내 곁을 떠나 가고
오늘 아침 계단을 청소하는 중에
20 년은 산다는 청개구리 사체를 보았다
발가락 사이에 먼지가 수갑이 된 채
온몸은 거미줄로 새 옷 입고
수분이 다 빠져 납작해져
20년 산다는 청개구리가 내 발밑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수명이란 살았을 때 까지가 수명이고
생명이란 남 앞에서 환희 웃을 때가 생명인 것을
사는 게 뭐라고
갖고 즐기고 누리고 자랑하고 뻐기려 하는지
혹자는 가져 보지 못한 놈의 넋두리라 하겠지만
사체 앞에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아
계단에 쪼그려
청개구리의 환생을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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