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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 묵상] 가나안이 아니라 고센 땅

묵상나눔 윤용 목사............... 조회 수 67 추천 수 0 2020.09.20 11:3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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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이 아니라 고센 땅

(창세기 47:27-48:7)

1. 가나안이 아니라 고센 땅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땅은 가나안이었다.
그런데 이삭을 거쳐 야곱으로 오고나서는
이스라엘 자손이 가나안이 아니라 이집트의 고센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거기서 생육하고 번성했다.

(창 47:27, 새번역) 이스라엘 자손은 이집트의 고센 땅에 자리를 잡았다. 거기에서 그들은 재산을 얻고, 생육하며 번성하였다.

조상에게 약속하신 그 땅만을 고집하고
영원토록 그 땅에 거하겠다는 생각은
하나님을 고정된 비인격적 존재로 보는 어리석음이다.

하나님은 약속의 땅을 주셨지만
그리고 그 땅에 대한 약속은 달라지지 않지만
시대에 따라 약속의 땅에 대한 해석과 적용은 달리 하신다.

하나님의 백성도 당연히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하나님의 약속을 재해석하고 재적용해야 한다.
앞선 믿음의 사람에게 주신 것만 완전하다고 생각해서
그것만 끝까지 붙들고 간다면
어리석은 율법주의자가 되고 말아서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악함에 빠지게 된다.

믿음의 조상들의 유산을 받아야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누려가야 한다.

그래서 가나안이 아니라 고센 땅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누려갈 줄 알아야 한다.
말씀을 자신의 시대와 자기 개인적 상황에 맞도록
재해석하고 재적용하는 살아있는 신앙이 필요하다.

2. 고센이 아니라 가나안 땅

야곱은 고센 땅에서 죽음에 가까운 나이가 된다.
야곱이 요셉을 불러 맹세시킨다.
이집트가 아니라 가나안 땅에 묻어달라는 맹세다.

(창 47:30, 새번역) 내가 눈을 감고, 조상들에게로 돌아가면, 나를 이집트에서 옮겨서, 조상들께서 누우신 그 곳에 나를 묻어다오." 요셉이 대답하였다. "아버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왜 이집트에 묻히기를 거부하고
가나안 땅에 묻히려 했을까?
그 대답을 알기 위해서는 '죽음'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돌아가는 것'이다.

야곱은 이집트에서 요셉을 만났고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았고
자손들이 번성하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그의 죽음 앞에서 그는 조상들이 묻혀 있는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려 했다.
죽음은 '돌아가는 것'임을 분명히 알았던 것이다.

죽음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삶을 결코 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
죽음이 '돌아가는 것'이라면 삶은 무엇일까?
'나그네'다.

그래서 야곱은 대제국 이집트의 왕 바로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창 47:9)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

그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 전체를
'나그네 길의 세월'이라고 표현했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산 세월을 포함해서
모두 '나그네 길의 세월'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삶은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나그네 길'이다.
살아가는 동안 절대적 안정의 삶,
절대적 평안의 삶은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삶이어도 삶은 '나그네'다.

죽음을 통해 사람은 근원적인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 사실을 알았던 야곱이었기에
자신을 가나안 땅에 묻어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서 묻히는 것은
자신의 조상들이 들어간 하나님의 품 안으로
자신이 돌아가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3. 죽음을 앞두고도 해야 할 일을 하다

야곱은 죽음을 앞두고도 해야 할 일을 했다.

(창 48:5-6, 새번역) [5] 내가 너를 보려고 여기 이집트로 오기 전에 네가 이집트 땅에서 낳은 두 아이는, 내가 낳은 아들로 삼고 싶다. 르우벤과 시므온이 나의 아들이듯이, 에브라임과 므낫세도 나의 아들이다. [6] 이 두 아이 다음에 낳은 자식들은 너의 아들이다. 이 두 아이는 형들과 함께 유산을 상속받게 할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야곱이 한 일은
요셉이 아니라 요셉의 두 아들들을
자신의 직계 자손으로 삼은 것이었다.

이는 요셉에게 두 몫의 유산을 상속하기 위함인데,
결국 요셉에게 장자의 축복을 한 것이었다.
아비와 형들이 요셉에게 절하는 요셉의 꿈을
야곱이 마지막으로 이루어준 것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절망하거나 좌절하거나 우울해하지 않고
자신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그 일을 잘 마무리하는 신앙의 사람 야곱의 모습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신앙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그리고 삶과 죽음을 해석한 그 관점으로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고,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잘 살아가도록 도우면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 가야 한다.

야곱의 삶은 참으로 험악한 삶이었다.
그러나 그는 삶과 죽음을 신앙 안에서 잘 이해하고 해석했고
결국 돌아갈 곳을 잘 정했고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해야 할 일도 잘 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험악한 삶을 살았다 할지라도
하나님 안에서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그 관점대로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과 죽음이 될 것이다.

4. 나는?

어릴 때 고신측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이 있었다.
좋은 점은 율법적일 정도로 철저하게 주일을 지키고
예배를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
신앙의 기본기를 몸으로 잘 익히게 해준 것이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점이 있었다.
칼빈주의라는 엄격한 잣대로
다른 교파의 신앙인들을 판단하고 정죄한 것이었다.

고신측 교인들은 자긍심히 매우 높은 편이었고
주일은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 신앙인들을 보면
겉으로는 아니어도 마음 속으로는
정죄하고 판단하고 비웃기까지도 했었다.

나이가 들고 여러 신앙의 분위를 접하면서도
철저한 주일성수와 예배 사수의 태도가 몸에 밴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많다.

그러나 말도 안 되게 성경보다 앞세우는 칼빈주의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거부감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말하는 칼빈주의는
사실 칼빈이 말한 것과도 많이 다른 내용이었다.

조상이 말한 것을 성경보다 앞세우다시피 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다.
자신보다 믿음이 좋아 보이는 누군가의 말을 맹신하면서
성경 자체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신앙인의 태도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고신측을 떠나
감리교회를 다녔고
통합측 교회를 다니기도 했고
결국은 침례교의 목사가 되었다.

다양한 교단의 교회들을 경험해본 것이
나에게는 헛된 편견을 넘어서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조상들의 유전의 좋은 면은 받아들이되
나쁜 면, 부정적인 면을 거부하고
특히 이것 아니면 다 틀렸다는 헛된 믿음에서 벗어나서,
무엇보다 말씀 자체를 깊이 알아가고
말씀을 기준으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상들이 받은 약속의 땅에 끝까지 머무는 것이
결코 좋은 신앙이 될 수 없음을
말씀을 묵상하면서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말씀의 인도를 칼빈만 받고
그 후손들은 칼빈이 받은 은혜와 깨달음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면
그건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칼빈을 믿는 것이니 이단이 분명하다.

아무리 위대한 믿음의 조상이라도
분명히 옳은 면과 틀린 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준은 '믿음의 조상들이 깨달은 진리'가 아니라
그들이 깨달은 진리를 참고로 하되,
'지금 내가 묵상하는 성경'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신대원에서 신학공부를 하면서
말씀을 수십년간 묵상해왔다는 사실에 대해
참으로 깊이 감사했었다.

잘 정리된 신학의 내용을 바탕으로
성경이 더 잘 이해되었고
묵상의 내용이 훨씬 더 깊어질 수 있었기때문이다.

이제 성경을 묵상해왔던 나의 삶도
저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삶을 살아가되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죽음의 측면에서 나의 삶을 바라보고
올바른 삶이 어떤 삶인지를 다시 정의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지나온 삶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 대해서는 후회되는 일이 많고
하나님에 대해서는 감사할 것 뿐이다.

이제 나의 남은 삶을 통해서
이 땅에 남아서 계속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인생을 바르게 통찰하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말씀을 묵상하는 것 한 가지를 통해서
나의 삶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졌는데,
이 삶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가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내가 주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에
기쁘게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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