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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삶 보듬는 3000원 김치찌개의 위로

뉴스언론 박효진 기자............... 조회 수 104 추천 수 0 2021.06.10 07: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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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삶 보듬는 3000원 김치찌개의 위로

 

팍팍한 삶 보듬는 ‘3000원 김치찌개의 위로’ -‘따뜻한 밥상’ 공동체 사역 이끄는 최운형 목사와 동역자들

 

입력 : 2021-05-13 03:00

 

하상욱 전도사, 민경신 심성훈 최운형(왼쪽부터) 목사가 서울 은평구 ‘따뜻한 밥상’ 1호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음식점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경남 창원과 서울 홍제동에 2·3호점을 오픈한 데이어 4·5호점까지 개업을 앞둔 식당이 있다. 바로 최운형 목사와 동역자들이 운영하는 식당 ‘따뜻한 밥상’(따밥)이다.

이 식당 메뉴는 단 하나, 3000원짜리 김치찌개다. 밥은 무한 리필이고 라면·햄 등은 500원이다. 두부와 돼지고기를 듬뿍 썰어 넣고 끓여낸 김치찌개와 윤기가 흐르는 흰쌀밥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따뜻한 집밥을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19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손님들이 따밥을 찾는 이유다.


최근 은평구 연신내 ‘1호점’에서 최 목사와 함께 따밥 공동체를 세워나가고 있는

심성훈(55) 민경신(47·세벗교회) 목사, 하상욱(28) 전도사를 만났다.

 
최 목사는 “지금이야말로 어려운 사람을 위한 식당이 더 있어야 할 때인 것 같아 식당 개업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국민일보 보도가 나간 뒤(2019년 5월 11일자 9면 참조) 많은 후원자와 함께 100명 넘는 목회자가 고민을 안고 따밥을 찾아왔다. 그들에게 현재와 다른 목회 시스템, 변화를 원하는 젊은 목회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8년 미국에서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온 최 목사는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인심 좋은 밥집 사장님이 됐다. “목회를 거듭할수록 연봉도 많아지고 안락하고 넉넉해지자 삶에 대한 결핍과 회의가 생겼다. 내가 설교했던 믿음의 삶, 예수님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은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최 목사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이문수 신부를 찾아갔다. 이 신부는 2015년 고시원에서 생활하다 굶어 죽은 한 청년의 소식을 듣고 성북구에 ‘청년 밥상 문간’을 세웠다. 최 목사는 이곳에서 조리법과 운영방식을 배워 같은 상호로 2018년 10월 연신내에 식당을 오픈했지만 지난해 가게 이름을 ‘따뜻한 밥상’으로 변경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식당을 방문하는 데 있어서 장벽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처음 6개월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역사회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소문나며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인건비라도 아끼라’며 물심양면 도와준 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이 보내준 후원금과 장사를 통해 얻은 이익금을 열심히 아끼며 모았다. 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7월 창원에 2호점을, 12월엔 홍제동 상가 2층에 85㎡(약 25평) 규모의 3호점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서대문구 홍제동에 오픈한 ‘따뜻한 밥상’ 3호점 내부 모습. 신석현 인턴기자


3호점은 민 목사가 운영하고 있다. 개척교회 목사인 그는 지난해 봉사자로 활동하며 따밥과 인연을 맺었다.

오랫동안 그의 성실함과 착한 마음씨를 눈여겨본 최 목사가 3호점을 맡겼다.

민 목사는 “목사가,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따밥에선 한 끼를 배불리 먹고 기분이 좋게 나가는 손님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세상 속에서 교회는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곳이 바로 하나님이 일하시는 현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최 목사님이 1호점 때 겪은 시행착오를 줄여서 3호점은 3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담임목회를 내려두고 1·3호점을 오가며 봉사자로 섬기고 있는 심 목사는 “목회를 할 때 성도들의 삶에 다가가려고 노력해도 한계가 있었다. 따밥에서 일하고 땀도 흘려보면서 노동의 가치도 깨닫고 세상 사람들의 치열함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4·5호점은 하 전도사와 박정인 선교사가 준비 중이다. 하 전도사는 일반적인 목회가 아닌 따밥 사역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손익계산서를 따져봤는데 수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따밥은 사람의 계산으로 하는 사역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평생 사명감을 갖고 목회를 해야 한다면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선배 목사들이 길을 열어줘서 따라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따밥 동역자들은 2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3000원짜리 김치찌개를 손님들에게 따뜻하게 먹일 것, 둘째 장사가 잘돼도 월급은 150만원만 받을 것이다. 재정의 투명성을 위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최 목사는 “지역사회에 식사를 하지 못하는 청소년을 위한 돌봄사역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삶이 지치고 힘든 이들을 따밥으로 초대했다.


“따뜻한 식사를 통해 누군가 여러분 옆에서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91435&code=23111111&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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