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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기70】2000.9.16 (토) 하루종일 비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도 드물지 싶다. 찔끔거려 그나마 다행이지 여기서 좀 더 많은 양의 비가 온다면 전국에 엄청난 홍수가 날 것이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마음을 가라 앉히고 글을 썼다. 비 오는 날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금새 마음이 가라앉아 버린다. 일부러 '복음성가 메들리'같은 시끌짝한 씨디를 틀고, 주전자에서는 퐁퐁거리며 물이 끓게 하고, 너저분한 주변 정리도 하고, 짐짓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너스레를 떨어보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루를 허비하지 않는다.
【느낌일기71】2000.9.17.(햇볕) 내것이 아니니
지난달 어느날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교회 입구에 세워 놓았습니다. 곧 가져가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비를 맞아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물이 묻은 이음새 부분에 녹이 슬려고 합니다. 얼른 주인이 가져가기를 바라며 자전거를 교회 처마 밑에 옮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한달이 넘도록 그대로 있습니다. 열쇠부분을 만지니 쉽게 부러져 버립니다.
그래서 급한 일이 있을 때 몇번 탔습니다. 성능 좋은 새 자전거입니다. 오늘도 자전거는 교회 마당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만약 이 자전거를 내가 돈주고 샀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방치 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누군가 주인이 나타나면 언제고 가져간다고 생각하니 교회 마당에 놓아 두어도 하나도 염려가 안 됩니다. 어짜피 내것이 아니니 도둑을 맞든 주인이 나타나서 가져가든 아쉬울 것이 없는 것이지요. 이땅에 살면서 잠깐 쓰고 가는 재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바로이와 같아야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느낌일기72】2000.9.18 말말말
새벽예배, 어린이예배, 주일오전예배, 주일오후예배, 그리고 식사를하면서 오늘도 엄청난 양의 말을 하고 들었다. 그런데 이 밤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에 지금 남아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오전예배때 내가 설교했던 설교의 제목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빠, 아빠는 멋져요. 우리 아빠는 너무 멋진 것 같아"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오며 오뎅가게에서 아빠에게 오뎅하나 얻어먹으며 딸내미가 호들갑을 떨며 했던 말 말고는 그 좋은 말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일주일 내내 멋진 문장을 골라 애써 작성해 설교했던 설교가 단 한마디도 떠오르지 않다니...
내 마음의 그물코가 너무 넓어서 다 빠져나가 버린 것인가. 아니면 말들이 너무 작아 내 그물에 걸리지 못하는 것인가!
【느낌일기73】2000.9.19 (화) 무심(無心)
교회앞 드봉화장품 가게 아주머니는 청천제일교회에 다니신다. 그런데 오며가며 보면 손님이 없을때는 꼭 뜨개질을 하고 계신다.
가게가 조금 높은데 있어서 무엇을 뜨는지 자세히 알수도 없고, 화장품을 살 일도 없어서 들어가 얘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지만 보면 꼭 뜨개질에 깊이 몰두해 다른 생각은 안하는 것 같은 무심한 표정이다. (뭘 생각하는건지...)
저렇게 손으로 한 코 한코 일일이 떠서 만든 옷이 얼마나 귀한가.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시작 했다가도 그 지루한 반복작업에 짜증이 날만도 하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무심(無心)한 마음이 되겠지. 불교에서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생각은 무심이라고 한다는데, 저 옷을 누가 입을지 그건 무심을 입는 것이리라...
【느낌일기74】2000.9.20. (햇볕) 좋은이와 항아리
좋은이가 엄마에게 혼났다. 선교원에서 돌아온 오후내내 벌을 선 모양이다. 이유는 쌀독의 뚜껑을 깼기 때문이다. 싱크대가 너무 높아 손이 닿지 않으니 무엇인가 디디고 올라가야 되는데 마침 냉장고와 싱크대 사이에 쌀독이 있었고 가끔씩 살그머니 쌀독위에 올라가 손을 씻거나 선반위의 물건을 내리곤 했던가 보다.
그런데 그만 항아리 뚜껑에 금이 뚝! 가면서 쪼개져 버린 것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깨질새라 살그머니 올라가고 내려오고 했는데 울먹이며 '동생이 어쩌고...' 하는 것을 보니 오늘은 동생과 장난을 치다가 무심결에 항아리 위로 훌떡 올라간 것이겠지.
어찌 좋은이 뿐이랴... 사람의 마음이란 다 그렇다. 처음에는 조심을 하다가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나중에는 조심성이 없어진다. 그래서 꼭 일을 저지르고 만다.
【느낌일기75】2000.9.21(목) 찬미예수
80년대에 로마교황 요한 바로로2세가 한국에 온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것은 '촨뮈예쉬'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열심히 굴려 한국말로 '찬미예수'하면서 십자가 성호를 긋던 장면이다. 아마도 한국에 왔으니 한국말로 한번 '찬미예수'를 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에 '찬미예수'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최용덕 간사의 '찬미예수'복음성가집의 제목이 그 말을 퍼트리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잘 아는 친구 전도사님이 아들과 딸을 하나씩 낳았는데 고놈들 이름이 하나는 찬미이고 하나는 찬수이다. '찬미예수'라는 단어로 지은 이름이다. 그 친구를 생각하니 문득 '찬미예수' 하고 내 입이 소리를 낸다.
"찬미예수" 참 좋은 말이다.
【느낌일기76】2000.9.22. 우리가족 강아지 삼행시
<아빠>
강.. 강아지 사왔다 얘들아!
아.. 아빠! 최고!
지.. 지금 삶아라!
<엄마>
강...강아지 다 삶았떠엽??
아...아~~
지...지두 한 입만~^(..)^
<좋은(6살)>
강...강아지가 좋은이를 보고 울고있네요
아...아주 슬프게 울고있네요
지...지금은 잡아먹지마세요 네.
<밝은(3살)>
강...강아지가 너무 불쌍해
아...아, 그건 그거고
지...지금 나 똥쌌어어요.
【느낌일기77】2000.9.23.(토) 하나님은 어디계셔?
요즘 좋은이가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님은 어디 계셔?" 이다. 하나님이 우리 마음속에 계셔서 우리를 도아 주신다는 설교를 들은 이후에 더욱 혼란스러운가 보다. 마음속에서 나를 도와 주시는 하나님...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분명히 있기는 있는데 무엇인지 알수가 없는 것. 조금 배웠다는 어른들도 이해하기가 힘든데 어린 네가 이해할 수 없는게 당연하지.
그런데 오늘은 뜬금없이 "하나님이 제 안에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깜짝 놀랐다. 어린이들은 마음이 순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른들보다 마음속의 하나님을 쉽게 느끼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 아! 그럼 그건 네가 아빠에게 설명을 해줘야 겠구나.
【느낌일기78】2000.9.24(주일) 기도
목사님 출국 이후로 첫 번째 주일이다. 오늘부터는 하루에 네 번의 예배를 인도해야 한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온 동네에 골목이 파해쳐지고, 포크레인과 땅바닥을 가르고 구멍을 뚫는 바이브레터가 돌아다니며 도시가스관 매설을 하는데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주일오전 예배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바로 교회 대문 앞에서 포크레인에 붙은 바이브레터가 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구멍을 뚫는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옆사람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다급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와 문을 걸어 잠그고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긴급 기도를 했다.
기도를 마치자 신기하게도 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는 오전예배를 마치자마자 또다시 다다다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느낌일기79】2000.9.25(월) 코스모스
장수산에서 코스모스 모종을 한 20여그루 뽑아온 것 같다. 교회 담장 아래로 줄 맞춰 심고 남은 모종은 식당 앞 밭가에 심었다. 그런데 담장 아래 심은 코스모스는 술꾼들의 오줌세례와 인정사정 없는 차바퀴에 깔려 다 죽고 두 그루 남았다.
그 중 한그루를 지난 태풍때 반쯤 날아가버린 팽이나무 자리가 너무 허전하여 옮겨 심었더니, 지금 커다란 나무만큼이나 무성하게 자랐다. 코스모스 줄기가 이렇게 엄지손가락 두 개 두께만큼 커질수도 있는가보다. 그런데 장수산 코스모스나 식당앞 동기들은 벌써 꽃을 피워 주위를 화사하게 해주고 있는데 말그대로 요놈은 잎만 무성한 코스모스다. 나중에 한꺼번에 쨘! 하고 꽃을 피우려고 꽃봉우리를 지금 속에 감추고 있을꺼야. 아무리 살펴 보아도 꽃봉우리는없고 아직도 더 나올 줄기가 숨어 있다.
사모님, 아내, 홍집사님 모두들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뽑아버리자고 한다. 코스모스도 지금 우리가 하는 말을 다 들었을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해서 이번주는 겨우 목숨을 부지한 잎만 무성한 코스모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도 드물지 싶다. 찔끔거려 그나마 다행이지 여기서 좀 더 많은 양의 비가 온다면 전국에 엄청난 홍수가 날 것이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마음을 가라 앉히고 글을 썼다. 비 오는 날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금새 마음이 가라앉아 버린다. 일부러 '복음성가 메들리'같은 시끌짝한 씨디를 틀고, 주전자에서는 퐁퐁거리며 물이 끓게 하고, 너저분한 주변 정리도 하고, 짐짓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너스레를 떨어보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루를 허비하지 않는다.
【느낌일기71】2000.9.17.(햇볕) 내것이 아니니
지난달 어느날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교회 입구에 세워 놓았습니다. 곧 가져가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비를 맞아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물이 묻은 이음새 부분에 녹이 슬려고 합니다. 얼른 주인이 가져가기를 바라며 자전거를 교회 처마 밑에 옮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한달이 넘도록 그대로 있습니다. 열쇠부분을 만지니 쉽게 부러져 버립니다.
그래서 급한 일이 있을 때 몇번 탔습니다. 성능 좋은 새 자전거입니다. 오늘도 자전거는 교회 마당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만약 이 자전거를 내가 돈주고 샀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방치 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누군가 주인이 나타나면 언제고 가져간다고 생각하니 교회 마당에 놓아 두어도 하나도 염려가 안 됩니다. 어짜피 내것이 아니니 도둑을 맞든 주인이 나타나서 가져가든 아쉬울 것이 없는 것이지요. 이땅에 살면서 잠깐 쓰고 가는 재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바로이와 같아야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느낌일기72】2000.9.18 말말말
새벽예배, 어린이예배, 주일오전예배, 주일오후예배, 그리고 식사를하면서 오늘도 엄청난 양의 말을 하고 들었다. 그런데 이 밤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에 지금 남아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오전예배때 내가 설교했던 설교의 제목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빠, 아빠는 멋져요. 우리 아빠는 너무 멋진 것 같아"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오며 오뎅가게에서 아빠에게 오뎅하나 얻어먹으며 딸내미가 호들갑을 떨며 했던 말 말고는 그 좋은 말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일주일 내내 멋진 문장을 골라 애써 작성해 설교했던 설교가 단 한마디도 떠오르지 않다니...
내 마음의 그물코가 너무 넓어서 다 빠져나가 버린 것인가. 아니면 말들이 너무 작아 내 그물에 걸리지 못하는 것인가!
【느낌일기73】2000.9.19 (화) 무심(無心)
교회앞 드봉화장품 가게 아주머니는 청천제일교회에 다니신다. 그런데 오며가며 보면 손님이 없을때는 꼭 뜨개질을 하고 계신다.
가게가 조금 높은데 있어서 무엇을 뜨는지 자세히 알수도 없고, 화장품을 살 일도 없어서 들어가 얘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지만 보면 꼭 뜨개질에 깊이 몰두해 다른 생각은 안하는 것 같은 무심한 표정이다. (뭘 생각하는건지...)
저렇게 손으로 한 코 한코 일일이 떠서 만든 옷이 얼마나 귀한가.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시작 했다가도 그 지루한 반복작업에 짜증이 날만도 하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무심(無心)한 마음이 되겠지. 불교에서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생각은 무심이라고 한다는데, 저 옷을 누가 입을지 그건 무심을 입는 것이리라...
【느낌일기74】2000.9.20. (햇볕) 좋은이와 항아리
좋은이가 엄마에게 혼났다. 선교원에서 돌아온 오후내내 벌을 선 모양이다. 이유는 쌀독의 뚜껑을 깼기 때문이다. 싱크대가 너무 높아 손이 닿지 않으니 무엇인가 디디고 올라가야 되는데 마침 냉장고와 싱크대 사이에 쌀독이 있었고 가끔씩 살그머니 쌀독위에 올라가 손을 씻거나 선반위의 물건을 내리곤 했던가 보다.
그런데 그만 항아리 뚜껑에 금이 뚝! 가면서 쪼개져 버린 것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깨질새라 살그머니 올라가고 내려오고 했는데 울먹이며 '동생이 어쩌고...' 하는 것을 보니 오늘은 동생과 장난을 치다가 무심결에 항아리 위로 훌떡 올라간 것이겠지.
어찌 좋은이 뿐이랴... 사람의 마음이란 다 그렇다. 처음에는 조심을 하다가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나중에는 조심성이 없어진다. 그래서 꼭 일을 저지르고 만다.
【느낌일기75】2000.9.21(목) 찬미예수
80년대에 로마교황 요한 바로로2세가 한국에 온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것은 '촨뮈예쉬'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열심히 굴려 한국말로 '찬미예수'하면서 십자가 성호를 긋던 장면이다. 아마도 한국에 왔으니 한국말로 한번 '찬미예수'를 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에 '찬미예수'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최용덕 간사의 '찬미예수'복음성가집의 제목이 그 말을 퍼트리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잘 아는 친구 전도사님이 아들과 딸을 하나씩 낳았는데 고놈들 이름이 하나는 찬미이고 하나는 찬수이다. '찬미예수'라는 단어로 지은 이름이다. 그 친구를 생각하니 문득 '찬미예수' 하고 내 입이 소리를 낸다.
"찬미예수" 참 좋은 말이다.
【느낌일기76】2000.9.22. 우리가족 강아지 삼행시
<아빠>
강.. 강아지 사왔다 얘들아!
아.. 아빠! 최고!
지.. 지금 삶아라!
<엄마>
강...강아지 다 삶았떠엽??
아...아~~
지...지두 한 입만~^(..)^
<좋은(6살)>
강...강아지가 좋은이를 보고 울고있네요
아...아주 슬프게 울고있네요
지...지금은 잡아먹지마세요 네.
<밝은(3살)>
강...강아지가 너무 불쌍해
아...아, 그건 그거고
지...지금 나 똥쌌어어요.
【느낌일기77】2000.9.23.(토) 하나님은 어디계셔?
요즘 좋은이가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님은 어디 계셔?" 이다. 하나님이 우리 마음속에 계셔서 우리를 도아 주신다는 설교를 들은 이후에 더욱 혼란스러운가 보다. 마음속에서 나를 도와 주시는 하나님...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분명히 있기는 있는데 무엇인지 알수가 없는 것. 조금 배웠다는 어른들도 이해하기가 힘든데 어린 네가 이해할 수 없는게 당연하지.
그런데 오늘은 뜬금없이 "하나님이 제 안에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깜짝 놀랐다. 어린이들은 마음이 순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른들보다 마음속의 하나님을 쉽게 느끼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 아! 그럼 그건 네가 아빠에게 설명을 해줘야 겠구나.
【느낌일기78】2000.9.24(주일) 기도
목사님 출국 이후로 첫 번째 주일이다. 오늘부터는 하루에 네 번의 예배를 인도해야 한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온 동네에 골목이 파해쳐지고, 포크레인과 땅바닥을 가르고 구멍을 뚫는 바이브레터가 돌아다니며 도시가스관 매설을 하는데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주일오전 예배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바로 교회 대문 앞에서 포크레인에 붙은 바이브레터가 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구멍을 뚫는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옆사람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다급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와 문을 걸어 잠그고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긴급 기도를 했다.
기도를 마치자 신기하게도 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는 오전예배를 마치자마자 또다시 다다다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느낌일기79】2000.9.25(월) 코스모스
장수산에서 코스모스 모종을 한 20여그루 뽑아온 것 같다. 교회 담장 아래로 줄 맞춰 심고 남은 모종은 식당 앞 밭가에 심었다. 그런데 담장 아래 심은 코스모스는 술꾼들의 오줌세례와 인정사정 없는 차바퀴에 깔려 다 죽고 두 그루 남았다.
그 중 한그루를 지난 태풍때 반쯤 날아가버린 팽이나무 자리가 너무 허전하여 옮겨 심었더니, 지금 커다란 나무만큼이나 무성하게 자랐다. 코스모스 줄기가 이렇게 엄지손가락 두 개 두께만큼 커질수도 있는가보다. 그런데 장수산 코스모스나 식당앞 동기들은 벌써 꽃을 피워 주위를 화사하게 해주고 있는데 말그대로 요놈은 잎만 무성한 코스모스다. 나중에 한꺼번에 쨘! 하고 꽃을 피우려고 꽃봉우리를 지금 속에 감추고 있을꺼야. 아무리 살펴 보아도 꽃봉우리는없고 아직도 더 나올 줄기가 숨어 있다.
사모님, 아내, 홍집사님 모두들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뽑아버리자고 한다. 코스모스도 지금 우리가 하는 말을 다 들었을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해서 이번주는 겨우 목숨을 부지한 잎만 무성한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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