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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어머니와 친한 무당 할머니가 자주 오셨다

칼럼수필 이민규 교수............... 조회 수 240 추천 수 0 2021.01.10 12: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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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어머니와 친한 무당 할머니가 자주 오셨다

집에는 어머니와 친한 무당 할머니가 자주 오셨다. 당시 불교도였던 어머니는 무속을 엄청나게 좋아하셨다. 집안이 폭삭 망할 때까지는 그랬다. 결국 "부처도 효험이 없고, 귀신도 별 볼 일 없다"고하시면서 막내아들의 기도처럼 기독교로 개종하셨다. 물론 열광주의 은사주의 기독교인이 되셨고 예언은사도 발휘하셨다. 그후 평수가 꽤 크던 우리 집에서 목사님을 모셔다 교회를 시작했는데 그 목사님에게 사기를 당했다. 물론 돈을 빌려준 것이 화근이 되었는데 그 목사님이 고의로 그러시진 않았을 것같다.
시간이 흘러 낙성대 근처로 이사했고 집은 아주 작은 평수로 변했다. 어느날 어머니와 오랫동안 친했던 무당 할머니가 집에 찾아오셨다. 난 그때 열혈 은사주의 광신자였다. 비록 신앙은 다르지만, 이런저런 할머니의 신화 같은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무당 할머니는 일본에서 초대받아 쪽집게같은 신점을 쳐서 돈을 많이 버시고 방송에도 출연했다고 했다. "일본 무당들은 별볼일 없어, 너희 어머니는 원래 무당 될 팔자야. 내가 신을 거두어 갔어!” 어머니가 할머니에게 전도했는지 내가 신학 공부를 하는 것을 아시는지 교회 이야기를 하셨다. 삼각산에서 굿을 하면, 웬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뭘 달라고 기도하냐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깔깔 웃으시면서 설명했다. 주여! 가 달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부르는 소리라고!
무당 할머니는 영적 세계는 서열이 있어 늘 더 큰 신들이 있는데 기독교는 아주 크고 높은 신을 섬기는 것이라 했다. 할머니는 나이도 들고 이제 신기도 떨어져가는 것을 불안해 했다. 그래서 가장 큰 신을 만나고자 여의도 순복음 교회 집회에도 가보셨다고 했다. 그 집회를 현대화된 큰 굿이고, 조용기 목사님은 아주 큰 만신이라고 평가했다. 자신도 엄청난 능력이 있는데, 고리타분한 구멍가게 수준의 점집과 다른 대기업 수준이라고 기독교 큰 만신을 부러워했다. .
신학은 내게 열광주의 근본주의 은사주의 신앙을 벗어나게 했다. 나 스스로 “신학 앞에서는 성령님도 꼼짝 못 해!”라는 우스갯소리도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오히려 허탈했다. 내가 청년 때 경험했던 불 체험, 입신, 신비한 자각, 마음이 열리는 체험, 지극한 행복감, 고통이 소멸하는 평안, 방언 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뒤돌아보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내겐 열광주의 은사주의 체험들, 신학을 통한 지적 깨달음 모두 그때마다 소중한 계단 역할을 했다. 그런 것들은 그러나 인간의 탐욕까지 벗어나게는 못한다. 지금은 안다. 천사의 말을 하고 산을 옮기는 믿음, 오만가지 체험이 있어도 사랑과 지혜가 부족하면 부질없다는 것을.
아직도 늘 세상을 사랑하지만, 결국 “말씀”으로 돌아온다. 욕망에 지치고 남의 시선과 열등감에 시달려 괴로울 때도 말씀은 늘 나의 피난처다. 인간은 늘 자신을 괴롭히고 산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괴로울수록 인간은 가까운 이에게 고통을 주는 말과 행동을 쉽게 한다. 행복하고 평화로울 때만이 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열광주의나 지식적인 차원의 말씀이 아니라 매 순간 나를 돌아보는 “생명력 있는 말씀”이 최고의 보물이다. 신앙은 말이 아니라 매 순간 실현되는 삶의 모습이다.

이민규 교수(한국성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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