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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동화] 꽃들에게 희망을

전래동화 트리나............... 조회 수 2134 추천 수 0 2005.03.13 19: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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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나 포올러스 -

세상을 꽃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나비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보다 충만한 삶을 찾아 나설 수백만의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제1장

옛날에 작은 줄무늬 애벌레 한 마리가 오랫동안 보금자리였던 알에서 깨어났습니다.
˝세상아, 안녕.˝
줄무늬 애벌레가 인사했습니다.
˝밝은 햇빛이 비추는 세상은 눈부시게 아름답구나!˝
줄무늬 애벌레는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태어날 때 알을 받치고 있던 나뭇잎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잎…… 또 다른 잎을 계속해서 아삭아삭 갉아먹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의 몸은 크게…… 더욱더 크게……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줄무늬 애벌레는 먹는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렇게 먹고 몸이 커지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이 분명 있을 거야. 지금의 이 생활은 너무 지루해.´
줄무늬 애벌레는 자신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먹을 것을 준 정든 나무에서 내려왔습니다.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땅 위에는 온갖 새로운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풀과 흙, 땅 속으로 난 구멍들, 그리고 작은 벌레들…….
이 모든 것은 줄무늬 애벌레를 무척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그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줄무늬 애벌레는 자기와 닮은 다른 애벌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줄무늬 애벌레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먹는 일에만 정신을 쏟고 있어 줄무늬 애벌레와 이야기할 새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삶에 대해 나보다 더 아는 게 없어.´
그는 한숨을 내쉬고 길을 떠났습니다.
어느 날 줄무늬 애벌레는 이상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어딘가를 향해 줄지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궁금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커다란 기둥이 하나 보였습니다.
애벌레들의 행렬은 그 기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도 끼어 들어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기둥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그 기둥은 서로 밀쳐 대며 꿈틀거리는 한 무더기의 애벌레로 쌓아진 애벌레 기둥이었습니다.
애벌레들은 모두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꼭대기는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과연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 줄무늬 애벌레는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봄철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것과 같은 흥분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내가 원하던 것을 찾게 될 지도 몰라.´
줄무늬 애벌레는 설레는 마음으로 뒤따라오는 애벌레에게 물었습니다.
˝왜 모두들 기둥에 올라가려고 하는지 얘기해 줄래?˝
˝나도 조금 전에 왔기 때문에 잘 몰라. 그리고 아무도 자세히 설명해 줄 시간이 없는 것 같아. 모두들 꼭대기로 올라가려고 정신이 없단다.˝
˝그렇다면 꼭대기에 무엇이 있을까?˝
줄무늬 애벌레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건 아무도 몰라. 하지만 틀림없이 굉장한 그 무엇인가가 있을 거야. 안녕, 나도 이젠 시간이 없어!˝
그 애벌레는 기둥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의 머리 속은 새로운 흥분으로 가득했습니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도 없었습니다.
애벌레들은 그의 곁을 지나쳐 끊임없이 기둥 속으로 섞여 들어갔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일단 들어가고 보자.˝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 속으로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제2장

기둥 속으로 들어간 애벌레는 너무도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사방에서 떠밀리고, 채이고, 밟혔습니다.
밟고 기어오르느냐, 아니면 밟히느냐, 그것만이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 줄무늬 애벌레는 밟고 올라섰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줄무늬 애벌레의 친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친구란 그가 기어오르는 것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장애물일 뿐이며, 위로 오르기 위한 발판일 따름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올라가겠다는 그 한 가지 집념 덕분에 줄무늬 애벌레는 자신이 무척 높이 올라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마저 힘겨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불안한 그림자가 그를 괴롭혔습니다.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어느 날 줄무늬 애벌레는 풀리지 않는 물음들 때문에 몹시 화가 났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도 잘 모르겠다. 생각할 시간이 없어!˝
그때였습니다.
줄무늬 애벌레에게 밟혀 있던 작고 노란 여자 애벌레가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물었습니다.
˝뭐라고 말했니?˝
˝혼자 해본 말이야. ……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난 그저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어.˝
노랑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로 했어.˝
자신의 말이 바보스럽게 느껴졌는지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말을 덧붙였습니다.
˝아무도 우리들이 어디로 가는지 걱정하지 않아. 그러니까 그곳은 좋은 곳일 거야.˝
노랑 애벌레는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줄무늬 애벌레가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바닥에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꼭대기에 있지도 않아. 아마 우리는 중간쯤일 거야.˝
˝그렇겠지.˝
노랑 애벌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들은 다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방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눈 그녀를 밟고 올라설 수 있단 말인가?´
줄무늬 애벌레는 되도록 노랑 애벌레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녀를 밟고 올라서기는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길목에 서 있는 그녀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할 수 없군. 누군가가 먼저 올라갈 수밖에 없어.˝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냉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밟고 올라섰습니다.
순간 줄무늬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의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자신이 너무 잔인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저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까지 잔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발 밑에 있는 노랑 애벌레에게로 내려와서 속삭였습니다.
˝미안해.˝
그러자 노랑 애벌레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날 혼자 소리치던 널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난 저 위에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희망 속에서 이 생활을 견딜 수 있었어. 그런데 널 만난 후부터는 갑자기 내 마음을 알 수 없게 되었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나의 삶이 얼마나 끔찍한지 느끼지 못했어. 그러나 네가 다정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지금, 난 꼭대기로 오르는 생활을 지긋지긋해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어. 지금 나의 소원은 너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싱싱한 풀을 먹는 일이야.˝
줄무늬 애벌레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노랑 애벌레의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제 그 기둥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속삭였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르는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노랑 애벌레야, 어쩌면 우리는 꼭대기에 가까이 와 있을지도 몰라. 우리가 서로 도우면 머지않아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하지만 이제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꼭대기로 오르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내려가자.˝
노랑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그래.˝
줄무늬 애벌레가 대답했습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올라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수많은 애벌레가 그들을 밟고 올랐기 때문에 둘이는 서로 꼬옥 안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눈과 배를 밟지 못하도록 커다란 공처럼 몸을 둥글게 만들었습니다. 짓밟힘을 참느라고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그들은 함께 있으므로 행복했습니다.
둘은 서로 감싸안은 채 오랫동안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제 아무도 자기들을 밟고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공처럼 만들었던 몸을 풀고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애벌레로 이루어진 기둥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안녕, 줄무늬 애벌레야!˝
노랑 애벌레가 말을 건넸습니다.
˝안녕, 노랑 애벌레야!˝
줄무늬 애벌레도 인사했습니다.
그들은 신선하고 푸르른 풀밭으로 기어가서, 맘껏 풀을 먹고는 낮잠을 잤습니다.
막 잠이 들려고 할 때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꼭 껴안았습니다.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그 기둥 속에서 짓밟히던 때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
˝정말 그래!˝
노랑 애벌레는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눈을 감았습니다.


제3장

그로부터 노랑 애벌레와 줄무늬 애벌레는 즐겁게 풀밭을 돌아다니면서 먹고, 살이 찌고, 그리고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다른 애벌레들과 매 순간마다 밀고 제치는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그들은 천국에서 사는 듯한 나날을 지냈습니다.
둘이는 서로의 털끝 하나까지도 속속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있는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자꾸 허무한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어딘가에 이보다 나은 생활이 있을 거야.´
노랑 애벌레는 마음의 여유를 잃어 가는 그를 더욱더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생각해 보렴. 우리가 떠나 온 그 지겹고도 끔찍한 기둥 속에서의 생활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한 거야.˝
그녀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있어.˝
그가 대답했습니다.
˝기둥에서 내려온 건 잘못한 것 같아. 이제 푹 쉬었으니 이번에는 우리 둘이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을 거야.˝
노랑 애벌레는 애원하듯 말했습니다.
˝우리에게는 편안하게 지낼 곳이 있고 또 서로 사랑하고 있잖아.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니? 꼭대기를 향해 외롭게 기어오르는 다른 애벌레들보다 우리는 훨씬 행복한 거야.˝
그녀의 말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으므로 줄무늬 애벌레는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습니다.
애벌레들로 이루어진 기둥 꼭대기에 대한 줄무늬 애벌레의 호기심과 동경은 날이 갈수록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기둥에 오르는 상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날마다 그곳으로 가서 기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그러나 맨 꼭대기는 변함 없이 구름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기둥 근처에서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세 번 들렸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깜짝 놀라 그쪽으로 갔습니다.
커다란 세 마리의 애벌레가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둘은 이미 죽은 것 같았고 한 애벌레만이 조금씩 꿈틀거렸습니다.
˝무슨 일이죠? 제가 도와 드릴까요?˝
그 애벌레는 간신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 꼭대기…… 오직 그들만이 볼 수 있어……. 나비들만…….˝
이 말만을 남기고 그 애벌레는 죽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집으로 돌아와 노랑 애벌레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한동안 둘은 아무 말도 없이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 애벌레들은 기둥 꼭대기에서 떨어진 것일까?
마침내 줄무늬 애벌레는 다짐한 듯이 힘차게 말했습니다.
˝나는 알아내고야 말겠어! 올라가서 그 꼭대기의 비밀을 꼭 찾아낼 거야.˝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니?˝
노랑 애벌레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줄무늬 애벌레와 함께 있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꼭대기에 오른다는 것이 그토록 많은 시련을 참아야 할 만큼 소중한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기어다니는 생활이 만족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도 꼭대기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꼭대기에 다다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애벌레 기둥을 기어오르는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자신감에 차 있는 줄무늬 애벌레를 보면서 그의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찬성할 수 없는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함께 갈 수 없는 뚜렷한 이유를 줄무늬 애벌레에게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이 보잘것없어 보였고 바보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확신도 없이 행동하는 것보다는 그를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고, 무엇으로도 증명할 수 없을 만큼 그를 사랑하지만, 함께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기어서 높은 곳에 도달하는 것만이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가지 않겠어.˝
그녀는 가슴이 아팠지만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홀로 기둥을 오르기 위해 떠나갔습니다.


제4장

혼자 남은 노랑 애벌레는 외로웠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하루도 빠짐없이 기둥까지 가보았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허전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그를 볼 수 없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를 보았다면 자기도 모르게 그를 따라 기둥 위로 올라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랑 애벌레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작정 줄무늬 애벌레를 기다리는 것보다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순간마다 변하는 것 같아. 하지만 분명히 보다 나은 것이 있을 거야.´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던 생활의 모든 재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노랑 애벌레는 나이 많은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마치 털뭉치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하셨군요. 제가 도와 드릴까요?˝
노랑 애벌레가 물었습니다.
˝아니오, 괜찮아요.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만 된다오.˝
´나비……. 그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물었습니다.
˝제발 말씀해 주세요. 나비란 무엇인가요?˝
˝그것은 우리가 다시 태어날 때 갖게 되는 이름이라오. 아름다운 두 날개를 팔랑이며 날아다니면서 하늘과 땅을 연결시킨다오. 중요한 건, 꽃의 달콤한 꿀을 마시면서 꽃들에게 사랑의 씨앗을 옮겨주는 것이라오……. 이 세상에 나비가 없다면 꽃들 역시 곧 사라지고 말 거요.˝
˝믿을 수가 없어요!˝
노랑 애벌레는 너무 놀라 숨이 막힐 것만 같았습니다.
˝나와 같이 애벌레인 당신이 나비가 된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요.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털뭉치에 감싸인 당신뿐인데……. 어떻게 해야 나비가 될 수 있나요?˝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물었습니다.
˝당신이 애벌레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날기를 원하는 마음이 간절해야 하오.˝
˝목숨을 버려야 한다는 말인가요?˝
노랑 애벌레는 기둥에서 떨어져 죽은 세 마리의 애벌레를 떠올리며 물었습니다.
˝그런 뜻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렇지 않기도 하지요.˝
그가 대답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죽는 것 같지만 참모습은 새로이 살게 되는 것이라오. 삶이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것이지요. 나비가 되어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되는 뭇 애벌레들과는 다른 삶이라오.˝
˝만일 제가 나비가 되고 싶어한다면…….˝
노랑 애벌레는 머뭇거리며 물었습니다.
˝나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지요?˝
˝나를 잘 보시오. 나는 지금 고치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오. 털뭉치와도 같이 보이는 이 고치는 애벌레가 나비로 되기 전에 잠시 머무는 집이라오. 이 고치 속에서 바로 나비가 만들어지고 또 태어나는 것이라오. 고치를 만든 애벌레는 다시는 애벌레의 삶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오. 새로운 삶을 맞이하기 위해 고치를 준비하는 동안, 고치를 지켜보는 이들은 아무런 변화도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그 속에는 이미 나비가 만들어지는 중이라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말이오……. 중요한 것은…… 일단 나비가 되면 당신은 참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라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그런 사랑으로서, 모든 애벌레들이 할 수 있는 사랑보다 훨씬 훌륭한 사랑이라오.˝
˝아, 어서 줄무늬 애벌레에게 그 말을 들려주어야겠어요.˝
하지만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 속으로 너무나 깊숙이 들어가 버렸기 때문에 찾을 수 없으리란 것을, 슬프게도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슬퍼 말아요. 당신이 나비가 되어 날아다닐 수 있게 되면 그에게 나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직접 보여주시오. 그러면 그도 나비가 되고 싶어할 거요.˝
고치 속의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돌아왔을 때 내가 거기 없으면 어쩌나? 그가 나비로 변한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만일 그가 애벌레로 계속 살겠다고 고집한다면? ……그냥 이대로 애벌레로 산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겠지. 전과 같이 기어다니면서 먹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하지만 이렇게 애벌레로 살다가 죽는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그렇지만 화려한 날개를 가진 나비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단 하나뿐인 삶을 포기한단 말인가?´
노랑 애벌레는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이리저리 갈팡질팡했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고치를 만들고 있는 나이 많은 그 애벌레를 보면서, 그리고 애벌레 기둥에 대한 미련을 떨치게 한 나비 이야기, 그 가슴 설레는 희망을 간직한 채로…….
나이 많은 애벌레는 열심히 가늘고 고운 실을 뽑아 내어 자신의 몸을 감쌌습니다.
그는 마지막 실을 뽑아 머리를 감싸면서 소리쳤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을 거요. 우리는 모두 당신을 기다리겠소!˝
노랑 애벌레는 나비가 되는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용기를 얻기 위해 그녀는 나이 많은 애벌레의 고치 바로 옆에 바짝 매달려 자신의 고치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나,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나도 고치를 만들 수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나비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제5장

줄무늬 애벌레는 예전에 올랐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기둥을 떠난 후, 풀밭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그의 몸은 전보다 더 크게 자랐고 힘도 더욱 세졌습니다.
그는 꼭대기에 오르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특히 다른 애벌레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한 만남이 얼마나 큰 괴로움을 주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또한 노랑 애벌레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상에 빠지거나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겠다고 각오도 했습니다.
다른 애벌레의 눈에는 줄무늬 애벌레가 단순히 마음을 굳게 먹은 정도로만 비쳐진 것이 아니라 냉정하고 인정 없는 애벌레로 보였습니다.
기어오르고 있는 애벌레들 중에서 줄무늬 애벌레는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애벌레들을 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할 뿐이었습니다.
다른 애벌레들이 불평이라도 했다면 줄무늬 애벌레는 이렇게 말해 줄 작정이었습니다.
˝네가 잘 오르지 못한다고 해서 나를 원망하지는 말아. 이 생활은 험난하기 때문에 강한 마음을 지녀야 해.˝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그는 꼭대기 가까이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잘 견디면서 기어올랐지만 빛이 내리쬐고 있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는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올라선 곳 주위에 있는 애벌레들은 별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기어오르면서 발휘했던 모든 기술로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위험한 상태인 것입니다.
모두들 아무 말 없이 몸을 맞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무엇엔가 갇힌 듯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줄무늬 애벌레의 바로 위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습니다.
˝다른 애벌레들을 밀어내지 않고서는 더 이상 높이 올라갈 수 없겠군.˝
얼마 후 갑자기 기둥이 몹시 흔들렸습니다. 곧이어 위에 있던 동료 애벌레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기둥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러고는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잠해졌습니다. 햇빛은 더욱 눈부시게 내리쬐었고 위에서 짓누르던 힘은 점점 약해졌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예전에 세 마리의 애벌레가 기둥에서 떨어진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애벌레로 쌓여진 이 기둥 꼭대기에서는 누군가를 밀어 떨어뜨리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그때 꼭대기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다른 애벌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쉿, 조용히 해! 밑에서 다 듣겠어. 우리는 다른 애벌레들이 오르고자 하는 그곳에 올라온 거라고! 이곳이 바로 목적지야!˝
줄무늬 애벌레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자기의 모든 희망을 걸고 온갖 고생을 하며 올랐는데 아무것도 없다니…….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이곳은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만 신비할 뿐이었습니다.
다시 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기 좀 봐, 애벌레로 만들어진 기둥들이 있다! 저기도 있고……. 애벌레 기둥들이 사방에 있잖아!˝
줄무늬 애벌레는 너무 큰 실망감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내가 오른 이곳이 수많은 기둥 중의 하나라니, 그리고 그렇게 많은 애벌레가 아무 희망도 없는 이곳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단 말인가?´
그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분명히 뭔가가 잘못되었어.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어!´
그는 노랑 애벌레와 즐겁게 지냈던 시절이 아주 옛일처럼 아득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노랑 애벌레야!´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기다림은 용기라는 것을……. 그녀의 말이 옳았는지도 몰라. 그녀와 함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내려가야겠어. 노랑 애벌레는 나를 비웃겠지만, 여기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그 때 주위에 있던 다른 애벌레들이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바람에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꼭대기로 올라가는 통로를 찾으려고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래에서 아무리 밀어 보아도 꼭대기에 있는 애벌레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한 애벌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습니다.
˝모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아무도 위로 올라갈 수 없어! 언제까지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잖아!˝
그때 갑자기 웅성웅성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들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가장자리로 기어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지없이 황홀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어떤 것이 기둥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우아한 모습이었습니다.
´기어오르지 않고 어떻게 이 높은 공중에 떠 있는 것일까?´
노랑 날개를 가진 그는 밖으로 고개를 내민 줄무늬 애벌레를 알아보는 듯 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날개를 팔랑이면서 긴 다리를 뻗어 줄무늬 애벌레를 잡으려 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겁이 나서 몸을 뒤로 뺐습니다. 노랑 날개의 그는 슬픈 눈빛으로 줄무늬 애벌레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그 눈빛을 보자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애벌레 기둥을 처음 발견했을 때 이후로 느끼지 못했던 흥분을 안겨 준 것입니다.
갑자기 오래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오직…… 나비들만이 …….´
´저것이 바로 나비란 말인가? 하지만 그가 남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날개를 가진 저것은 나비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 나비의 눈은 노랑 애벌레의 눈과 무척 비슷했습니다.
´혹시 그녀가 아닐까……?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러나 두근거리는 가슴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을 몰랐습니다.
그는 새로운 희망이 마음 속에서 싹트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곳을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운을 기대하는 마음 한구석에는 그를 괴롭히는 근심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도망치듯 내려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나비의 눈빛에서 자기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문득, 다른 애벌레들과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지난날들이 후회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깨닫게 된 것을 노랑나비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만을 위했던 지금까지의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다른 애벌레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제6장

줄무늬 애벌레는 몸을 돌려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올라갈 때처럼 몸을 움츠리지 않았습니다. 온몸을 쭉 펴고 다른 애벌레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의 눈은 각기 다르게 생겼지만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만나는 애벌레마다 말해 주었습니다.
˝나는 꼭대기까지 올라갔었어.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단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올라가는 일에만 온 정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심술이 나서 하는 말이겠지. 분명히 그는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지 못했을 거야.˝
어떤 애벌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몇몇 애벌레는 줄무늬 애벌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한 애벌레가 심각하게 말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이제 우리는 어쩔 도리가 없잖아?˝
˝우리는 날 수 있어! 우리는 나비가 될 수 있단 말이야! 이제 아무것도 없는 꼭대기에 미련을 두거나 기대할 필요가 없는 거야!˝
이런 줄무늬 애벌레의 대답에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말을 한 줄무늬 애벌레 자신도 놀랐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꼭대기에 오르려 했던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새롭고 보다 나은 삶이란 꼭대기로 기어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자기도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기쁨에 싸여 다른 애벌레들을 일일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애벌레들의 생각은 그와 달랐습니다. 그들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던 걸음을 멈춘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 놀라운 사실을 겪어 보지 않고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벅찬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줄무늬 애벌레가 이렇게 의심한 순간, 모든 희망의 빛이 흐려졌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들이 혼란스러워졌고, 이룰 수 없는 꿈처럼 여겨졌습니다.
나비에 대한 꿈도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애벌레 기둥을 오르는 것이 더 나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마음이 약해지긴 했지만 무조건 내려갔습니다.
나비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자기만의 헛된 망상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한 애벌레가 빈정거렸습니다.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땅에서 위로 기어오르는 것일 뿐이야. 우리의 모습을 봐! 우리는 나비가 될 수 없어. 최선을 다해 애벌레로서의 삶을 사는 게 전부야!˝
´어쩌면 그의 말이 옳을지도 몰라.´
줄무늬 애벌레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내 말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나비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게 된 것은 아닐까.´
그는 가슴이 아팠지만 자기의 말에 귀기울여 줄 누군가를 기대하면서 쉬지 않고 내려왔습니다.
´난 나비를 본 거야. 나비에게는 애벌레보다 나은 삶이 있을 거야.´
드디어 줄무늬 애벌레는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지친 몸을 이끌고 노랑 애벌레와 즐겁게 지냈던 그리운 풀밭으로 갔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그는 너무 슬프고 피곤하여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제7장

그는 몸을 움츠린 채 잠이 들었습니다.
문득 잠에서 깨어보니 노랑나비가 아름다운 날개로 그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그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 아니었습니다.
노랑나비는 더듬이로 그를 쓰다듬어 주면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줄무늬 애벌레는 나비가 될 수 있다고 했던 자신의 말에 믿음이 생겼습니다.
노랑나비는 조금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마치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되풀이하였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나비를 따라 나섰습니다.
그들은 찢어진 두 개의 고치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노랑나비는 고치 안에 꼬리를 밀어 넣는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그에게로 날아와 그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것이었습니다.
노랑나비의 더듬이가 떨리는 것을 보고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나비가 자기에게 무엇인가 말을 전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노랑나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나비는 바로 자기가 사랑하는 노랑 애벌레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나무 위를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다시 한번…….
날이 어두워지자 그는 두려워졌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포기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모든 것을…….
노랑나비는 그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 끝…….
……아니 새로운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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