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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영접함

마가복음 박윤경............... 조회 수 1684 추천 수 0 2009.04.24 23: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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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막9:35-37 
설교자 : 박윤경 자매 
참고 : 2008.02.24 새길교회 주일설교 

저에게 의미 있었던 “졸업”은 유치원졸업과 대학 졸업입니다. 유치원졸업은 다리를 다쳐 40일간 깁스를 하고 앉아만 있다가 깁스를 푼 기쁨과 이제 학교에 간다는 즐거움에 들떠서였지요. 반면에 대학졸업은 취업걱정에 마음이 무겁고 근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제 인생에 가장 의미 있는 졸업은 첫 아이의 유치원졸업이고 가장 두려운 졸업은 현재 고2인 제 아들의 다가오는 고등학교 졸업입니다. 어느덧 ‘나’보다는 ‘어머니’로서의 삶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저는 27살에 결혼하여 30살에 첫아이를 낳아 노산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도 늦어집니다. 아이도 하나 아니면 둘만 낳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남녀가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낳으면 한 아기에게 6명의 어른들, 즉 부모와 친가/외가 어른들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예전에는 많은 자녀를 낳아 길렀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사회 분위기 또한 아이들을 배려하고 존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부모가 되면 정보가 넘치는 이 사회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아이를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 애쓰게 됩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되고 항상 나의 편이 되 주는 어머니란 존재에 길들여집니다.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배려하며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지는 모두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취학 전에도 유명한 피아노학원에 가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어머니들끼리 서로 좋은 학원은 가르쳐 주지도 않는답니다. 초등학교 생일잔치엔 몇 달 전에 실내 놀이터를 예약하고 반 학생을 다 초대하면 어머니들도 모두 함께 참석하여 어머니모임도 함께 한다고 합니다.

저는 올해로 여고 교사로 재직한 지 20년을 맞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과 다르게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또한 자기가 손해를 보는 일은 참지 못하고 조목조목 따집니다. 자신이 납득하지 않으면 어떤 일에도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의 잘못을 지적할 때도 정확하게 이유를 말하고 납득시켜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또 자신을 자기가 생각한 대로 예쁘게 꾸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칙과 상관없이 염색 파머 화장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소풍을 가면 머리는 드라이로 예쁘게 하고 큰 귀걸이에 화장을 한 후 최신 유행하는 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고 옵니다. 졸업앨범사진을 찍을 때는 드라이어를 학교에 가지고 와서 서로 예쁘게 머리를 해 주고 화장을 곱게 한 후 사진을 찍고, 다시 세수를 한 후 수업을 듣습니다. 수능이 끝난 후엔 한 반에 3명이상이 성형수술을 하고 졸업식에 옵니다. 정말 자신의 개성을 다 드러내고 싶어 하지요.

제 아들을 통해 들은 남자고등학교의 실태는 더욱 심합니다. 급식장에서 자기가 먹은 식판을 그냥 두고 가 버리거나 식당 구석진 곳에 숨겨놓고 가버리기도 하고 잔반을 버리는 곳에 식판채 버리고 가버리든가 수저도 함께 버리고 가 버립니다. 또한 특정 수업시간에 몇 몇 아이들은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며 논답니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아시게 되면 빨리 교실로 돌아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공을 찾으러 갔다가 늦었다, 함께 사먹은 간식으로 식중독이 걸려 양호실을 다녀왔다는 등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고 합니다. 청소시간에는 담임선생님이 청소당번을 정해준 뒤 청소하라고 나가시면 모두 다 도망가고, 간혹 남아서 청소하는 학생이 있으면 어떤 아이들은 너 때문에 도망친 내가 혼날 수도 있다고 오히려 화를 내기도 한답니다.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학원복도에서 앞에 있던 몇 명이 장난을 치다가 화분이 넘어져 그 속에 있던 작은 돌들이 쏟아졌습니다. 화분을 넘어뜨린 학생은 맨 뒤로 도망 가버리고, 그의 친구들이 화분을 세우고 돌을 집어넣었더니 뒤에 서 있던 친구들이 그 광경이 웃긴지 웃더랍니다. 그래서 결국 몇주먹 주어 넣다가 그만두고 수업하러 들어갔다나요. 그 옆에 있던 제 아들은 당연히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뒤에서 친구들이 비웃을까봐... 혹은 자기가 도와서 정리할 때 선생님들이 나오시면 자신이 쏟은 것으로 오해받을까봐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똑같은 놈이지요. 요즘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공부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기적인 학생들의 성격은 공통적인 것 같습니다. 또 그들의 내면은 유약하며 인내심과 진취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개성에 따라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개발하는 용기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착하고 성실하여 무한 경쟁의 사회에 나간다고 생각 했을 때, 도리어 걱정이 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요즘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부모님들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겁니다. 어려서부터 자녀의 교육 스케줄을 짜고 맞춤 교육을 해서 자신의 아이를 최고로 만들고 싶은 부모의 대단한 열망!!!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러기 아빠입니다. 기러기 아빠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것만 봐도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성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제가 들은 놀라운 일 중 하나는 군대 간 큰 아들이 작은 아들 시험기간에 첫 휴가를 나온다고 해서 휴가를 다음으로 미뤘다고 하는 엄마의 말이었는데 그 말을 들은 다른 엄마들이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직장 여성들만큼 매우 바쁩니다. 그 이유는 아이의 모든 스케줄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 일정에 따라 학교와 학원을 차로 데려다 주고 좋은 학원을 분기별로 선별해 보내면서 아이를 관리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대학수업 신청과 방학일정까지 계획해주며,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까지 모든 것을 다 어머니가 관리해 줍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일이 적어졌습니다.

오늘 본문말씀 마가복음에 ‘영접’이 나오는 데 사전적 의미로 “영접”이란 ‘맞아서 접대함’을 의미합니다. 예수님 당시엔 소외된 어린이들을 영접하는 맘이 소중하다는 말씀이셨겠지만 지금 우린 어린이들을 너무나 소중히 여겨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영접함에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자들이 누가 더 크냐로 싸우는 것처럼, 지금 우리는 내 자녀를 더 잘 나게 하기 위하여 싸우며 또 다른 방법으로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찾고 자신의 삶을 찾아 정진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이 내게 맏긴 한 영혼으로서 그 아이의 부족한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며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한 사회인으로 스스로 자신을 책임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우는 따뜻한 존재의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남들이 다 말하는 강남으로 와서 넘치는 학원 속으로 아이들을 보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인지 모르겠으나, 이곳에 와서 보니 부모로서의 제 길을 알 것 같습니다.

이제 전 제 욕심을 하나 둘 내려놓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자기 길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제가 만든 따뜻한 밥이나 준비해주며 그들이 더욱 성장하기를 조용히 바라보렵니다. 물론 아이들의 양면성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유롭게 인정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을 강하게 인도해 줬으면 하는 맘이 있다는 거지요. 나중에 엄마는 날 위해 해준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원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지혜가 필요할 겁니다. ‘누구는 어떻게 됐다더라’ 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지금의 그 모습 그대로 저에게는 사랑스럽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삶속에서 이들을 영접하며 살 때 예수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닮아 가는 것이 아닐런지요. 감사합니다.

평신도 열린공동체 새길교회 http://saegilchurch.or.kr
사단법인 새길기독사회문화원, 도서출판 새길 http://saegi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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