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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양곡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농민들을 보호할 방안이 있는지 진행자가 묻자 조 최고위원은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 아픈 현실이기 때문에” ‘밥 한 공기 다 비우기’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여성분들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알려 나간다든가 어떤 국민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국민 말고 다른 게 전환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식량 안보의 문제, 헌법에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제123조 4항 ‘가격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농민 생존 문제를 밥 좀 더 먹으라는 캠페인으로 해결하겠다니? 여당에서 논의하는 대책의 수준이 곧 문제의식의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개탄스럽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삼권분립을 위해 제한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 견제장치이기도 하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요건들을 고려한다면 이번 개정안을 ‘남는 쌀 전량 강제매수법’이라고 부르며 국회 본회의 통과 12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도, 대안 없이 ‘악법’이라고 외치는 여당도 비판받을 만하다.
해법이 옳은가를 차치하고 정부와 여당이 민주적 숙의를 방해하는 장본인처럼 행동한다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량 매수’라는 주장 자체가 틀렸다. 게다가 정부가 양곡법 개정안 반대 단체로 거론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의 전북도 연합회장과 축산농가들도 4월3일 열린 ‘양곡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정부와 다른 의견을 냈다. 오히려 이 자리에서 농민단체를 갈라놓는 정부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나만 더 짚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농업인들을 계속 쌀 생산에 머무르게 할 것이라며 우려한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55.5%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후위기와 전쟁 같은 외부 충격에도 주요 곡물 수급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정부의 입장이 뭔가. 쌀농사를 지으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쌀은 우리의 주곡이다. 손 놓고 있으면 쌀농사는 자연히 절멸의 길을 걷게 된다. 농지 축소와 농가 고령화, 기후위기라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19.3%(2020년 기준)로 OECD 중 최하위다. 농촌 총생산 대비 농업보조금 비율도 OECD 평균(10.4%)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7%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제 그만 ‘쉬운 반대’가 아니라 ‘어려운 대안’을 내놓으시라.
김다은 기자
연합뉴스ㅣ4월4일 경기도 용인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보관 중인 쌀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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