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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한국기독교인 수는 좀 더 줄 것이다.
1920년대, 불과 몇 년 어간에 우리나라의 기독교인 수가 30% 급감했다. 교회지도자들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러다가는 기독교가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이 팽배했었다. 1919년 3.1운동의 실패, 영‧미세계에 대한 실망, 무엇보다도 공산주의의 기독교 비판으로 지식인들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들이 왜 빠져나갔나? 그들은 기독교신앙을 가진 뚜렷한 목적이 있었는데 기독교가 그 목적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떠나지 않고 남은 이들은 목적 없이 그냥 믿은, 어찌 보면 무지한 이들이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못난 자식이 효도하듯 무지한 이들이 교회를 지켰다. 해방될 때까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해방 후 한국기독교는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 이승만장로, 반공, 그리고 군부독재 시대에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적극적 사고방식” 등의 철저히 자본주의 가치관과 함께 한국기독교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1993년 이후 한국기독교인 수는 줄고 있다.
교인수가 줄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진보진영의 분석은 한국기독교의 문자주의, 근본주의, 기복주의 등과 같은 무지, 반민족적 행태, 강한 배타성과 같은 독선으로 들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의 분석은 기독교의 세속화, 좌경화를 원인으로 들고 있다.
나는 한국기독교인수가 줄고 있는 원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교인 수가 주는 것이 아니라 조정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성장했으니 거품이 빠져야 한다.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불교를 비롯한 여러종교들이 재평가되는 것이다. 기독교인 수가 어느 정도 줄고 나면 안정화될 것이다. 일부 극단의 사람들이 우려하는 기독교의 심각한 쇠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기독교만이 전부인 것처럼 한국 사회를 휘젓던 광풍노도와 같은 시대에도 불교가 살아남았고 기타 종교들도 살아남았듯이 기독교도 역시 살아남을 것이다.
기독교는 2천 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고등종교다. 세계적인 고등종교라면 인간세상은 물론 온 우주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묻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세상의 모든 문화와 사상을 담고 있어야 한다. 즉 기독교 내에 극우에서 극좌까지, 지극히 물질적인 가치관에서부터 지극히 비현실적인 초월신앙까지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문자주의, 근본주의 신앙도 있을 수 있고 자유주의 신앙도 있을 수 있어야 한다.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기독교임을 모르기에 기독교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 한다. “기독교의 정체성”은 흐려져야 한다. 소수이고 보편적이지 못할 때 정체성이 강한 것이지 세계적인 고등종교는 정체성이 강할 수 없다.
한국기독교인 수는 좀 더 줄 것이다. 소위 잘난 사람들, 비판적 지식인들이 교회를 떠날 것이다. 그들이 잘나서 떠나고 지식인이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성숙치 못하기 때문에 떠날 것이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신앙생활 하는 이들도 교회를 떠날 것이다. “뚜렷한 목적”이란 사실 “뚜렷한 욕망”이다.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종교는 결코 욕망을 채워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홍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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