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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동화] 부둥켜안은 형제

기타 신충행............... 조회 수 1249 추천 수 0 2004.10.24 14: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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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 공원 앞에는 부둥켜안은 형제 상이 서 있습니다.
젊은 조각가가 정으로 쫓아 빚은 대리석상입니다.

전쟁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나 비슷비슷합니다.
어느 장군이 어떤 전투에서 크게 이겼다, 수많은 적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룹니다. 그런 전쟁 이야기는 한 동안 지칠 줄 모르게 쏟아져 나오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빛이 바래면서 잊혀져 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가도 부둥켜안은 형제 이야기는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조각가의 아버지는 북쪽에서 살았습니다. 조상 대대로 많은 논밭을 가지고 농사 지으며 사는 부자였습니다. 그러나 조각가의 증조할아버지가 독립운동에 참가하면서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가난뱅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조각가의 가족들은 나라를 되찾는 일에 이바지하였다는 자부심에 재산 같은 건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되찾고 난 뒤. 지도자들이 하고 다니는 짓거리들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조상들의 잘못으로 잃었던 나라를 간신히 되찾았으면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힘있는 다른 나라의 장난으로 나라가 다시 두 쪽이 났는데도 서로 힘 겨루기만 계속하려고 들었습니다.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려고만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속임수로 시작하여 속임수로만 끝내려 했습니다. 그들은 숫제 사람들의 목숨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이건 아니야. 이러자고 그 많은 사람들이 목숨 바쳐 나라를 되찾은 건 아닌데..... 이래서는 안 돼.´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제일 먼저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재산을 보호하려 들기는커녕 목숨까지 예사로 생각하려 드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나라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각가의 아버지는 나라를 둘로 갈라놓은 경계선이라는 것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나라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수십 년씩 종살이를 해야만 했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다가 간신히 되찾은 땅이었습니다. 그 땅이 이번에는 또 어처구니없게도 둘로 갈라졌습니다. 그 갈라진 땅이 그대로 두 나라로 굳어질 것만 같은 생각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조각가의 아버지는 정든 고향을 떠날 결심을 굳혔습니다.
˝아버지, 전 아무래도 남쪽으로 넘어가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쪽은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조각가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나라 돼 가는 꼬락서니 보니 잠이 안 온다. 쯧쯧, 그렇게 고생들하고도 내 민족 내 핏줄 귀한 줄을 모르다니.....˝
조각가의 할아버지는 혀를 쯧쯧 찼습니다.
˝가긴 어디로 간단 말이냐? 좀 잘못 막고 고생하더라도 제 태어난 고향 땅에서 사는 게 낫지, 타관 땅으로는 왜 간다는 말이냐.˝
유난히 정이 많은 어머니는 큰아들이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어머니 잠깐만 기다리세요. 결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조각가의 아버지는 그 한 마디 위로의 말을 남기고는 어머니와 헤어졌습니다. 정든 고향 땅을 떠나 왔습니다.

조각가의 아버지는 남쪽으로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어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곧 국군 장교가 되어 전장에 나갔습니다. 전쟁은 너무나 치열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조각가의 아버지는 중대장이 되어 낙동강 전투에 참가했습니다.
부하들이 인민군 소년 병 하나를 생포해 끌고 왔습니다. 그 소년 병을 본 조각가의 아버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 소년 병은 바로 고향을 떠날 때 헤어진 동생이었습니다
동생은 그때 겨우 열 여섯 살 소년이었습니다. 유난히 형을 따랐습니다. 형이 고향을 떠나던 날이었습니다.
˝형 가지 마. 형과 헤어지기 싫어. 헤어지기 싫단 말이야.˝
동생은 형의 두 다리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었습니다.
그 형제가 전쟁터에서 서로 적이 되어 만났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만남이었습니다.
형은 국군 장교, 동생은 인민군 병사였던 것이었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라고 국군이라고 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하여 인민들을 지켜야 할 군인이라고 인민군이라고 했습니다.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맞붙어 피를 토하며 싸웠습니다. 그 싸움꾼들 중의 하나인 형과 동생이 서로의 가슴에다 총을 겨누어야 하는 전쟁에 나왔다가 그렇게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겨우 열 여섯 살 소년을 전쟁터로 내몰다니 이럴 수가 있나.´
형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자수해라. 자수하여 국군이 되어 형과 함께 싸워 고향을 되찾자.˝
언제까지나 떨어질 줄 모르던 형이 포옹을 풀며 말했습니다.
형은 동생을 포로 아닌 자수 병으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동생을 잡아온 부하들도 형의 마음을 알게 되면 그렇게 해 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
그러나 동생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왜 대답이 없니?˝
형이 물었습니다.
˝형님은 장교라서 그런지 군복도 해지지 않았고 군화도 멋지구나. 국군은 인민군보다 훨씬 부잔가 봐. 국군은 좋겠어. 하지만 형, 나를 돌려보내 줘. 내겐 할 일이 있어.˝
동생이 말했습니다.
˝할 일이 있다고? 그게 뭐냐?˝
˝고향으로 돌아가야. 나라도 돌아가 형 만난 얘기를 아버지 어머니께 해드려야지. 내가 형 만난 얘기하면 아버지 어머니께서 몹시 기뻐하실 거야. 나는 전쟁에 나오면 형을 만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민군 병사가 되었어. 제발 좀 나 좀 보내 줘. 형이 몸 성히 잘 있더라는 기쁜 소식을 꼭 부모님께 전하고 싶어.˝
동생이 말했습니다.
˝.....˝
동생의 말을 들은 국군들은 모두 고개를 떨어뜨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알았다. 알았으니 돌아가거라. 가서 부모님들에게 전해드려라. 고생스럽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시라고..... 국군 병사들이 고향에 들어갈 날이 결코 머지 않았다고.....˝
형은 동생을 돌려보내 주려고 했습니다.
˝안 됩니다. 아무리 중대장님의 동생이라고 해도 포로를 되돌려 보내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부하 중의 하나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렇습니다. 돌려보내도 동생은 고향을 찾아갈 수 없습니다. 죽음을 당할 뿐입니다. 자수하기 싫어하면 포로 수용소로 보내는 게 오히려 났습니다.˝
다른 부하도 반대했습니다.
˝돌려보내라. 이건 중대장의 명령이다. 전쟁터에서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총살이라는 거 알지?˝
조각가의 아버지는 권총을 뽑아들었습니다.
˝.....˝
부하들은 더 말하지 못하고 명령을 따랐습니다.
˝형군아 집으로 가거라. 집에 돌아가서 이 형이 꼭 이기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부모님께 전해라.˝
조각가의 아버지는 동생을 돌려보냈습니다.
조각가의 아버지는 그 일로 국군 형무소에 가야 했습니다. 누군가가 포로로 잡은 인민군 병사를 돌려보냈다고 고자질을 했던 것입니다.
조각가의 아버지는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그 소년 병이 동생이었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동생이라고 해도 인민군의 포로가 틀림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전쟁은 그 어느 쪽의 승리도 없이 끝났습니다. 밀고 밀리는 몇 년간의 싸움이 남긴 것은 나라를 거지꼴로 만들어 놓은 게 고작이었습니다.
수많은 가족을 남북으로 갈라놓았습니다.
아들을 잃은 부모와 남편을 사별한 젊은 아낙들의 울음소리가 강산을 진동했습니다. 집은 불타고 고아들이 거리에 나와 비럭질을 했습니다.
양쪽 다 아무 것도 얻은 것 없이 끝난 전쟁이었습니다. 그렇게 전쟁을 끝내고도 네가 옳네 내가 옳네 티격태격 싸우기만 했습니다.

조각가의 아버지는 감옥살이를 끝내고 나왔습니다. 결혼하여 아들을 얻었습니다. 아들은 자라서 훌륭한 조각가 되었고 조각가의 아버지는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 불리는 북한의 국방 위장이 만났습니다.
남북으로 헤어져 눈물 속에 살아온 수많은 가족들 중 몇 백 명의 사람들이 서로 만났습니다.
그러나 조각가의 아버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이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
돌려보낸 동생이 살아서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이름 모를 골짜기에서 국군의 총에 맞아 죽어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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