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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예수와 한심한 제자들

마가복음 한완상............... 조회 수 2082 추천 수 0 2007.11.29 20: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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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막10:35-45 
설교자 : 한완상 형제 
참고 : 새길교회 
성서 속에서 주님을 만나면 언제나 그곳에는 감동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감동의 파장을 느끼게 됩니다. 그곳에서 제자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 우리들의 어리석고 못난 모습을 보게 되어 또한 깨닫는 바가 큽니다. 오늘 우리는 외로운 예수님께 탐욕스러운 요구를 해 온 야고보와 요한을 만나서 오늘 우리 상황에서 새롭게 교훈을 얻고자 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에게 임박해 온 죽음을 미몽 상태에 있는 제자들에게 깨우쳐야 하는 외로운 상황에 처해 있던 어느 날 제자들 중 가장 가까운 두 제자들의 당당하고 오만하기까지 한 질문 공세를 받게 되었습니다. 수난과 죽음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제자들은 예수가 집권에 성공하여 영광을 받게 되면 가장 높은 두 자리를 자기들에게 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요청을 받으신 주님께서는 그들의 천박함을 나무라지 아니하시고 예수님답게 차분하게 대답하십니다. 우리는 외로운 주님과 어리석은 제자들 간의 대화에서 우리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을 확인하면서 새삼 주님의 인격적이고 인간적인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첫째, 제자들은 무모하게 요구합니다. 우리의 요구를 무엇이든 들어 주십시오 라고 강요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들 요구가 유치할 뿐 아니라, 무서운 편법성을 띠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무엇이든지 응답해달라는 요구는 요구의 정당성이나 도덕성은 아예 무시하는 요구입니다. 이와 같은 편법주의는 범죄를 낳게 됩니다. 비극이 생겨납니다. 부정입학에서 쿠데타에 이르기까지의 무서운 일을 저지르게도 합니다. 돈을 얻기 위해서는 부모까지 잔인하게 죽이는 박한상군도 따지고 보면 무엇이든 들어달라는 탐욕의 결과라 하겠습니다. 오늘 이 나라는 이러한 탐욕으로 병들고 있는데, 그 중에서는 종교와 신앙을 빙자한 편법주의가 제일 무섭고 위선적인 것입니다.
하기야 이와 같은 요구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제자들을 보면, 거기에는 위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님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감동적인가를 실제로 보았고, 때로는 구름처럼 몰려오는 군중을 직접 본 터라, 주님께서 세속권세를 탐하셨다면 집권(선거를 통한다하면 더욱)하기란 쉬웠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것을 믿었기에 그런 무모한 그러나 솔직한 요구를 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들의 행동을 거울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속에 무서운 편법주의는 없습니까? 신앙을 빙자해서 무엇이든 달라고 요구하지 안습니까? 우리는 무슨 욕심으로 주님을 오늘도 따르고 있습니까? 金力, 權力, 명예입니까? 아니면 인정받고 싶고 소외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입니까? 그래도 제자들은 솔직했는데 우리는 그들만큼 솔직이나 합니까?
둘째로, 주님의 대답에서 주님을 다시 봅시다. 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들의 어리석고 무모함을 야단치시지 않으셨습니다. 이 물음법은 앞으로 너희들이 남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보라는 간접교훈이 있습니다. 케네디의 유명한 취임연설의 한 문장은 여기에 연유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신 뒤 주님은 두 가지로 깨우치십니다.
먼저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의 무식함 또는 지식의 양이 적음을 지적하신 것이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을 보지 못함을 깨우치신 것입니다. 메시아는 고난과 죽음을 향해가면서 마침내 부활 승리하는 분이지, 당장 권력을 잡는 그러한 지도자가 아님을 깨우치신 것입니다. 메시아에게서 정치적. 사회적 영광과 특권을 바랐던 제자들을 깨닫게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종교에서 신앙에서 무엇을 바랍니까? 때로 교회에서 권위주의를 찾으려 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기도가 응답 받지 못할 때는 우리가 이 제자들처럼 엉뚱한 것을 이기적으로 간구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내 잔을 마시고 내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이것은 고난과 슬픔을 감내할 수 있느냐를 물으신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가는 길이 결코 특권과 영광만 있는 길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난과 슬픔이 있으나 그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는 길입니다.
셋째로 우리는 제자들의 더 한심한 대답에서 배워봅시다, 그들은 주님의 잔을 마실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예수 체포 때 모두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할 수 없는 데도 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 큰 실수를 했던 분으로서 우리는 헤롯왕을 기억합니다. 왕으로서 무엇이든 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가 세례요한의 목을 칠 수밖에 없었던 그의 교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또 할 수 있는 데도 이기심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착각했던 사람으로서 빌라도를 기억합니다. 예수의 무죄를 알기에 그를 사형집행에서 구할 수 있는 데도, 로마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자기 출세를 걱정하다보니 예수님을 처형했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는 데도 할 수 없다고 착각하지 않습니까? 우리들은 하나님의 뜻을 이룩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을 해내지 못하는 무력함과 비겁함을 솔직히 고백하고 이것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소리쳤던 히틀러와 박정희씨의 최후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어리석은 야고보와 요한의 행동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합시다. 그리고 주님의 대응에서 새로운 용기를 얻읍시다.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예수님을 다시 한번 만납시다. 주님의 쓰라린 잔을 마시고 괴로운 시련의 세례를 받게 될 때 오히려 그것이 영광임을 깨달읍시다.
우리는 지식에 있어 남 못지 않은 지식인들입니다. 허나 우리가 과연 복음의 핵심을 바로 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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