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9일 설교 <왕국절을 위한 연속설교: 알 수 없는 나라 2>

“태초에 천국이 있었다”(In the Beginning Was Heaven)

--요한복음 18:36-37

1.

우리는 지난 주 미국 독립 기념일을 지냈습니다. 이 날, 전국에서 터뜨린 폭죽의 양이 얼마나 될지 누가 계산할 수 있을까요?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그것이 참 부러웠습니다. 곳곳마다 밤하늘 높이 쏘아 올리는 폭죽을 구경하며 마냥 넋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부터는 감탄보다는 탄식이 더 많이 나옵니다. 대형 폭죽이 값으로 따지면 수월치 않을 텐데, 그것을 한 없이 쏘아 올리니, ‘저래도 되나!’ 싶습니다. 폭죽 터지는 모양이 돈 터지는 모양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폭죽 구경에 별 취미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만한 소비를 할 이유가 있었고 국민들도 그 이유를 공감했을 것입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 상태로부터 해방되어 독립 국가가 된 것이 너무도 기뻤기 때문에 그만한 소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과연 그 같은 의미로 폭죽을 터뜨리는지, 혹은 폭죽을 보면서 국가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지, 저는 적잖이 의문이 듭니다. 대부분은 그냥 ‘보기 좋은 구경’이나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것이라면 굳이 그토록 많은 돈을 쏘아 올릴 필요가 없지 않는가 싶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 나라의 생일을 감사하고 축하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나라 잃은 백성의 서러움은 경험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병구 장로님께서 들려주신 우리 교회 역사 이야기 하나를 전합니다.

1954년 여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원래 감리교인이었던 이대통령은 미국에 살 때 다니던 Foundry Methodist Church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당시에 우리 교회가 그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예배당에는 온 교인들이 한 나라의 국가 원수를 맞는 예의로서 모두 정장을 하고 모여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예배당 뒤쪽에서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Ladies and Gentlemen, 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그러자 모든 교인들이 기립했고, 해리스(Rev. Harris) 목사의 호위를 받으며 이대통령이 가운데 통로를 걸어 나왔습니다. 그 날, 전 장로님은 독립된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터질듯 한 기쁨을 느꼈다고 합니다. 마음으로 ‘내 나라’라고 느낄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이처럼 중요한 일입니다.

‘한 나라가 있다’라고 말할 때, 적어도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국민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영토가 있어야 합니다. 유대인들이 천 수 백 년 동안 영토 없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 때, 누구도 그 나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영토가 있어야 나라로 인정받습니다. 셋째, 주권이 있어야 합니다. 영토가 있고 국민이 있으나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어 있으면 나라가 있다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해 강점되어 있을 때, 우리나라는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 때, 미국에 살던 우리 동포들이 받은 설움과 무시와 차별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고 합니다. 미국이 독립기념일을 가장 큰 명절로 축하하는 이유도 주권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주권 없이 나라도 없는 것입니다.

2.

성경에서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그 나라의 주권 즉 통치권이 하나님에게 있습니다. 둘째, 그 나라에는 국민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진정한 왕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그 나라의 국민입니다. 셋째, 그 나라에는 영토도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움찔하면서 ‘영토라? 하나님 나라가 영토를 가지고 있다?’라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영토’라는 말을 쓸 때는 지구상의 어떤 공간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구본을 앞에 두고 아무리 돌려 보아도 하나님 나라를 찾을 수 없습니다.

오늘 읽은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하나님 나라의 영토가 이 땅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최후의 신문을 받을 때, 빌라도가 묻습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33절)

그러자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나의 나라가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나의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오. 그러나 사실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36절)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 밖에는 볼 수 없었던 빌라도가 이 말을 이해할 리가 없습니다. 그는 예수께 반문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왕이오?”(37절)

의역하자면, “그게 무슨 뜻이오? 왕이란 말이오, 아니란 말이오?”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더 알아듣기 힘든 말씀을 하십니다.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왕이오. 나는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서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세상에 왔소,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을 듣소.”(37절)

여기서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이 점에서 하나님 나라는 한국, 중국, 미국처럼 이 땅에 존재하는 나라와 다릅니다. 진실이 그러한데도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고 시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라 전체를 하나님 나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한 왕들도 있었고, 작은 공동체를 세워 하나님 나라의 영토를 세워 보려 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신앙촌’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비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런 시도를 통해 얻은 수확은 오직 ‘하나님 나라는 그런 식으로 이 땅에 이룰 수 없다.’는 결론뿐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하신 말씀, 즉 “나의 나라가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나의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오.”라는 말씀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적인 방법으로, 인간적인 힘으로, 인간이 주체가 되어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수단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워보려는 노력은 마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이는 형상으로 만들려는 시도와 같다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왕국을 세워보려는 열심은 알고 보면 우상숭배의 죄를 짓는 것입니다.

3.

그러면 하나님 나라의 영토는 어디에 있습니까? 어떤 분들은 이 대목에서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아, 하늘! 그래서 하늘나라라고 하는구나. 하늘, 즉 저 우주 어느 곳에 하나님 나라의 영토가 있다는 말이겠구나.’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허블 망원경을 통해 드러난 이 우주 안에는 하나님 나라의 영토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망원경이 개발되면 찾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단언합니까? 성경에서 ‘하늘나라’라는 말이 그런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의미하는 헬라말은 ‘우라노스’(ouranos)입니다. 신약성경에서 이 단어가 256번 사용됩니다. 영어 번역을 기준으로 하면, 이 중에 ‘sky’라고 번역된 경우는 22번 밖에 없고, 나머지 거의 대부분은 ‘heaven’으로 번역되었습니다. sky와 heaven은 동의어이기는 하지만, 쓰임새가 약간 다릅니다. sky는 창공을 가리키고, heaven은 ‘하나님의 영역’을 가리키는 비유(metaphor)로 사용됩니다. 인간의 영역과 다른, 하나님의 영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는 <로마서 주석>에서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인간은 땅에 있다.”고 선언했는데, 이 말은 하나님이 우주 어딘가에 계시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은 인간과는 전적으로 다른 차원에 계시다는 뜻입니다.

제 아이들이 미국에 온 것이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일학년 때의 일입니다. 맨 처음에 미국에 와서 교회에 가니까, 가장 먼저 주기도문을 영어로 외우라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주일 아침이 되어 예배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딸아이가 오빠에게 묻습니다.

“오빠, 주기도문 외웠어?”

“그럼!”

이상할 정도로 힘 주어 대답하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오빠에게 벼락치기 습관이 있는 것을 아는 동생이 되묻습니다.

“해 봐!”

그러자 아들아이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뗍니다.

“Our father, who is in ... 음 ...”

보아 하니, 한국말로 기억하고 있던 주기도문을 즉석에서 번역하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막힌 겁니다. 순간 끙끙 대더니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Our father, who is in the sky ... 맞지?”

맞지 않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맞지, “창공에 계신 우리 아버지” 혹은 “우주 저 편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는 틀립니다. 하나님 나라의 영토는 ‘하늘’이지, ‘우주 어딘가’가 아닙니다. 우주선을 타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하나님이 계신 ‘하늘’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계신 ‘하늘’은 물리적인 우주의 한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을 초월하는 영역을 가리킵니다.

이 즈음에서 예수님을 신문하던 빌라도만큼이나 갑갑하게 느끼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 모릅니다. “아니, 그래서 ...... 하나님 나라의 영토가 있다는 말입니까, 없다는 말입니까? 물리적인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영역이 어떤 것입니까? 좀 알아듣기 쉽게, 간단명료하게, 손에 잡히듯 말해 주십시오.”

이렇게 질문하는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예수님도 빌라도만큼이나 답답하셨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물질세계 밖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오직 물질세계의 현상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판단하려는 빌라도의 영적 무지몽매가 예수님을 한 없이 답답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도대체 영적 세계에 대해 캄캄한 그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 나라를 자기 허리춤에 찬 칼처럼 손에 쥐어 보여 달라는 사람에게 예수님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다만 빌라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4.

하나님 나라에도 분명히 영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영토는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우주 어느 한 편에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영토는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과연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3차원 공간과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과거 사람들은 이 질문을 풀기 어려웠습니다. 3차원 공간 외에는 다른 공간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공간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Cyber space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말로는 ‘가상공간’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경험되는 공간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경험하던 공간과 다른 공간을 경험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컴퓨터 디스크가 있습니다. 껌 하나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 디스크의 용량이 8 기가바이트(gigabyte)입니다. 그 작은 막대 안에 책을 몇 권이나 저장할 수 있는지 알아보니, 400페이지 책을 기준으로 하여 약 3천권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그 공간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에 연결시키는 순간, 그 안에 저장된 책을 마음대로 꺼내어 모니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3천권 즉 백이십만 페이지를 말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상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까? 엄연한 ‘현실 공간’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공간과 다를 뿐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개인용 저장 디스크가 필요 없게 될 전망입니다. ‘아이 클라우드’(I-Cloud)라는 거대한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인류 전체가 애플 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이 공용 공간에 접속해서 필요한 것을 저장하고 꺼내 쓰는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이제는 컴퓨터마다 저장 공간을 가질 필요가 없고 ‘아이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이 공간을 사용하지 않고, 그 원리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컴퓨터 디스크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신속하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스티브 잡스(Steve Jobs)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변화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따라 잡느라 삶이 얼마나 고달파졌는지 모릅니다. 가까스로 하나를 따라잡으면 또 다른 것을 만들어냅니다. 숨이 가쁩니다. 하지만 따라잡고 나면 삶이 매우 편리해집니다. 스티브 잡스는 단어의 의미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 사이에 ‘apple’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붉은 빛의 과일보다는 하얀색의 컴퓨터를 더 먼저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cloud’라는 단어를 들으면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하여 자신의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한 것을 꺼내어 쓰는 거대한 공간을 더 먼저 생각할 것입니다.

매일같이 이 같은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고 또한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물리적으로 경험하는 3차원 공간 외에는 그 어떤 공간도 존재할 수 없다고 단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지구상에도 없고, 저 우주 공간 속에도 없지만, 3차원을 초월하는, 그래서 우리의 인식 능력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그런 하나님의 영역 즉 ‘하늘’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런 공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비과학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5.

인간이 하나님의 공간 즉 ‘하늘’을 경험하는 것은 영적으로 그 나라와 접속할 때 가능합니다. 지난 주간에 저는 펜실베니아 주 스크랜튼에서 열리는 코스타 집회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그곳에 있는 동안 웬 일인지 제 컴퓨터로 인터넷이 접속되지 않아서 많이 불편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인터넷에 접속이 된다는데, 저만 안 되는 겁니다. 제가 접속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공간이 있고 그 공간 안에 엄청난 정보가 있어도 접속하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나라도 그렇습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그 나라에 접속하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영적으로 그 나라에 접속하여 그 나라를 경험합니다. 구약의 인물을 예로 들자면, 예언자 에스겔이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그의 예언들은 영적 체험을 통해서 본 하늘의 실상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가령, 마른 뼈들이 살아나는 환상을 기록하면서 에스겔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권능으로 나를 사로잡으셨다. 주님의 영이 나를 데리고 나가서, 골짜기의 한 가운데 나를 내려 놓으셨다. 그런데 그곳에는 뼈들이 가득히 있었다. 그가 나를 데리고 그 뼈들이 널려 있는 사방으로 다니게 하셨다. (겔 37:1-2)

에스겔은 하나님의 성령에 사로잡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귀로 들을 수 없는 말씀을 듣습니다. 그의 육신은 움직이지 않았으나, 그의 영혼은 하나님의 영의 인도함을 받아 천하를 주유했습니다. 그의 물리적인 시간은 째깍 째깍 정한대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의 영혼은 과거로 혹은 미래로 자유자재로 넘나들었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런 체험을 한 사람들의 예를 들자면 한이 없습니다. 모세, 엘리야, 엘리사, 이사야, 예레미야, 다니엘......

신약성경에서 대표적인 사람은 바울 사도와 장로 요한입니다. 바울 사도는 자신이 하늘을 본 이야기를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 하나를 알고 있습니다. 그는 십사 년 전에 셋째 하늘에까지 이끌려 올라갔습니다. 그 때에 그가 몸 안에 있었는지 몸 밖에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아십니다. ... 이 사람이 낙원에 이끌려 올라가서,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사람이 말해서도 안 되는 말을 들었습니다. (고후 12:2, 4)

당시 유대인들은 하늘이 칠층으로 되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일곱이라는 수는 완전을 의미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칠층으로 되어 있다는 말은 완전한 곳이라는 뜻입니다. 바울 사도는 자신이 삼층까지만 올라갔다고 믿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일부만 보았다는 뜻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바울 사도는 이 지구와 온 우주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영역이 있음을 분명히 믿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체험은 성경이 쓰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났고 또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체험은 무지한 평민에게도 일어났고, 블레즈 파스칼(Blase Pascal)같이 인류의 정신사에 위대한 공헌을 했던 인물들에게도 일어났습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어느 날 문득 하늘이 활짝 열리면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보는 겁니다. 그 하늘을 경험하는 순간, 지금까지 진짜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가짜처럼 보이고, 지금까지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의미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체험은 체험한 사람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한 순간에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언제나, 똑 같은 방법으로 하늘을 경험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믿는 사람들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체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 체험을 구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애써 구하는 사람에게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것 때문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체험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믿음입니다. 설사, 그러한 체험이 없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그 나라를 믿고 그 나라를 배우며 살아가면 됩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소소한 경험을 통해 그 나라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일상적인 영적 생활을 통해 그 나라에 접속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에도 영토가 있다는 말은 맞습니다. 지난 주 워싱턴포스트 책 소개에 보니 <Heaven Is Real>이라는 책이 No. 1 베스트셀러로 등재되어 있더군요. 저도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보려 합니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한 번 말씀 드릴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책의 제목만큼은 옳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가상의 공간도 아니고, 공상의 공간도 아닙니다. 엄연한 현실이요 실제입니다. 다만, 그 나라가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나라는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3차원의 공간을 넘어 존재합니다. 그 공간 즉 하늘을 우리는 영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뿐, 망원경으로도 혹은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습니다.

6.

이 지구와 우조를 넘어 존재하는 하나님 나라에 접속하여 그 나라를 경험하고 나면 바울 사도의 말대로 할 말을 잃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모습을 표현할 마땅한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나라의 지극히 작은 한 부분만을 보았는데도 할 말을 잊는 것입니다. 그 옛날, 다윗은 그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습니다.

내가 주님의 영을 피해서 어디로 가며,

주님의 얼굴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

내가 하늘로 올라가더라도 주님께서는 거기 계시고,

스올에다 자리를 펴더라도 주님은 거기에도 계십니다.

내가 저 동녘 너머로 날아가거나,

바다 끝 서쪽으로 가서 거기에 머무를지라도,

거기에서도 주님의 손이 나를 인도하여 주시고,

주님의 오른손이 나를 힘 있게 붙들어 주십니다. (시 139:7-10)

이렇게 써 놓고 나서, 다윗은 썩 내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있는 것의 일부밖에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본 것을 누구에게든 말해주고 싶은데,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그 영적 현실을 보게 하고 싶은데, 만족스럽게 그것을 표현할 방법도 못 찾겠고, 마땅한 방법을 찾는다 해도 듣는 사람들이 그것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답답하고 간절했겠습니까?

 2011년 5월, 스테펜 호킹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어두움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동화일 따름이다.”라고 말하자, 이 시대의 최고의 신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톰 라이트(N. T. Wright)가 평을 했습니다. 톰 라이트는, 스테펜 호킹이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천국을 생각했기에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는데, 자신도 그런 천국을 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스테펜 호킹이 천국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전에는 그가 천국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신학자인 자신이 원자 물리학(nuclear physics)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영토에 대해 믿을만한 말을 해 줄 사람은 스테펜 호킹 같은 물리학자도 아니고, 우주 비행사도 아니며, 우주과학자도 아니고, 오지 탐험가도 아닙니다. 과학자가 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믿는 우리 시대의 풍조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처음부터 영적 세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물질세계만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영적 세계에 대해 한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영적 세계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말씀과 기도와 묵상과 삶을 통해 그 나라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살았던 사람뿐입니다. 그렇게 산 사람 중에 예수 그리스도를 따를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태초에 하나님 나라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 물리적인 우주는 태초부터 있었던 그 하나님 나라로부터 지어진 것입니다. 그 나라는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영원하시니 그 나라도 영원할 것입니다. 그 나라는 우리가 더한다고 해서 더 커질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가 어찌한다고 해서 훼손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힘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포부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요! 그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짧은 이해력으로 감히 그 나라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요! 그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영적 무감각으로 인해 그 나라가 없는 듯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요!

7.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태초부터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영원히 있을 나라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 영원한 나라의 임금이신 하나님께서 저와 여러분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며 친히 관심하고 계시며 돌보고 계십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이미 그 나라의 시민이며 상속자입니다.

우리가 충분히 자각하지 못해서 그렇지,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나면, 내 자신이 달라져 보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달라지게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어떤 형편에 살고 이 세상으로부터 어떤 값을 인정받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열린 그 영원한 나라를 생각하면 우리가 무한대의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내 자신이 소중해 보이고, 내 삶의 의미가 커집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 나라를 어찌하시겠습니까? 인터넷이 이미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된 이 시대에 “아, 나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살래.”라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아, 나는 그 나라와는 상관없이 살겠어.”라고 말하시겠습니까? 인터넷 없이 사는 것은 조금 손해 보는 것이지만, 하나님 나라 없이 사는 것은 다 잃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보고 그 나라를 가르치셨고 그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신뢰하면 그 나라를 믿을 수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성인들의 고백을 신뢰하면 그 나라를 믿을 수 있습니다. 굳이 내가 체험하지 않았다 해도, 그분들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 그 나라를 믿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 나라를 믿고 그 나라를 추구하다 보면, 그 나라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 나라를 믿고, 그 나라를 보고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비유에서 본 것처럼, 그것은 마치 전 재산을 주고도 맞바꾸고 싶을 정도로 진귀한 보석을 찾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부디, 저와 여러분 모두 그 나라를 믿고 그 나라를 보고 그 나라의 시민으로 살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영원한 나라의 영원한 왕이시여,

저희 눈에 덮인 비늘을 제거해 주시고

저희 귀에 덮인 막을 떼어 주소서.

태초부터 있었으며

또한 영원히 있을 그 나라를

믿게 하시고

보게 하시며

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