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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큰 가족

마가복음 길희성............... 조회 수 1852 추천 수 0 2007.11.20 15: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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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막3:31-35 
설교자 : 길희성 형제 
참고 : 새길교회 
성서본문: 그리스도인들은 한마디로 말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나라의 부름에 응답하고 나선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나라의 실재성을 의심할 때도 있지만 가정과 교회를 통해 하나님나라의 징표를 보며 그 행복을 미리 맛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순수한 사랑과 헌신과 희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하나님이 온 인류에게 베풀어주신 자연적 은총의 장이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워주신 특별한 은총의 장입니다. 우리가 좌절하고 낙망할 때 우리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지켜주고 감싸주는 곳이 가정입니다. 가정은 우리의 선택에 의해 구성된 이익 사회가 아니고 하나님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주어진 은총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머니의 모태를 뒤로하고 이 낯설고 불안한 세계로 들어올 때 우리에게 이 세상이 외롭고 냉혹한 곳이 아니며 위험하고 적대적인 세계가 아님을 알려주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입니다. 어머니의 품을 통해 우리는 인생에 대한 첫 감각을 익히고 삶에 대한 신뢰와 감사, 사랑과 자신감을 배운다. 어머니의 손길은 곧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손길 그 자체입니다. 어머니의 손길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을 믿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모두를 증오하는 극악무도한 흉악범의 경우라 하더라도 그에게 아직도 일말의 인간성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며, 그러기에 그도 어머니 앞에서는 끝내 무릎을 꿇는 것을 우리는 가끔 목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을 부모의 사랑에 비유하셨습니다. 악한 우리들도 부모로서의 사랑만은 베풀 줄 알기에 그것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마태복음 7:9-10). 그러나 인간 부모의 사랑은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하나님이 자연을 통해 베풀어주신 축복인 부모의 사랑마저도 인간의 이기심으로 물들어 왜곡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순수한 자연적 은총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정마저도 죄의 힘에 의해 왜곡되고 폭력과 억압, 이기심과 탐욕의 제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가정은 결코 하나님나라가 아니며, 가정 역시 해방되고 구원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가정에 대한 낭만적 환상은 금물입니다. 얼마나 많은 신혼부부들이 이러한 환상을 키우다가 몇 날이 못 가 환상이 무너지는 허망함을 느끼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 안에 도사리고 있는 죄의 힘은 가정마저도 그대로 내버려두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인 가정을 왜곡시키고 위협하는 죄의 힘은 무엇보다도 부모의 이기심으로 나타납니다. 자식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이나 재산처럼 여기고 자신의 이기적 욕망에 따라 키우려는 부모들의 이기심은 특별히 한국의 부모들에게 강합니다. 부모의 사랑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순수하지만은 않습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부모의 원망 속에는 강한 이기적 보상심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식을 위한 사랑을 위장하여 자기사랑이 작용하고 있지나 않는지 우리는 부단히 자신을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요즈음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입시부정이나 입시지옥마저도 부분적으로는 빗나간 자식 사랑이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기대심리나 보상심리에서 나온 부모의 지나친 희생은 오히려 위험한 사랑입니다. 그것은 자식으로부터 참다운 보상도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식을 원망하게 만들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합니다. 부모의 희생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이고 순수해야 합니다. 강요된 희생은 보상심리를 낳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어머니의 희생을 강요해 온 것이나 아닌지 냉철히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사는 것이 어려웠기에 이러한 강요된 희생이 불가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강요된 희생은 마땅히 보상받아야 합니다. 오늘날 적어도 3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따라서 효도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강요된 부모의 희생은 강요된 효도에 의해서라도 보상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행해야 할 최소한의 정의입니다. 그러나 물론 강요된 희생보다 숭고한 것은 자발적 희생이며 강요된 효도보다 아름다운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효도입니다.
진정한 "어머니의 날"은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어머니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차별과 강요된 억울한 희생으로 어머니의 한을 쌓이게 해놓고 일년에 한 번 어머니의 노고를 위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희생을 찬양하면서 마치 앞으로도 계속 어머니이니까 희생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은근히 불어넣는다면, 이것은 잘못된 어머니 날 행사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선물인 가정을 왜곡시키는 죄의 힘은 가족 내의 성차별로 나타납니다. 남편의 권위주의는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도 비인간화하는 것이며, 일방적으로 강요된 아내의 희생은 여성들의 깊은 한이 되며 자식에 대한 비정상적인 애착을 초래합니다. 남아를 여자아이보다 선호하는 것도 부모의 이기심의 발로로서 무수한 하나님의 딸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식은 하나님의 선물이며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축복입니다. 자식을 통해 우리들 스스로가 성숙해지며 사랑과 희생, 인내와 책임을 배웁니다. 무엇보다도 부모가 되면서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의 독생자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은총을 체험합니다.
가정을 왜곡시키는 또 하나의 죄의 힘은 역설적으로 가족주의 내지 가족 이기주의로 나타납니다. 가족을 마치 삶의 궁극적 목표나 가치로 여기고 삶의 마지막 피난처나 안전판으로 여기는 그릇된 생각입니다. 내 새끼 내 자식만 생각하는 가족 이기주의는 우리 사회의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부정, 부패를 만연케 합니다. 자기가 먹을 것만으로 만족 못하고 자식들과 심지어는 손자의 몫까지도 장만하려는 확대된 이기심은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죄와 이기심으로 왜곡된 가정을 바로 잡아 하나님이 주신 자연적 은총의 장으로 회복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말씀을 통해 그 대답은 분명해 집니다. 첫째, 우리는 하늘의 아버지, 하늘의 부모를 알고, 그의 뜻을 준행해야 합니다. 우리의 참다운 부모를 우리가 사랑하고 순종하며 효도할 줄 알 때 우리는 자신의 이기심으로부터 해방되어 제대로 부모 노릇을 할 수 있으며 아이들을 주의 뜻에 따라 인간답게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자기 자신의 가족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하늘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새로운 가정, 확대된 가정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의 가정도 제대로 살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결코 인간의 가정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혼을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로서 축복하시고 성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인간의 가족집단이 죄에 의해 왜곡된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이기심이 확대 재생산되는 곳이 될 수 있음을 간파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께서는 가정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제자들과 함께 보다 더 큰 가족, 곧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그의 뜻을 실천하는 새로운 가정을 형성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사람은 자식을 자기 소유로 생각하거나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자식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그의 자녀로 키우라고 맡겨 놓은 귀한 존재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위에 더 높은 부모가 계심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이 진리를 자식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가정교육의 제일보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가족 이기주의, 가족 지상주의는 극복되어야 합니다. 가족을 인생의 전부로 삼고 우상화하는 것은 오히려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도 병들게 하는 일입니다. 예수께서는 나도 살고 가정도 살고 사회도 살기 위해서는 좁은 혈연집단 이상의 큰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회는 바로 이러한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더 큰 가족 공동체로서, 한 하나님 아버지를 모시고 그의 뜻을 따르는 믿음의 형제 자매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가정인 것입니다. 가정도 교회도 하나님나라 그 자체는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나라로 향해 가는 순례의 도상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지상에서 보이지 않는 그 나라의 꿈을 키우며 그 실재성을 확인하며 미리 맛보는 공동체로서, 하나님나라의 징표이며 하나님나라의 실험 실습장입니다. 가정과 교회는 하나님나라를 향한 순례 도상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잠깐 쉬었다 가는 중간 정류장과 같은 곳으로서, 그곳에서 새로운 힘을 얻어야 우리는 비로소 직장과 사회 속에서 하나님나라의 역군,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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