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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최용우 그레파스 제목/하지감자
오늘은 하지입니다.
오늘은 열 번째 절기인 하지(夏扇)입니다. 일년 중 낮의 길이가 14시간 35분으로 가장 긴날이고,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하여 '하지에는 부채를 선물하고 동지에는 책력(冊曆)을 선물한다’본격적으로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하지에 부채를 선물하고, 동지에는 다음해 달력을 선물하는 옛 풍속을 일컷는 말입니다. 올 여름에는 전력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데 부채를 선물해 볼까요?
요즘같은 가뭄이 하지까지 계속되면 옛날에는 과감하게 파종해 놓은 밭을 갈아엎고 대체 작물을 심었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어요. 거의 모든 곡식을 수입해 먹기 때문에 논이나 밭에 나가 보아도 옛날과 같은 다양한 곡물은 볼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빨리 비가 와야 합니다. 너무 가물어요.
'하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하지감자'입니다. 감자는 일년에 두 번 수확을 하는데 하지에 거두는 감자를 하지감자라 합니다. 딱 하지날 거두어야 합니다. 며칠 더 두었다가 비라도 맞는 날에는 감자가 밭에서 다 물러버립니다. 동네에 새벽부터 감자캐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하지감자를 한번 그려봤는데, 감자라기 보다는 잘 구운 빵 같아 보입니다. 에이... 지금 제가 빵이 먹고 싶은가 봅니다. ⓒ최용우 201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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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하선동력(夏扇冬曆)정규호의 민속문화 엿보기 l 하지(夏扇)이야기
하선동력(夏扇冬曆), 우리의 선조들이 ‘하지에는 부채를 선물하고 동지에는 책력(冊曆)을 선물하는 풍속’을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에 하지는 별 의미 없이 넘어 가지만 동지무렵에는 연말을 맞아 개인적으로나 기업체에서 이듬해 달력을 선물하는 풍속은 남아 있는듯 하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하지를 맞아 시원하게 여름을 나기 위해 멋스러움이 가득한 부채를 선물하던 선조들처럼 올 여름에는 전통의 멋이 담긴 부채를 선물해 보자!
절기로 망종과 소서사이에 있으며, 날짜로는 6월 21일경에 드는데 태양의 황경이 90도에 이르러 가장 북쪽에 위치하게 되는 때이다. 하지때에는 동지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 날 가장 짧아지며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14시간 35분이나 될 만큼 가장 길다. 또한 남중 고도라 하여 정오의 태양 높이가 가장 높아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아 이후로 기온이 상승하여 무더위가 지속된다. 아울러 북극지방에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나타나고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로 해가 뜨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에 대하여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하지 기간 15일을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차후(次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밭에서 자라는 한약재인 반하(半夏)에 알이 생긴다고 했다.
농가에서는 가뭄대비와 장마를 동시에 해야 하는 만큼 농작업에 슬기로운 판단이 요구되는 때이다. 봄 가뭄이 심하여 하지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대파작물을 파종해야 한다. 한편 누애치기와 감자캐기, 마늘캐기, 보리수확과 탈곡 등 봄 작물 수확작업이 바쁘게 이루어지는 때이며, 여름옷을 장만하는 삼베, 즉 대마를 수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벼농사의 경우에는 망종 때 모심기를 했던 논에는 김매기 준비를 한다. 김매기는 벼가 패기까지 시작하는 백중 때 까지 보통 두 세 번 하는데, 처음 매는 김을 초벌매기 또는 애벌매기라 한다. 초벌매기 후 3주 쯤 지나면 두벌매기가 이어지고 잡초가 많은 논이나 알뜰한 농가, 일손이 많은 농가에서는 세벌매기까지 하게 된다. 이러한 김매기는 공동노동조직인 두레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지금은 사라진 두레농작업 형태는 지역의 중요 무형문화재로 발굴되어 전승되고 있는데, 경남 밀양지역의 ‘밀양백중놀이’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되어 전승되고 있으며 충남지역에서는 홍성의 ‘결성농요’가 유명하다.
이렇듯 하지는 장마를 앞두고 매우 바쁜 농작업이 이루어 지는 시기이지만 한편으로는 봄 가뭄을 해소해야 될 절박한 시기이기도 하다. 남부지방에서는 하지무렵이면 모심기가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또한 과거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이전 이모작을 하는 남부 지역에서는 하지 ‘전삼일, 후삼일’이라 하여 모심기의 적기로 여겼는데, 하지가 지나면 모심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 외에도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는 풍속도 있었는데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하지의 시절식으로는 감자전을 주로 해 먹었다. 감자산지로 유명한 강원도에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하였으며,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날이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고도 하여 이날 ‘감자천신’의례로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는 풍속이 있었다.
하지날을 정점으로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농가에서는 바쁜 농 작업이 이어지는 한편, 시원한 여름을 나기 위한 다양한 풍속이 이루어졌다. 마음까지도 바쁘고 더운 이 시기에 한 숨 여유를 가지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부채를 선물하는 것은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풍속이다.
아스팔트를 녹이는 열기와 습한 대기는 불쾌지수가 높은 오늘날의 여름이다. 각종 냉방기에 의존하는 요즘의 여름날, 자연과 같은 시원한 바람과 잠시나마 바쁜일상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부채질을 해 보며, 올 여름의 불쾌지수를 날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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