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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좋은 담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담을 고치며’ 중 한 구절입니다. 담이 없으면 이웃이 아니라 한집안입니다. 그러나 이웃과 한집안이 됐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닙니다. 모든 이웃이 한집안이 될 수도 없습니다. 담 없는 사회는 이상일 뿐입니다. 담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아주 낮아야 합니다. 제주도 돌담처럼 구멍이 뚫려 바람이 자유롭게 넘나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꽃담이면 최상입니다. 함민복 시인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습니다. 담은 이웃과 나의 경계입니다. 그 사이에 꽃이 피면 최고의 담입니다. 꽃의 월담은 무죄입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의 하나가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담이 생긴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담이지만 바람이 넘나드는 싱그러운 담, 꽃이 피는 아름다운 담을 만드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성도의 사명일 것입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4)
한재욱 목사(강남비전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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