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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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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cm 2004.4월호-(테마가 있는 글 -부활)

제목/ 온 세상이 두런두런 살아나는 봄

                                                                  최용우 (월간 들꽃편지 발행인)  

1.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회색빛 들판에 어느새 연한 푸른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화단의 수선화 피는 것을 날마다 들여다보며 봄을 기다리다가 어느새 시들한 마음. 다른 일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내의 전화 한 통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납니다.
"4월 두 번째 주에 문학모임을 벚꽃 핀 그곳에서 갖고 싶어요"
"다음주 주말이면 벚꽃이 다 질지 몰라요. 두 번째 주면 벚꽃은 지고 복사꽃 필 때인데…"
다음주?
아직은 마른 나뭇가지인 것을 금방 보고 들어왔는데 다음주에는 벚꽂이 질 지 모른다고? 그 소리를 듣고 다시 나가 벚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세상에! 벌써 꽃망울이 사춘기 소녀 젖몽울처럼 맺혀 있네요.
아, 생명의 부활! 이제 잠시 후면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박자에 맞추어 온 세상은 짠짜잔~~~ 하면서 꽃 세상으로 변하겠지요? 정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2. 여기저기에서 논둑 밭둑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봄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밭을 정리하고, 흙을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처럼 힘차보입니다.
이제는 토끼가 먹을 풀을 어디에서든 금방 뽑아올 수 있을 만큼 풀도 많이 자랐습니다. 까치보다는 작고 참새보다는 큰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거의 100마리쯤 앞마당의 벚나무에 앉아서 까불거리더니 지금은 또 어디론가 다 날아갔습니다.
날씨가 풀리니 새소리도 한층 더 맑고 투명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지난겨울을 어디에서 지냈는지 청솔모 한 마리가 나무위로 빠르게 올라갑니다.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고놈 한 마리가 언제부터 얼쩡거리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이 봄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로 활기가 넘칩니다.
참 좋습니다. 아내가 올해는 미나리꽝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집 옆의 빈 물논 한 귀퉁이를 깨끗하게 치우고 미나리를 더 옮겨심을거라 합니다. 작년엔 거름더미 옆에 미나리꽝을 만들어보았는데, 물이 없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대전에서 온 아주머니들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하필이면 아내가 만든 미나리꽝에 앉아서 막 올라오는 미나리들을 따가네요.

3 오늘 아침에 교통사고 날 뻔 했습니다.
비가 와서 아이들을 정류장까지 차로 태워다 주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숲속에서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차에 스치듯이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시속 20키로로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었기에 부딛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청설모, 다람쥐, 아주 드물게 고라니가 숲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대부분 차를 보면 부지런히 내빼버립니다. 여기는 숲속이다 보니 겁도 없이 길에 나서는 동물들이 많습니다. 아니지요, 원래는 저 동물들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선을 긋고 시멘트를 부어서 동물들이 다니던 길을 끊고 빼앗은 것이지요.
이제 날씨가 풀렸으니 논에서 개구리들이 길 위로 많이 올라올 것이고, 차 바퀴에 납작해져서 길바닥에 껌처럼 붙어버리는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어떡하면 좋습니까. 개구리들이 많아서 제 차도 분명 사고를 칠 것 같은데… 개구리들을 모아놓고 안전교육을 시킬수도 없고.

4.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내일 손님들이 오기로 되어 있는데, 활짝 핀 벚꽃도 보고 우리들 사는 모습도 보고 나들이도 하고 두루두루 둘러보기로 했는데, 밤새 빗소리를 듣습니다. 혹시 저 비를 맞아 벚꽃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맘껏 활 짝 핀 꽃을, 풍성하게 만개한 꽃을 가슴에 담아 드리고 싶은데, 우리 가난한 삶에 드릴 것은 그거 밖에 없는데, 빗소리를 들으며 제발 꽃송이는 떨어뜨리지 말고 조용조용 가만가만 내리기를 기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으로 비 개인 하늘을 봅니다. 화창하고 밝고 깨끗합니다. 비에 젖은 꽃잎이 오히려 맑고 투명합니다.

5. 집 앞 개나리 울타리 사이에 '명자' 몇 그루가 있습니다. 무심코 보면 개나리에 파묻혀 잘 안보이지요. 이곳으로 이사온 첫해에는 명자나무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두 번째해에 비로소 동양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명'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향기와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했었습니다.
1년에 한 번 겨우 1주일 정도 꽃이 피는데, 누군가 들여다봐 주지 않으면 꽃들이 얼마나 섭섭할까요? 오늘은 명자꽃을 들여다보며
"참 예쁘구나!. 나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깝다. 1년동안 이 순간을 위해서 추위와 더위와 비바람을 견디어냈는데, 보아주는 이가 나 혼자라서 미안하다" 두런두런 꽃과 이야기를 합니다.
"새와 벌과 하나님이 해년마다 꼭꼭 찾아와요. 이렇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어 더 행복해요"
봄에는 밖으로 나가 산과 들과 화단과 나무에 핀 꽃들에게 인사를 해야합니다. 1년에 한번 활짝 피는 꽃들이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요?

최용우 새 손전화번호  011-9696-2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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