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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늘과 새 땅을 여는 영성

이사야 김부겸 목사............... 조회 수 326 추천 수 0 2016.05.16 23:58:04
.........
성경본문 : 사65:17-25 
설교자 : 김부겸 목사 
참고 : 수도원교회 http://blog.naver.com/malsoom/133927228 

2011년 7월 31일 주일설교

성경말씀 : 이사야 65장 17절~25절

설교제목 : 새 하늘과 새 땅을 여는 영성


<영성 시>


오늘


/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영화 이야기>

  엊그제 ‘고지전’(감독 장훈)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1953년 어간 현재의 휴전선 부근 산봉우리를 차지하기 위해 총칼로 싸웠던 ‘남한인과 북한인’, 그들 중 누구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안개 낀 전선에서 ‘하고 싶지 않은 전쟁을 해야 하는’ 불쌍한 민중들의 한 맺힌 신음소리가 지금도 제 귓전에 맴돕니다. 도대체 누가 이 더러운 전쟁을 원하는 것일까요?


  남한인도 아니고 북한인도 아니었습니다. 아니 ‘남한인’ ‘북한인’의 구분조차 어색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구분이 이미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군을 비롯한 연합군과 북한군을 지원하러온 중국 군인들은 이 전쟁을 원했을까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들 역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저주스러운 운명을 서러워하면 죽어갔을 것입니다. 미국군인이나 중국군인이라는 구분조차 잘못된 것입니다. 그들 역시 이 지구마을의 가난한 민초들일 뿐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아! 그렇다면, 도대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이 더러운 전쟁은 누가 자꾸 도발하는 것인가요?


  그 물음에 대한 저의 답변은 ‘시스템’(system)입니다. 권력 시스템이 주범입니다. 지배 시스템, 사람들 위에 사람 두는 ‘효율적 경영 시스템’, 다수를 통치하기 위해 소수의 지배층을 만들어내는 ‘통치 시스템’, 그 체계(systen)가 크고 작은 전쟁을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물론 사람도 중요하겠지만 시스템이 더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시스템을 바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람에 대한 이러 저러한 대책을 세워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겠지요. 시스템 자체를 독재시스템으로 만들어 놓고, 그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을 아무리 완전한 도덕 군자로 교육시켜도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조선왕조 시대가 바로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단 한 사람이 만인 위에 군림하는 군왕제도를 존치 시키면서 군왕을 성인군자로 만들려는 ‘성리학적 정치제도’는 실패가 눈에 뻔히 보이는 어리석은 것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왕적 목회제도를 존치시키면서, 제왕직에 오르는 목회자에 대한 도덕적 교육만을 강조하는 현행 ‘교회개혁 운동’을 실패를 예고하는 운동일 뿐입니다. 제왕적 목회제도를 존치시키는 한 낯부끄러운 ‘크고 작은 전쟁’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우리 한반도의 상황을 떠올립니다. 남한과 북한, 일본과 중국, 러시아와 미국 … 이 위험한 정치게임의 현장에서 영구적인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좀 이야기>

  최근 『들뢰즈, 카프카, 김훈 - 천개의 고원 그리고 한국문학의 지평』(정석주 지음, 작가정신 출판사)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리좀(rhizome)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더군요. 참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평소에 아나키즘 철학에 좋은 호감을 갖고 있었고, 자유와 평등을 완전하게 실현시킬 수 있는 ‘영성적 사회조직 이론’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그런 문제의식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리좀(rhizome)이라는 철학적 혹은 정신분석학적 개념이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 가지 인터넷 자료를 활용해서 리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리좀(rhizome)은 한 마디로 ‘시작도 끝도 중심도 없는 사고’를 말합니다. 리좀(rhizome)은 철학자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가타리가 함께 저술한 『천 개의 고원』 서문에서 제창된 개념입니다. 두 학자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서양의 사고방식은 나무를 모델로 삼아왔습니다. 나무와 뿌리를 모델로 하는 사고양식에는 항상 중심(초월적인 시점, 신)이 존재하고, ‘그리고 그리고’로 이어지는 연속성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가치에 대한 다양한 사고와 리좀을 오해하면 안 됩니다. 물론 서양적 사유가 그 기본으로 삼고 있는 나무 형태의 사고에도 다양성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다양성은 중심을 가진 다양성에 지나지 않습니다. 리좀은 다양성으로부터 1(지배적 혹은 중심적 체재, 독재자, 오직 하나의 중심인 일자)를 빼는 것, 즉 n-1의 다양성을 주장합니다. 그래서 리좀은 중심이 없고, 시작도 끝도 없습니다. 리좀은 항상 중간, 사물의 틈, 존재의 사이, 간주곡을 의미합니다.


  리좀(rhizome)의 대표적 특성으로는 ▲비(非) 체계가 아니라 비 중심화된 세계, ▲각각의 부분들이 중심으로 귀속되는 상위의 이웃을 통하지 않고 직접 이웃과 만나고 접속하는 체계, ▲그 자체로 유의미한 다양한 집결지를 가질 수 있는 체계, ▲그런 만큼 여러 방향으로 열린 체계이고, ▲접속되는 항들이 늘거나 줄어듦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 가변적 체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좀(rhizome)적 사유의 공간적 성격으로는 ▲중심이 제거된 비위계적 공간 - 비중심적 그물형 네트워크(탈 중심화된 공간),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구심점 없는 파생 - 개방형 시스템, ▲각각의 뿌리가 다양한 집결지를 가지는 접속체계 - 네트워킹 시스템, ▲수평적 복수성을 지닌 경계 흐리기 - 탈경계의 공간, ▲복제된 이전의 모델과는 전혀 다른 독립된 개체 - 개별화된 공간 등입니다.


  <성경 이야기>

  이제 성경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이니,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내가 예루살렘을 기쁨이 가득 찬 도성으로 창조하고, 그 주민을 행복을 누리는 백성으로 창조하겠다. 예루살렘은 나의 기쁨이 되고, 거기에 사는 백성은 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니, 그 안에서 다시는 울음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몇 날 살지 못하고 죽는 아이가 없을 것이며,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노인도 없을 것이다. 백 살에 죽는 사람을 젊은이라고 할 것이며, 백 살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저주받은 자로 여길 것이다.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집에 들어가 살 것이며, 포도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른 나무의 열매를 먹을 것이다. 자기가 지은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을 것이며, 자기가 심은 것을 다른 사람이 먹지 않을 것이다. "나의 백성은 나무처럼 오래 살겠고, 그들이 수고하여 번 것을 오래오래 누릴 것이다." 그들은 헛되이 수고하지 않으며, 그들이 낳은 자식은 재난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주께 복받은 자손이며, 그들의 자손도 그들과 같이 복을 받을 것이다.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며,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들어주겠다.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을 것이다. 나의 거룩한 산에서는 서로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시다.(이사 65:17~25)】


  오늘 성경은 ‘새 하늘 새 땅’에 대한 이사야의 잠언입니다. 기독교가 갖고 있는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철학입니다. 저는 우리 민족이 기독교를 받아들이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왔는데, 바로 오늘 이 ‘새 하늘, 새 땅의 역사철학’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새 하늘 새 땅’의 사상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심연 가운데 거의 없는 철학이었습니다. 우리는 기독교의 ‘새 하늘 새 땅’의 사상을 받아들임으로서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부족한 사상적 지층을 제대로 채울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다행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 ‘새 하늘과 새 땅’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대개 우리는 막연한 마음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을 부르짖었습니다. 또 혹은 우리는 대개 기존의 사회적 시스템은 그냥 내버려 둔 채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새 하늘 새 땅’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모두 공허한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좀 더 창의적이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저는 리좀(rhizome)적 사유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이 땅에 제대로 일굴 수 있는 훌륭한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리좀(rhizome)적 사유는 좀 더 구체적이고, 좀 더 창의적이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회적 시스템을 일굴 수 있는 영성적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새 하늘과 새 땅을 여는 영성’이라고 잡아보았습니다. 오늘 이 설교말씀의 제목을 깊이 묵상하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 축도

 

이제는 진리의 세계로 진입한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우리 생명의 근원 되시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사랑과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를 아름다운 곳으로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의 은총이 우리 수도교회 교우들 머리 위에 영원토록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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