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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69】기차
서울에서 12시쯤 점심을 먹기로 한 약속이 있어서 부지런히 서둘렀는데도 밤에 살짝 내린 눈이 얼어붙은 길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살금살금 운전하여 대전역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차를 가까운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고 서울행 열차 중 가장 빨리 있는 표를 끊었는데 입석이다.
열차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빈 자리가 있어서 일단 앉았다.
통로에 어떤분이 서 있다. 마침 내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앉으시라고 했다.
"저는 입석표를 끊어서..."
"저도 입석이어요. 자리 주인이 나타나면 비워주면 되지요 뭐!"
"그래도..."
그사람은 끝내 자리에 앉지 않았다. 안 앉겠다는데에야...
나는 잠깐 눈을 감았느데 잠이들었나보다. 서울역이라고 내릴 준비를 하라는 방송에 잠이 깼다.
서울역에 도착할때까지 자리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내 옆자리도 비어 있었고, 통로에 여전히 그 사람은 서 있었다.
똑같은 입석표로 나는 자리에 앉아 잠까지 자면서 온 반면에 그 사람은 자리를 두고도 힘들게 서서왔다. 혹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자리의 주인과 잠깐 대면하게 될 쑥스럼을 당하지 않으려고 두시간을 그냥 서서 오다니! 참 소심한 사람 하고는.... 2003.12.22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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