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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의 ‘삐딱이들’7 -오병이어의 기적

요한복음 허태수 목사............... 조회 수 2251 추천 수 0 2013.03.09 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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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요6:1-15 
설교자 : 허태수 목사 
참고 : 2012.8.15 주일설교 /성암교회 http://sungamch.net 

초기 기독교의 ‘삐딱이들’7
요6:1-15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사마리아 기행’ 이야기가 오로지 요한복음에만 기록되어 있다면(그 이유는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죠), 오늘 우리가 보고자 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이야기는 신약성서의 4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 있다는 게 또 특징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한복음에는 다른 복음서와는 다르게 독특한 4개의 예수이야기와 예수의 표상이 한 쌍을 이루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가 하면, 지난 4장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 목마르지 않는 샘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습니다. 이 대화가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예수님이야말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14)’이라는 것입니다. 당시대의 기독교 공동체가 예수를 어떻게 표상했는지에 관한 증빙문건이기도 합니다. ‘예수는 목마르지 않는 생수’라는 예수를 상징하는 표현은 구구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존재의 갈증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결핍이 해소되는 체험에 도달하게 합니다. 그런데 만약, 예수님이 사마리아를 관통해서 나아가다가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생략하고, 무조건 ‘예수님은 목마르지 않는 생수’라는 것을 외우기만 한다고 합시다. 그렇게 되면 신앙은 관념으로 빠지게 되고 일상과는 단절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일상과 상관없이 신앙이 유지되도록 하는 게 교회의 제도이고, 예전이며, 종교 전통이 되는 것입니다. 삶이 생략되고 신앙이 추상화 되는 거죠.

바로 이것을 염두에 두고 요한공동체는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예수님의 사건을 먼저 이야기 하고 그 다음에 그 사건이 예수를 어떻게 조명하는가를 증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요한복음의 공동체의 신앙은 이론화, 관념화, 제도화를 벗어나서 실생활에 어떻게 살아지느냐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예수이야기와 그것이 표상하는 예수는 누구인가에 대한 도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4:1-42---사마리아 여인 이야기-----예수님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이다(14).
6:1-15---오병이어 이야기---------예수님은 생명의 빵이다(29-59).
9:1-41---소경을 눈뜨게 한 이야기--예수님은 세상의 빛이다(5).
11:1-16—나사로의 부활—----------예수님은 부활이요 생명이다(25).  

오늘 우리가 보는 본문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넉넉히 알고 있다고 믿음직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흔히 우리는 이 본문으로 ‘작은 정성으로 큰 기적을 일으키는 것’에 해석의 비중을 둡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초기 그리스도교가 시도하고 있는 신앙의 예전화에 대한 비판이며 거부입니다. 표면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는 역사 신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말입니다. 초기 기독교는 제도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조직과 틀을 세우고, 그것을 규격화 하는 과정에는 그 모든 행위들을 거룩하게 여길 예전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를 신성하게 표현할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성만찬’예식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 문제, 예전화 된 성만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6장에는 오병이어 이야기(1-15)와 예수님이 물위를 걷는 이야기(16-21)가 한 묶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4복음서가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이 둘은 본래부터 하나의 의미로 전해져 온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에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22-59)이라는 결론을 짓고, 그러자 제자들의 웅성거림과 베드로의 고백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누구나가 요한복음 6장을 읽다보면 난데없이 나타나는 물위를 걷는 이야기는 앞의 오병이어의 교훈을 헷갈리게 만듭니다. 마치 이물질이 낀 것처럼, 꼭 이 대목에 물위를 걷는 이야기를 넣었어야 할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죠. 그럼에도 이 두 이야기를 갈라놓을 수 없는 어떤 사정, 흐름의 방해가 일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본문에 수록했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거란 말입니다.  

먼저 4복음서에 공히 등장하는 오병이야기를 보겠습니다.
요6:1-15, 막6:32-44, 마14:13-21, 눅10:10-17입니다. 이 4복음서의 등장하는 오병이어의 이야기와 요한복음서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다른 점을 보겠습니다.

*요한복음은 이 사건을 ‘해방절이 다가오는 때’(4)라고 합니다. 해방절이란 성만찬 나눔이 있었던 시간입니다(막14:2, 마26:17, 눅22:7).

**다른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이 무리를 가르친 후(막6:34), 치유를 하신 이후(마14:14, 눅9:11)저녁 시간이 되었을 때, 배가 고팠을 때라고 합니다. 하루 중 굶주림의 최절정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요한복음에는 그런 시간 설정이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는 ‘굶주림’을 상상하는 시간적 배경 설정이 필요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의 관심은 이제부터입니다. 모인 사람들의 식사문제를 처음 거론한 사람이 누구인가요? 요한복음에는 예수님이 직접 거론했지만, 다른 복음서에는 제자들이 한걸로 되어 있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는 본래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요한복음에는 소년에게서 나왔다고 되어 있고, 다른 복음서에서는 제자들의 비상식량이었습니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소년/파이다리온’이란 형들의 미움을 사서 노예로 팔려가던 요셉에게 적용된 단어인데, 천한 신분 또는 노예 처지의 아이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아마도 모인 사람들 중아 가장 배고팠을, 가장 극심하게 굶주림에 노출되었을 법한 이에게서 먼저 음식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요한공동체는 ‘제자들’과 ‘노예 신분의 어린아이’를 대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숭고한 자리를 가장 천한 존재가 대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는 그렇게 소년이 내 놓은 빵을, 고급 빵(아르 토스/성만찬에 사용하는)이 아닌 크리띠노스(예전에는 쓸 수 없는 싸구려, 굶주린 이들이 먹는 보리개떡 같은)라고 증언합니다. 이것은 의도적인 사용입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이 그 빵을 받아서 ‘감사기도(유카리스테오)’를 드립니다. 그러나 다른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이 그것을 들고 ‘축도(율로게오)’합니다. 이 이야기가 초기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널리 알려져 있었으므로 요한복음서를 제외한 공관복음서의 교우들은 예수가 빵을 불려 기적을 베풀 때 ‘축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예수님의 축도 행위가 빵을 불리는 마술적인 능력을 낳았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그저 감사기도를 드린 다음에 나눠 줌으로 마술적인 요소가 제거됩니다. 도리어 예수의 능력보다는 소년의 희생적인 태도를 돋보이게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공관복음서는 모두 예수님의 축도 행위를 묘사할 때, ‘하늘을 우러러’ 라는 표현과 ‘빵을 떼며’라는 표현을 쓰는 반면, 요한복음에는 이런 표현이 없습니다. 이것은 이미 초기 기독교 공동체 안에 성만찬 예식이 생겼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거기서부터 성만찬과 오병이어가 연관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은 앞에서 본 것처럼 구별된 설정과 단어를 사용합니다. 인물 배치도 다릅니다. 이건 뭘 의미할까요? 요한복음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초기 기독교의 예식적 차원을 해체하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빵을 나눠주는 이가 공관복음서에서는 제자들입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에는 예수님이 직접 나눠줍니다. 예수님과 대중 사이에 매개자인 제자들의 위치가 부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제자의 계보, 사도의 계보를 잇는 지도자들의 특권적인 의식과 종교적인 계급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제 앞에서 말씀드린 차이들을, 다른 복음서엔 등장하지 않는 6:22-71절과 연결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음 주일에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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