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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호주머니가 없는 옷
방송을 보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저녁상을 물리고 잠깐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풍경들, 일터 등을 소개하는 잔잔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진행자가 지나는 길에 들른 곳은 가정식 백반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식당 주인은 76세 할머니였습니다. 혼자 식당을 꾸리는 할머니는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정성껏 차린 밥상이 5000원이었는데, 가난했던 시절 배를 곯아본 경험이 있는 할머니는 밥만큼은 얼마든지 배부르게 먹도록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이지 싶은 한 학생은 세 번째 푸러 왔다면서 그릇에 밥을 수북이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진행자가 할머니께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남는 게 있어요.”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천둥소리처럼 와닿았습니다. “죽을 때 입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고 하잖아요. 돈이 아니라 사람이 남는 게 진짜 장사지요.” 이 땅의 교회가 소중한 가치를 지켜가는 선한 이웃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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