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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건진 다윗

사무엘상 이정선 목사............... 조회 수 788 추천 수 0 2014.08.13 18: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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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삼상28:1-2 
설교자 : 이정선 목사 
참고 : 타우랑가 한인교회(뉴질랜드) http://www.tauranga.org/ 

삼상28장 1-2, 29장 1-11
수렁에서 건진 다윗
이정선 목사 12-03-04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잘못된 결정을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지만, 종종 그러지 말았어야 할 선택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인생 전체가 수렁에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수렁에 빠지면 다시 나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젊었을 때 성숙하지 못한 인격과 판단으로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잘못된 결정으로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주위의 사람들이 거기서 건져내기 위해 애를 쓰지 않겠습니까? 사실 수렁에 빠지면 자기 스스로 거기서 나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몸부림을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듭니다. 그러므로 밖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난번에 다윗이 어떻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그의 인생 가운데 가장 어두운 시절을 살게 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를 잡아 죽이려는 사울의 끈질긴 집착 앞에서 다윗은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사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스라엘을 떠나 블레셋으로 망명하는 것뿐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블레셋의 왕 아기스에게 거짓 항복을 해야 했고, 거짓 충성을 해야 했고, 거짓 보고를 하면서 자신의 거짓이 탄로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악한 일도 서슴지 않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선택하신 사람이었고, 그 표시로 선지자 사무엘은 그에게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블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공훈을 세우는가 하면, 이스라엘 군대의 총사령관이 되어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결국 공주와 결혼하여 왕의 사위가 되었습니다. 온 백성의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역시 하나님이 왕으로 삼으시려고 선택하신 사람다웠습니다.

 

그러나 그런 다윗에게 왕위를 물려줄 마음이 없었던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고 했고, 몇 차례의 살해 시도가 실패하자 대규모의 군사작전을 펴면서 본격적으로 다윗 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도망을 치며 숨어살다 보니 사는 것이 고달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이 잘 풀릴 때만 하나님의 언약이 살아 있고, 일이 꼬일 때는 하나님의 언약도 죽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이겨내야 합니다. 그런데 다윗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하나님에 의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가장 크고 위험한 적은 블레셋이었습니다. 이 두 나라는 국가의 존망을 걸고 싸우다시피 했습니다. 결코 화해를 하거나 평화를 이룰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힘이 없을 때는 블레셋이 얼마나 악독하고 잔인하게 이스라엘을 짓밟고 괴롭혔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장차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이 그 블레셋에 망명을 하고 블레셋 왕의 신하가 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이것은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선택하신 하나님의 결정을 부끄럽게 만드는 행위였고, 이스라엘 모든 백성을 배신하는 행위였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든다면, 일본강점기에 일본에 붙어서 일본 왕의 신하가 되었던 사람이 광복 후에 한국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일본과 싸워 독립을 쟁취하는 일에 헌신했던 사람이 나중에 대통령이 되어야 국가의 정통성이 확립되고,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윗이 블레셋과 싸워 이스라엘을 구원해야 다음에 이스라엘 왕이 될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데, 그 원수 나라 블레셋에 항복해서 저러고 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노릇입니까?

 

수렁에 빠져 있으면 점점 더 깊이 빠지게 되는 것이 원리입니다. 다윗이 진짜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도록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블레셋이 이스라엘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입니다. 다윗을 신임하게 된 블레셋 왕 아기스가 다윗에게 같이 전쟁에 참가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자 다윗이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종이 행할 바를 아시리이다.’ 당신의 종이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왕의 명령대로 전쟁이 참가하여 큰 공을 세우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기스가 말합니다. ‘그러면 내가 너를 영원히 내 머리 지키는 자를 삼으리라.’ 경호대장을 삼겠다는 것입니다. 가장 아끼고 신뢰하는 심복으로 평생 데리고 있겠다는 것입니다.

 

아기스는 그만큼 다윗을 신임했던 것 같습니다. 다윗은 아기스에게 은혜를 입어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글락이라는 성의 성주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아기스가 전쟁에 나간다면 얼마든지 함께 참가해서 아기스를 위해 싸워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기스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려는 것입니다. 과연 다윗이 블레셋 편에 붙어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자기는 동족을 향하여 칼을 들 수 없으니 이번 전쟁에서는 빼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윗이 그술 사람과 기르스 사람과 아말렉 사람을 침공하여 노략과 살상을 행하고 돌아와서는 아기스에게 유다의 마을들을 침공했다고 거짓 보고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다윗은 자신의 거짓말에 스스로를 옭아맨 꼴이 되었습니다.

 

거짓말이라는 것은 한 순간의 어려움을 넘기는 데는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거짓말처럼 미련한 짓이 없습니다. 거짓말은 자신의 무덤을 파는 행위입니다.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을 놀렸을 때 재미있었을지 모르지만,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자기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다윗이 유다 지방을 침공했다고 아기스에게 거짓보고를 해서 그의 신임을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신임 때문에 이제는 정말로 동족을 향하여 칼을 겨누어야 할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적국에 붙어서 동족을 향하여 칼을 겨눈 자는 절대로 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정의입니다. 다윗이 공을 세우든 못 세우든, 이 전쟁에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장차 왕이 될 사람이라는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다윗이 블레셋에서 출세하려고 한다면, 이 전쟁은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라면 절대로 이 전쟁에 휘말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놀랍게도 백성의 뜻에 의해 왕이 등극하고 폐위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아버지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기 위하여 먼저 했던 일은 백성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이 백성들의 지지를 잃었을 때 나라가 둘로 깨지고 말았습니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왕이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적군에 들어가서 동족을 향하여 칼을 휘두른 자가 어떻게 민심을 얻고 왕이 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다윗이 민족을 배반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전쟁에 참가한다 할지라도 다윗이 동족을 향해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로 하고 전쟁에 참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무슨 핑계를 대고 전투에 나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갑자기 몸살이 난다거나 병에 걸려 쓰러진다거나 하면 핑계가 되겠지만, 늘 전쟁터에서 살았던 젊고 건강한 장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도 없지요. 설령 다윗이 아파서 전투에 나가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의 부하들은 전투에 나가야 할 것이고, 그것은 다윗이 전투에 참가한 것과 같은 일입니다. 전쟁에 나가서 큰 공을 세우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공을 세우지 못하거나 또는 전투를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가는 아기스의 신임을 잃게 될 것입니다. 전쟁에 나가서 공을 세워도 안 되고, 공을 못 세워도 안 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어쩌면 이 상황은 다윗이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이 수렁에서 나올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윗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파멸하는 선택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아기스에게 자신의 본심을 밝히고 이 게 임에서 빠지는 것이 사는 길입니다. 물론 그러자면 잃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게 임 중간에 나오려면 지금 가진 것을 다 포기해야 합니다. 아기스의 신임도 포기해야 하고, 아기스로부터 받은 성도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아기스가 제공하는 안전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아기스를 속이고 농락했다고 해서 그의 분노가 다윗에게 쏟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두려워서 그 잘못된 게 임에 계속 남아 있다가는 완전한 파멸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때때로 우리 인생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곤란한 처지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때는 우리 인생에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때입니다. 먹고사는 일이 우선이라서, 또는 이런저런 어려움에 시달리다 보니,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못하면서 살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이 꼬이고 막힐 때, 거기서 또 다른 꼼수를 부리려고 하다가는 정말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더 깊이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앞뒤 꽉 막힌 상황에서 갈팡질팡 할 것이 아니라, 그 게 임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그나마 살 길입니다. 옳지 않은 일에 관련되어 있다면, 깨끗이 손을 씻어야 합니다.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살아왔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길에서 떠나야 합니다.

 

그런데 다윗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기스에게 우선은 전쟁에 참가하여 공을 세우겠다고 하면서 그 순간을 모면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릅니다. 매 순간을 이렇게 피 말리는 긴장 속에서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무사히 넘겼지만 내일은 어쩔 것입니까? 한두 번은 임기응변으로 넘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얼마 가지 못해 들통이 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개입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야 할 다윗이 이 전쟁에 나가지 못하도록 하나님이 간섭하신 것입니다. 블레셋은 다섯 개의 부족으로 구성된 연합국입니다. 그러므로 왕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군주는 아니고, 부족장 연합체의 대표일 뿐입니다. 아기스가 다윗을 전쟁에 참가시키려는 것을 보고 다른 부족장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아기스 생각에는 다윗이 자기의 충직한 부하가 된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아기스는 자기한테 그렇게 잘하는 다윗에게 홀딱 넘어가서 다윗의 속마음이 어떤 것인지 더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속은 것이지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해서 잘해주는 사람에게 홀딱 넘어가면 나중에 뒤통수 맞는 수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그게 뻔히 보이는데 본인만 그것을 모른단 말이에요.

 

어쨌든 다른 방백들의 반대에 부딪쳐 아기스는 다윗을 전쟁에 참가시키려는 계획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아기스가 다윗을 불러 다른 방백들의 반대 때문에 그를 전쟁에 참가시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다윗은 역정을 냅니다. 아니, 내가 왕께 뭘 잘못했기에 전쟁에 나가지 말라고 하십니까? 내가 모처럼 왕을 위하여 충성을 하려고 하는데, 왕의 원수인 이스라엘의 사울과 제대로 한번 싸워보려고 하는데, 왜 나의 이 충성심을 몰라주십니까? 아, 정말 섭섭합니다. 아기스는 미안해하면서 다윗을 달래려고 합니다. 참 사람의 일이라는 게 알 수가 없어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궁지에 몰렸던 다윗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전쟁에 안 가겠다고 하다가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전쟁에 못나가서 안타깝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전쟁에 안 나가게 되었으니, 어쩌면 일이 이렇게 기가 막힐 정도로 해결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거야말로 하나님이 하신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다윗이 제대로 망쳐놓고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하나님께서 완벽하게 수습해 주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아기스에게 주목해 봅시다. 아기스가 다윗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친절하고 관대할 수가 없습니다. 다윗의 입장에서 보면 아기스는 다윗의 은인입니다. 자기 나라 왕에게 쫓겨 갈 데가 없게 된 자신을 받아주고 살도록 해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닌 것입니다. 아기스가 아무리 다윗에게 잘해주었어도, 아기스는 다윗의 은인이나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아기스가 다윗에게 친절을 베푼 목적은 그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배반하고 블레셋의 신하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아기스가 다윗에게 성을 주고 살도록 한 것은 다윗으로 하여금 유다의 마을들을 침공하고 노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참가하라고 하는데, 다윗이 거절을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사탄이 우리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고 신세를 지게 만듭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에게 그 대가를 요구합니다. 그렇게 해서 죄의 올무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아무 도움이나 덥석 받아서는 안 됩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겠지만, 그 대가가 어떤 것이 될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다가온 도움이 하나님의 구원인지 사탄의 유혹인지를 분별할 수 있는 영적 분별력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아기스의 친절과 도움은 다윗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시려는 하나님의 은총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런 사탄의 함정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그 수렁에 빠진 다윗을 건져내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찬양하고 감사합니다. 그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은혜 베푸시고 우리를 모든 죄악의 수렁과 유혹의 함정으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시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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