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깊은 성찰의 목소리…저자 최나비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대목수가 성긴 손으로 박달나무 십자가를 만들기 위해 다듬은 듯한 글이다. 사포질하지 않는 원목의 질감이 되레 글의 깊이를 더한다.
신간 ‘코스모스와 에클레시아’(서로북스 刊)는 인천의 한 평범한 동네에서 이웃 공동체를 섬기는 최광열 목사(하늘교회)의 구원에 관한 묵상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즉 하나님의 백성들의 세상 속 고백인 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최나비’라는 필명으로 하나님 백성들의 아우성과 참회, 헌신과 기도를 대변한다. 우리의 신앙이 세상과 동떨어진, ‘성과 속이 완벽하게 분리된 상태에서 선택된 자들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식의 한국 교회에 대해 박달나무와 같은 단단함으로 나무란다.
이 책의 부제가 ‘뉴스로 기도하기’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분쟁과 편 가름의 문제, 신앙과 교회의 문제를 의도된 이성을 배제한 채 오직 말씀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테면 4대강 사업. 하나님이 창세기 1장에서 전사의 모습으로 나타나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메시지를 줌과 동시에 2장에서 보드라운 흙으로 섬세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심을 얘기한다. 강함과 독주 대신에 사랑과 협동이 우선되는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3장은 사람 때문에 땅이 저주받았고 이 인간의 타락은 자연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4대강 사업은 막무가내였고 저돌적인 이유와 맥이 닿아 있다. 저자가 ‘재자연화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자연과의 조화’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1부 ‘뉴스’에 이은 2부 ‘작설’은 예수 감성의 글 모음이다. 인도네시아의 시인이자 극작가 랜드라의 장편 시 ‘냥이안 앙사(거위의 노래)’를 거론할 만큼 지식이 넓고 깊다. 이 시는 창녀 마리아 자이툰을 주인공으로 다루는데 작가가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이슬람을 거부하지 않으면서 기독교 가치를 오롯이 드러내는 성찰이 있다.
고난 속에서 ‘한 남자’를 만난 마리아가 말한다.
“난 이제 두렵지 않아. 외로움과 슬픔은 사라지고 너풀너풀 춤을 추며 천국 정원으로 나는 들어가네. 마리아 자이툰 내 이름. 창녀였지만 나는 그의 신부라네.”
3부 ‘일기’에서 저자는 속살 깊은 낙서라고 말했지만,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한 선교 비전과 실천을 얘기하고 있다. 사실 저자가 6·25전쟁 직후 피난민정착농장에서 태어나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된 과정과도 무관하지 않은 선교 비전의 글이다. 아버지 최성원 장로가 북한의 고난 행군 무렵 ‘평화의 젖염소 보내기 운동’을 도왔고 지금도 ‘화해와 일치를 위한 삶의 기도’ 가운데 여러 형태로 그 뜻을 잇고 있다. ‘낙서’는 자신을 향한 박달나무 매인 듯하다.
‘코스모스…’는 642쪽에 이르는 두터운 책이다. 반공주의, 물질주의, 세속주의 앞에서 보편성과 다양성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외골수 신앙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은 ‘이 책은 수익금은 지은이의 뜻에 따라 모두 북방 어린이를 위해 사용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