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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과 꿀이 흐르는 땅

신명기 최창모............... 조회 수 2591 추천 수 0 2008.06.17 07: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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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신11:8-12 
설교자 : 최창모 교수 
참고 : 새길교회 
이스라엘은 성경의 무대이며 현장입니다. 성경에서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이스라엘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의 사건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고전극을 현대극의 무대에 올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입니다. 영토는 우리 나라의 ⅓밖에 되지 않으며, 인구 또한 현재 500만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영토의 ⅔가 사막입니다. 이를테면 물 한 모금,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성경은 이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칭합니까?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입니까?
유대인들의 전설에 의하면, 하나님과 모세가 특별한 관계였을 때 하늘에 올라가 지구를 보여주면서 "네가 원하는 곳을 말하면 주겠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지구를 돌려 관찰 한 모세는 미국과 카나다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모세는 말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말 더듬이였던 셈입니다. 그는 "아메리카 앤드 카... 카...카나...카나안"이라 말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이 하나님의 약속의 땅이 되었다나요....

그러나 유대인들은 자기 나라를 '작지만 큰 나라'라고 부릅니다. 무엇이 크냐고 물으면 몇 가지 특징을 댑니다.
우선 지형의 다양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비록 대부분의 지역을 자동차로 2-3시간이면 닿지만, 지형의 변화는 무상합니다. 예를 들어 사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400m에 이르러 1년 내내 무덥습니다. 한 여름에는 섭씨 45도가 기본입니다. 한 겨울에도 언제나 수영을 할 수 있을 만큼 덥습니다. 그러나 북쪽의 헤르몬 산은 해발 2,800m나 됩니다. 거의 1년 내내 눈이 쌓여 있습니다. 4월에도 스키를 탈 수 있습니다. 해발 800m의 예루살렘은 가끔 눈이 내립니다. 바람도 매서워 겨울에는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갈 정도입니다. 두꺼운 파카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로 꼭 15분만 내려가면 여리고와 사해를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반소매에 반바지 그리고 수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제가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에 유학하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갈릴리에서 예수께서 4,000명 혹은 5,000명에게 설교하셨다는 복음서의 기록에 의심을 품고 교수님께 찾아가 여쭈었습니다. "마이크도 없던 시절에 육성(肉聲)으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하고요. 교수님은 "씰데없는 소릴 다한다"고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제가 물러날리 없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 왈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숫자는 대체로 과장이 심하다. 이집트에서 60만 명이 탈출해 나왔다면, 당시 여성과 어린이를 합하면 200만 내지 300만은 족히 된다는 소린데, 당시 이집트 전체 인구가 그만큼도 안되었을 것이다."

그런 줄만 알고 떠났던 유학 시절, 갈릴리를 찾아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바다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21km ×14km인 하프 모양의 바다는 시대의 간극을 무시한 채 주님의 모습을 금방이라도 찾을 수 있어 보였습니다. 마침 티베리야 항구에서 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어부의 배를 함께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나는 어부에게 물었습니다. "이 바다에도 풍랑이 입니까?"
어부는 즉각적인 대답을 거부한 채 나에게 바다 주변의 지형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북쪽의 눈 덮인 산이 해발 2,800m의 헤르몬 산이며, 바다 오른 편의 높은 지대가 1967년 6일 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 고원이며, 왼 편의 아르벨 산이 제1차 유대 반란(66-70년 A. D.)의 진앙지였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바다에 떠 있는 나는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호수는 -210m의 낮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설명을 마친 어부는 나에게 바람이 부는 이유를 설명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해가 뜨면 육지는 빨리 데워지고, 바다는 천천히 데워지며, 해가 지면 그 반대의 현상 때문에 바람이 일어난다고 설명하니, 제법 안다는 눈치입니다. 이제 그 원리를 갈릴리의 지형적인 특성에 적용을 해 보랍니다. 나는 유학 초기 강의실 밖에서 제대로 된 선생을 만난 셈이었습니다.
이런 원리를 적용해 보면 갈릴리에서의 예수의 육성 설교는 매우 간단히 풀려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도 예수께서 "산 위에서"(마5:1) 혹은 "(배를) 육지에서 조금 띄기를 청하시고"(눅5:3) 가르치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른 아침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늦은 오후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소리 전달의 효과는 엄청납니다. 나 자신도 몇 번의 실험을 통해 놀라운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성경의 모든 기적을 이성적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거나, 그렇게 하는 것만이 성경을 바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결코 아닙니다. 이처럼 성경의 사건의 무대인 이스라엘의 자연 환경, 지리적 특성, 문화, 풍습 등의 요소들을 고려해서 성경을 읽게 되면 훨씬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는 사실이입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본문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들어가 살게될 가나안 땅에 관한 모세의 설명인데, 분명히 언급하고 있는 것은 "네가 살게 될 땅은 이집트와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집트에서는 물을 채소밭에 댈 때 발로 대듯이 쉬웠지만, 가나안 땅은 비가 와서 산과 골짜기 사이에 물을 받아 농사를 짓는 곳이라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고대 이집트는 풍부한 나일 강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었는데, 특히 수차(水車)를 이용하면 쉽게 물 공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입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경우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1년 중 6개월 동안 비가 오지 않으며, 6개월만 비가 내립니다. 건기는 여름이고, 우기는 겨울입니다. 문제는 건기인데, 우기에 내린 비를 저수하여 건기를 보내곤 합니다. 고대나 현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여전히 물의 문제입니다.
이처럼 전혀 나아질 것이 없는 환경으로 나아가는 이스라엘 백성들 - 이는 아브라함의 경우에도 똑같습니다. 아브라함의 고향은 세계 문명의 수도 우르(Ur)였는데 그는 하나님의 부름으로 가나안 사막으로 옮겨왔습니다. - 에게 모세는 선언하기를 그 곳이 바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잇기를 "하나님께서 지키시는 땅이요, 영원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의 눈이 항상 쳐다보고 계신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가나안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말의 뜻이 결단코 형편이 좋은 물리적인 세계를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하나님과 관계된 땅, 즉 하나님과 연결된 땅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관계없던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는 그 곳이 비록 문명의 발생지였다 하더라도, 가나안 즉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일 수 없었습니다.
19세기 말 시온주의(Zionism) 운동이 한창일 때, 영국은 시온주의자들에게 아프리카의 우간다를 독립국가로 할 것을 제안한바 있었습니다. 우간다는 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렸습니다. 2,000년의 떠돌이 생활을 청산할 신이 주신 기회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온주의 지도자들은 거부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우간다는 가나안 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사람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우리와 달랐습니다. 누구라도 살고 싶어하는 땅을 떠나 사막, 즉 하나님이 지키시는 땅으로 탈출을 요청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계신 곳이면, 지옥이라 불리는 곳이라도 그곳은 천국인 셈입니다. 어떤 자연적인 상태에 놓여 있느냐? 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자연적인 상태의 공간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나라'란 바로 구약에서 말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 의미가 통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요?
오늘 우리는 어떤 땅에서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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