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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호세아 2:1~13
북간도 룡정 해란강변에는 서전이벌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주 넓은 평야가 되었지만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곳은 잡목이 우거져 버려진 땅이었습니다. 그 땅에 살던 중국인들은 논농사를 짓지 않고 앞에 있는 모아산과 비암산 자락에서 밭농사만 지었습니다. 그 땅을 개척한 조선인들이 호미와 낫을 들고 강변의 잡목을 베어내고 나무뿌리를 파내고 돌들을 골라내었습니다. 그리고 물길을 내어 논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쌀은 해란강 인근의 동성벌, 인화벌과 더불어 아주 좋은 쌀로 유명합니다. 서전이벌을 개척한 조선인들은 1906년에 서전서숙을 설립하여 민족 교육을 일떠 세웠습니다. 1907년 이 학교의 지도자였던 이상설, 이준 등이 고종의 밀명을 받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밀사로 떠나면서 서전서숙의 사명은 김약연 선생의 명동서숙이 이었습니다. 그때 우리 선조들은 밭만 존재하던 북간도에 평등의 삶을 구현하는 논을 만들고, 평화의 세상을 위하여 학교를 세웠습니다.
주님, 옥토가 있기 전에는 황무지였습니다. 잡목이 무성했고 가시나무와 쓴 뿌리가 가득했습니다. 개척자가 그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뽑아낸 다음에 쟁기질을 하여 좋은 땅이 되었습니다. 농부는 그곳에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곡식을 거두었습니다. 포도나무와 무화과를 심어 결실을 감사했습니다. 소중한 땀을 흘려야 옥토가 되고, 옥토를 유지하기 위하여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옥토라 하더라도 방치하면 금방 황무지가 됩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잡초가 나고 간교한 여우가 드나들며 자기 굴을 만듭니다. 선한 양심과 반듯한 인품을 유지하기 위하여 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하여야 합니다. 헛된 욕심에 빠지지 않도록 경건의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도 그렇습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특심해야 하고, 특히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일상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황무지가 됩니다.
“자랑하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들을 내가 모조리 망쳐 놓을 것이다. 내가 그것들을 수풀로 만들어서, 들짐승들이 그 열매를 따먹도록 할 것이다.”(2:12) 이스라엘을 황무지로 만드시겠다는 주님의 속마음이 애잔하기만 합니다.
2024. 11. 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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