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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과 인생
디모데후서 4:1~8
미국의 작가 O. 헨리(1862~1910)의 단편 <마지막 잎새>(190
5)는 뉴욕의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존시는 심한 폐렴으로 사경을 헤멥니다. 의사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방을 사용하는 화가 지망생 수가 따뜻하게 간호하지만 존시는 절망하면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덩굴 잎이 다 지면 자기 삶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밤새 심한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담쟁이덩굴 잎은 다 떨어지고 마지막 한 잎만 남았습니다. 다음 날 밤도 비바람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마지막 잎은 담벼락에 붙어 있었습니다. 존시는 기력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래층에 사는 늙은 화가 베어먼이 폐렴으로 죽고 맙니다. 그는 언젠가는 반드시 걸작을 그리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늘 남의 험담이나 하고 술만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존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존시가 심한 비바람이 분 다음 날 아침에 본 나뭇잎은 베어먼이 그린 것입니다. 그는 비바람을 맞으며 한밤중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손전등을 들고 담벼락에다 담쟁이덩굴 잎을 그렸습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잎사귀가 자신이 떨어질 때를 알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느라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떨켜를 만듭니다. 떨켜는 뿌리에서 올라오는 수분을 나뭇잎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막고 나뭇잎에서 만들어진 영양소를 줄기로 보내는 일도 막습니다. 이때 나뭇잎에서는 엽록소가 저온에 파괴되면서 그동안 초록색 때문에 보이지 않던 노랑과 빨강 색소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겨울을 맞는 식물의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제때 떨어지면 아름답지만 때가 되어도 떨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더러는 <마지막 잎새>의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비루하고 추합니다. 자기 때가 다 되었음을 인지한 바울 사도의 모습이 귀감입니다.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다.”(4:6~7)
주님, 조금이라도 더 권력을 유지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자들의 흰자위가 섬찟합니다. 세상 모든 일에 때가 있듯 순리를 따라 살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선한 싸움을 싸우겠습니다.
2024. 11. 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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