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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사라진 세상에서
호세아 7:1~16
신학교 다닐 때 교훈이 ‘자신에게 진실, 남에게 겸손, 주님께 충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셋 가운데에 ‘자신에게 진실’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나이 들수록 듭니다(물론 겸손도 어렵고, 충성은 더 힘듭니다만). 낙인찍힌 양심(딤전 4:2)이란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한 사람, 거짓말을 예사로 하는 사람입니다. 인생 살면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될 대상으로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병을 고치는 의사와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변호사, 그리고 영혼의 문제를 다루는 목사에게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의사와 변호사, 그리고 목사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자신의 병은 고칠 수 없고, 법정에서 이기기가 어렵고,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남을 속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남 속이는 일은 식은 죽 먹기로 합니다. 누구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지도자와 종교인은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 이 땅은 자신과 남을 속이는 이들이 세상을 온통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계몽주의 미술운동인 이동파 화가 바실리 페로프(1860~1900)의 <차담회>에 그려진 종교인의 모습을 보기가 영 불편합니다. 부상 당하여 퇴역한 상이군인이 어린아이와 함께 구걸을 요구하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헤어진 옷깃에 달린 싸구려 훈장이 전부일 뿐 명예도, 삶의 보장도 없습니다. 상이군인의 도움을 애써 외면하고 딴청 부리는 종교인의 모습은 보기가 더 민망합니다. 차담회에 시중드는 여인은 상이군인을 밀어내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 사회는 사회적 약자의 자리가 없었습니다. 저 러시아정교회의 사제는 과연 어디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 적이 염려스럽습니다.
“나를 떠나서 그릇된 길로 간 자들은 반드시 망한다! 나를 거역한 자들은 패망할 것이다. 건져 주고 싶어도, 나에게 하는 말마다 거짓말투성이다. 그들이 나에게 부르짖으나, 거기에 진실이 없다.”(7:13~14a)
주님, 거짓말이 일상이 된 세상이 걱정입니다.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한 저 자신도 애처롭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2024. 11. 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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