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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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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4.9 제1632호최용우의 산골편지
이 아름다운 봄날
벚꽃이 흰 눈처럼 흩날리는 날.
개나리꽃 활짝 핀 울타리 아래서 아내가 밭을 파고 고랑을 내고 씨를 뿌립니다.
저는 가만히 창 밖으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맑은 햇살이 아내의 등에 따사롭게 비추입니다.
한 손에 쥐어진 흙과 또 한 손에 쥐어진 호미가
밀레의 그림에 나오는 농부의 모습처럼 참으로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먼 산 산허리에 산벚꽃이 환합니다.
바람이 확 불어 꽃잎이 폭죽처럼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이 환장하게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
우리 집의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은 아내의 몫입니다.
밭에 씨앗을 다 뿌리고 들어온 아내가 대전에 사는 사모님에게 전화를 합니다.
“사모님 이번 주 기도회는 우리 집에서 해요. 아, 봄볕도 너무 너무 좋고 온 세상에 꽃향기가 진동하네요. 빨리 쑥 캐러 오세요.”
매주 목요일마다 함께 모여 기도를 하는 목사님 부부가 계신데 이번 주 기도회는 우리 집에서 하자고 꼬드깁니다. 그 꼬임에 넘어가 온 가족이 다 몰려왔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밭을 겅중겅중 밟아대며 신나게 놀고 사모님과 목사님은 기도할 생각도 잊어버리고 양지쪽에 앉아 쑥을 캐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향기가 100리를 간다고 해서 백리향이라고도 부르는 싸리꽃이 여기저기에 만개를 하였습니다. 꽃을 꺾어 달라는 준이의 말에 밝은이가 언덕에 기어 올라가 싸리꽃을 꺾어다 줍니다.
마당에 상을 펴고 미나리, 취나물, 돈나물, 파무침, 무슨 버섯, 머위무침, 밭가에서 방금 딴 나무두릅 등등 주변에서 따거나 캔 나물들로만 반찬을 만들어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정말 돈 주고 산 것은 밥그릇과 숟가락뿐이네요. 그렇게 먹다가 양푼에 이 나물 저 나물 걷어 넣고 밥 넣고 비비니 그 맛이 가히 일품입니다.
“사모님 집이 조금만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더 가까이 살아도 자주 이렇게 함께 저녁을 먹을 텐데….” 대전에서 들어오기에는 조금 먼 거리라 입버릇처럼 사모님이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좋은 이웃을 불러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풍성하고 행복한 웰빙(?) 식탁을 차릴 수 있음은 산골마을에 사는 사람들만의 특권인 것 같습니다.
최용우/전도사
<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꽤 괜찮은 인터넷신문을 만들며, 충청도 산골짜기에 있는 목회자 쉼터 ‘산골마을-하나님의 정원’에서 오가는 나그네들을 섬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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