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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미세한 변화에 주목합시다

요한복음 김부겸 목사............... 조회 수 572 추천 수 0 2015.06.15 23:55:20
.........
성경본문 : 요8:1-11 
설교자 : 김부겸 목사 
참고 : 2010.04.17http://blog.naver.com/malsoom/103946397 

2010년 4월 18일 주일설교

성경 : 요한복음 8장 1절~11절

제목 : 내 안의 미세한 변화에 주목합시다

 
【예수께서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신문 이야기>

  엊그제 한겨레신문에 실린 김규항 씨(『고래가 그랬어』발행인)의 칼럼 ‘힘들게 쓴 답장’을 의미 있게 잘 읽어보았습니다. 아주 좋은 글이었고, 훌륭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다음은 칼럼 내용입니다.


 *** 
  요즘 몇해 전 이맘때 한 고등학생에게서 받은 편지가 자주 떠오른다. 중학생 때부터 내 글을 읽었다는 그는 아버지가 진보진영에서 활동하는 잘 알려진 교수라고 했다. 그는 특별한 아버지를 둔 덕에 자라면서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에 시달리지도 않았고 사회와 역사를 보는 나름의 안목을 가질 수 있었고 삭막한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숲이 가까운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자라야 한다는 아버지의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중학생이 되어 아버지의 사회활동을 좀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얼마 안 된 어느날 밤 아버지가 적이 무거운 얼굴로 그러더란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대학입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지. 엄마하고 의논했는데 아무래도 이 동네에선 어려울 것 같아서 강남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그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교육문제에 그런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지만 제 아버지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인 서울’ 대학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는 친구들을 두고 혼자 강남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살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 했다. “아버지는 저를 위해 그러셨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아버지를 존경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느낍니다.”


  그는 나에게도 두 아이가 있는 걸로 안다며 대학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물었다. 난감했다. 나는 아이들과 이미 대학엔 꼭 가지 않아도 좋다는 합의를 한 바 있긴 하지만, 그걸 밝히자니 ‘나는 네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야’라고 유세하는 꼴 아닌가. 나는 그의 아버지가 이중적이라기보다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도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그런 선택을 했다면 진보진영의 근래 형편으로 보건대 오히려 ‘최후까지 버틴’ 편이라 할 수도 있을 테고, 그런 선택을 하게 된 ‘현실적인’ 이유 또한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제아무리 대단한 것이라 해도 아이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한순간에 부수어도 좋을 만큼 대단한 것일까? 내가 알기론 인간의 삶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아버지는 아이가 스펙을 쌓아 자본의 시장에서 비싼 가격으로 팔리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진보적 엘리트로 성장하여 자신처럼 사회에 기여하길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떤 삶의 방식을 좇는 건 그 삶이 옳아서만은 아니다. 그런 삶이 멋지게 느껴지고 존경심이 들 때 비로소 그 삶을 좇게 된다. 그런데 그는 이제 아버지를 비롯한 진보 지식인들의 말을 ‘입으로만 저러지’ 냉소부터 하게 되어 버렸으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는가. 아니할 말로, 차라리 그 아버지가 막돼먹은 극우 꼴통이었다면 그는 반항심에서라도 힘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몇번을 고쳐가며 힘들게 답장을 썼다. “무엇보다 나 또한 한 아버지로서 아버지를 존경할 수 없다는 말이 참 아프네요. 그러나 그보다 더 슬픈 일은 님이 이 일을 통해 고작 아버지를 비롯한 진보 지식인들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만 얻게 되는 걸 거예요. 나는 이 일이 님으로 하여금 우리를 지배하는 시스템, 즉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대체 얼마나 강력한 것이기에 아버지 같은 분도 흔들리는 걸까, 질문하는 계기가 되길 더 깊이 공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래요. 괴물이 강력한 만큼 괴물의 정체를 밝히고 그 괴물을 넘어서는 행로 또한 길겠죠. 그 긴 행로에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도 회복되길 기도할게요.”


 ***

  이 글에서 제 마음 가운데 인상 깊게 남는 메시지는 김규항 씨의 답변입니다. “나는 이 일이 학생으로 하여금 우리를 지배하는 시스템, 즉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대체 얼마나 강력한 것이기에 아버지 같은 분도 흔들리는 걸까, 질문하는 계기가 되길, 더 깊이 공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래요”. 그 부분이 제 머리에 남습니다.

  이제 성경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경 이야기>

  예수께서는 올리브 산으로 가셨습니다.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다시 성전으로 들어가시니, 많은 백성이 그에게로 모여들었습니다. 예수께서 앉아서 그들을 가르치실 때에,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을 하다가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워 놓고, 예수께 말하였습니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 이런 여자를 돌로 쳐서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 일을 놓고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그들이 이렇게 말한 것은, 예수를 시험하여 보고 고소할 구실을 찾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서,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습니다. 그들이 다그쳐 물으니, 예수께서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시오." 그러고는 다시 몸을 굽혀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돌아가고, 마침내 예수만 남았으며, 그 여자는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몸을 일으켜, 여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자여, 사람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대를 정죄한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까?" 여자가 대답하였습니다. "선생님,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그대를 정죄하지 않습니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마십시오."


  저는 오늘 이 성경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 인격자로서의 예수를 떠올립니다. 예수가 참다운 하느님의 아들임을 이 작은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확신하게 됩니다. 그는 참으로 아름다운 하늘의 인격자였습니다.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인품입니다.


   <설교 하나>

  그래요. 바로 그 점입니다. ‘사람’을 보지 말고 ‘세상’을 봐야 합니다. ‘사람’도 볼 줄 알아야 하지만, ‘세상’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한 사람의 실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 그 사람이 처해 있는 환경, 그 사람이 인생동안 받은 상처와 품었던 꿈, 그리고 그 사람과 더불어서 둘러싸여져 있는 ‘사람들’을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내릴 수가 있습니다. 김규항 씨 칼럼과 예수님의 이야기가 일깨워주는 첫 번째 메시지는 바로 그점입니다.

 

 우리는 대개 ‘사람’에 대해서 분노합니다.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런 엄청난 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인가? 아니 그 ‘사람’마저 그렇게 타락해 버렸단 말인가?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구나!” 그렇게 우리는 ‘사람’에 대해서 탄식합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은 다만 세상이 만들어낸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사람’에 앞서서 ‘세상’이 문제의 근원인 것입니다. 만약 ‘사람’이 타락해버렸다면, 그에 앞서서 ‘세상’이 치료불능상태로 타락해져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비판하기에 앞서서, 그 ‘사람’을 타락하게 만든 ‘세상의 타락’에 대해서 주목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점이 제가 드릴 수 있는 오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설교 둘>

  둘째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에 앞서서 ‘나’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요? 내가 그토록 비판하는 그 사람들과 나는 무엇이 다를까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소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입니다. 인생의 전쟁에서 오십 발자국 물러난 사람이나 백 발자국 물러난 사람이나, ‘물러났다’는 사실에서는 같습니다. 누가 누구를 비난한 계제가 아닙니다. 아마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그대들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시오."


그래요. 그렇습니다. 간음(姦淫)하다 잡힌 여인을 정죄할 인간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요? 예수님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마음속으로 음란한 생각을 품는 것조차 간음인데, 누가 누구를 음란하다고 정죄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온 세상이 돈(재물)과 힘(권력), 지위(명예)를 얻기 위해서 미쳐서 돌아가는데, 그 미친 세상에서 온전한 생각으로 살 수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아무도 돌을 던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설교 셋>

  셋째로, 결론적으로 내면의 소리, 근원의 이야기, 뿌리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 미세한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것입니다. 겉모양의 변화가 아니라, 속 알맹이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것입니다.

 

 김규항 씨 칼럼에 등장하는 그 젊은 학생의 경우, 그가 만약에 아버지를 비난하는 것 대신에 자본주의라는 괴물에 주목하고, 또 아버지에 실망하는 것 대신에 그 자신의 ‘나’에 대해서 진심으로 주목했다면, 그 학생은 분명 자신의 내면, 그 근원적 뿌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점입니다. 그 작은 변화가 희망입니다. 그것이 천국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열쇠입니다.


  예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경우, 그들이 만약에 감음하다 잡힌 여인을 비난하는 대신 젊은 여인을 간음하게 만드는 세상의 죄악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면, 혹은 젊은 여인을 간음하게 만드는 보편적 인간의 원죄적 본능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면, 그리고 이와 아울러서 그들 마음 속에 자라잡고 있는 간음에의 본능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들은 분명 자신의 내면, 그 근원적 뿌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점입니다. 그 작은 변화가 희망입니다. 그것이 천국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열쇠입니다.


  엊그제 우연한 기회에 『야곱의 우물』이라는 잡지를 보게 되었는데, 그 잡지에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가 짧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한겨레신문 만화가로 유명한 박재동 화백이 그 잡지에 쓴 어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나를 움직이는 세 가지 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라. *형제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라. 기다려라. 기다리는 동안 네가 변화한다. *사람은 좋게 보면 그렇게 변한다.” 아주 훌륭한 메시지였습니다.


  누군가를 정죄하려 하거나,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하거나, 누군가의 버릇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아주 오랫동안 기다립시다. 그러면 미세하게나마 ‘내’가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가 온 세상과 온 인류를 아름답게 성화(聖化)시킬 것입니다.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내 안의 미세한 변화에 주목 합시다’라고 잡아보았습니다. 오늘 이 시간 이 설교말씀의 제목을 깊이 묵상하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잠깐 기도하겠습니다.


  * 축도

  이제는 진리의 길을 직접 보여주신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우리의 생명과 영혼을 언제나 치유해 주시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의 아름다운 동행이 사랑하는 수도교회 교우들 머리 위에 언제나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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