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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壁)을 허물고 나오라

마가복음 허태수 목사............... 조회 수 342 추천 수 0 2015.01.16 23: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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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막5:33-34 
설교자 : 허태수 목사 
참고 : 2014.8.18 주일예배 http://sungamch.net 춘천성암교회 

벽(壁)을 허물고 나오라
막5:33-34

 8월 첫 주에 ‘문(門)없는 문(門)으로 들어가라’는 제목으로 중풍병자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것은 ‘세상과는 다른 문’을 만들어야 하고, 그리고 다른 문으로 드나들며 살아가야하는 사람들 즉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말씀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렇게 문(門)에 대한 말씀을 나눴으니 오늘은 그 반대인 벽(壁)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나눠 보려고 합니다.

우선 핑크플로이드라는 1980년대에 유명했던 팝 그룹의 음악을 영상과 같이 듣고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부른 노래의 제목이 ‘The Wall-벽’이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를 알런 파크라는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그렇습니다. 누구나 인생이 그렇듯이 첩첩이 쌓인 벽 속에 갇힌 아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벽에 갇히면 점점 더 큰 벽을 둘러치게 되는데 이 아이는 과감하게 그 벽을 깨부수고 밖으로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은 실제가 아닌 상상 속에 벽을 만들고 그 안에 갇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누구라도 벽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것은 세상이 쌓아놓고 우리를 가두어 버리는 벽이기도 하고, 또한 우리 자신이 스스로 벽을 쌓음으로써 세상의 방해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은신처로서의 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쌓았건 세상이 쌓았건 벽이 모두 허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종교는 오래전부터 고백의 문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가령 카톨릭의 고해성사라든지, 개신교의 회개 같은 것들이 그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교리적인 행위들은 일시적이거나 조금 길게 자신의 벽을 허물어트리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예배 순서에 ‘삶의 고백’이라는 순서가 있기도 합니다. 이 모두 벽 허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카톨릭은 은밀하게 하는 거고 개신교는 공개적으로 하는 행위의 차이만 다릅니다.

그렇다고 이런 의식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벽을 전부 허무는 건 아닙니다. 스스로가 허용할 만큼의 벽만 허뭅니다. 그러면 일정 부분의 고독에서 해방되고 벽이 허물어지는 해방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벽을 쌓는 일이 자신의 존재를 지탱시켜주는 기술이 되기도 합니다. 또 그것을 허무는 일 또한 첩첩이 쌓인 인간사의 유용한 기술이기도 합니다. 둘 다 삶을 지탱하는 기술이 된다 그 말입니다. 이 말은 어떤 벽도 절대불변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씀을 드리면, 벽은 모두 허물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작정 쌓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 쉽게 말씀을 드리자면, 벽은 필요하기도 하고 불필요하기도 하다는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성서로 눈을 돌려 온통 벽 속에 갇힌 한 사람을 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간단히 33,34절을 읽었지만 우리는 이 대화가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12년 동안 하혈을 하면서 살아야 했던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녀가 예수님을 쫓아와 병 낫기를 간절히 바랬고, 결국 그녀는 그를 꽁꽁 싸고 있던 벽을 뚫고 자유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벽을 깨부수고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온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을 향해 길을 가시던 게 아닙니다. 회당장의 딸의 살리기 위해 길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누가누군지 잘 알 수 없는 그런 혼잡한 경황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한 여자가 어느 틈에 예수에게 근접하여 예수의 옷자락을 만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벽이 허물어지기를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여인이 겹겹으로 갇혀있던 벽은 무엇입니까? 12년 동안이나 하혈을 하며 살아야 했던 겁니다. ‘열둘’은 상징입니다. 회당장의 딸도 12살이었는데 예수님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그만 죽죠. 이스라엘에서 ‘열둘’이란 완전수입니다. 하나의 순환고리에서 처음이고 마지막이 ‘열둘’입니다. 그러므로 ‘열둘’은 시작이자 완성이 되는 숫자입니다. 미성년자는 열둘을 넘어서면 성인이 됩니다. 개개의 지파는 열둘로써 한 민족을 이룹니다. 열둘의 배수는 물론 천국의 숫자입니다. 구원받은 이들의 숫자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여인이 하혈병을 12년이나 앓았다는 것은 이 질병이 온통 이 여인의 인생을 통째로 삼켜 버렸다는 뜻입니다. 아주 견고한 벽이 되어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스라엘 종교관습으로 하혈병은 어떤 처우를 받습니까? 하혈은 부정한 것입니다. 그런 때에 여인은 남자를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제사를 올릴 수도 없습니다. 성전에 들어가는 일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경우가 모두 벽이지만, 그중에서도 남자를 가까이 할 수 없다는 것이고, 남자를 가까이 할 수 없음으로 자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불임이란 존재의 박탈을 의미합니다. 결국 그녀는 아들이 있고 없고를 막론하고 사회에서 완전하게 추방당한 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여인에게 이런 제악들은 어머 어마한 벽이었습니다. 어느 것으로도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한 두 해가 아니라 인생 전체라면, 이 벽은 너무나 엄청난 심판입니다. 그녀는 이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수고하고 소비했을까요?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의 삶은 희망에서 얼마나 멀어지고 있었을까요? 결국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웠을 겁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예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 그녀는 이제 스스로 벽을 쌓았고, 그 벽 속에 자신을 가두어 버렸습니다. 그녀에게는 이게 그나마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여인이 예수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스스로 나타난 것입니다. 벽을 허물고 싶었으면서도 감히 나설 수 없어서 스스로 벽 안에 머물러 있는 모순된 모습 그대로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에게서 어떤 징후를 알아차리고 그녀에게로 돌아섭니다. 예수님이 수많은 군중들 틈에서 그녀에게로 돌아서서 눈을 마주쳤을 때 그녀는 기뻤던 게 아니라 두려웠습니다. 그녀는 모순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벽을 무너뜨리고는 싶지만, 막상 벽이 무너졌을 때 그녀가 당해야 할 세상의 보복이랄까, 벽을 공개하고는 부끄러움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바로 그때 예수님이 엄청난 선언을 합니다. “그대의 믿음이 그대를 구원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고 이런 표현을 하신 경우는 눅7:50의 창녀에게, 막10:52의 거지에게, 눅17:19의 나병환자에게 뿐이었습니다. 이들 모두는 깊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의 행위를 죄악시 하는 벽이 높이 쳐진 가운데 했던 행위였습니다. 자신이 예수에게 당당히 나가 뭘 좀 어떻게 해달라는 간절함이 의롭기는커녕 정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받을 게 뻔 한 세상의 벽, 그리고 스스로도 그렇다고 고백하는 스스로의 벽에 갇힌 그녀에게, 그들에게 해방을 선언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 보세요.

“내가 그렇게 해 주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즉, “그건 니가 한 일이다.”그런 말씀 아닙니까? 예수님은 자신의 능력을 위세하지 않으십니다. 그들에게, 그녀 자신에게 공을 돌립니다. 왜 그러신 걸까요? 그들의 벽, 그녀의 벽을 의식하신 것입니다. 그들 스스로 그 벽을 허물 수 있게 하시려고 그러셨던 겁니다. 그런 다음에 예수님이 말씀합니다.

“평안 가시오.” 이제는 벽이 너를 괴롭히지 못한다는 뜻이 아닙니까? 네가 너의 벽을 허물었으니 이제 되었다는 말씀이 아닙니까?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우리를 둘러싼 생존의 벽을 허물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벽은 실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그 허상의 벽을 실상의 매체로 존재하시는 것입니다. 그 예수를 향해 그대의 손을 뻗으십시오. “벽을 허물고 나오라!” 이것이 ‘열두 해 혈루증 앓던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예수의 복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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