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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783】거기에 절이 있다.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어떤 왕이 그림 좀 그린다 하는 나라의 화공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그리고 '어지러운 산이 옛절을 감추었다'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데 특히 감추어진 절을 잘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아니, 감추어진 절을 그리라니... 많은 화공들이 고민을 하다가 어떤 화공은 안개에 희미하게 감싸인 절을 그리기도 했고, 어떤 화공은 귀퉁이에 절을 조그맣게 그리기도 했습니다 .
완성된 그림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던 왕이 한 그림 앞에서 얼굴이 활짝 펴지며 박장 대소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든 듯 그림을 그린 화공을 불러 칭찬을 하고 큰 상금을 내렸습니다.
그 그림은 화폭 가득 커다란 산 그림이 그려져 있고 한쪽 귀퉁이에 물동이를 이고 가는 스님 한 분의 모습만 그려져 있을 뿐 절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스님의 모습만 보고도 산 어딘가에 커다란 절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도주보를 만들면서 내내 이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아니, 햇볕같은이야기를 편집하면서 늘 이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굳이 교회, 하나님, 구원, 예수님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어떤 한 단어만 보고도 아! 거기에 예수님이 계시구나, 아! 하나님이시구나... 하고 한 눈에 알게 할 수는 없을까요? 얼마나 도를 닦아야 그런 경지에 도달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갈 길이 멀고도 멀어 숨이 찹니다. 헉헉 ⓒ최용우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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