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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서양은 騎士(기사)의 나라,
일본은 武士(무사)의 나라,
중국은 君子(군자)의 나라,
우리나라는 선비의 나라다.
무사는 사람에 복종하고 선비는 義에 복종한다. 무사는 주군에게 복종하고 선비는 나라에 복종한다. 무사는 주군의 신하이고 선비는 義의 신하다.
선비는 비록 윗사람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좌시하지 않는다. 조선을 이끌어온 정신적 줏대는 선비정신이었다. 조선이 500년을 넘게 나라를 유지한 것은 선비가 있었기 때문이고 역시 망한 것은 선비가 없어서다. 조선시대 최고의 존칭이 “선비”였다. 누군가가 말했다.
“사람들은 선비 대하기를 虎皮(호피)와 같이 한다. 선비를 보면 두려워서 잡아 죽이고는 그 주검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선비에 대해서 참 잘 표현했다.
선비정신이 죽어 없어진 우리나라에 일본의 무사정신, 그나마도 무사정신의 타락인 조폭문화가 자리 잡았다. 정치계, 관료사회, 교육, 군, 경제, 종교계 등 모든 곳에 보스정치, 밀실정치가 판치고 있다. 일제의 잔재라는 것이 바로 무사문화, 조폭문화다.
토인비는 사회를 경기장에 비유했다. 경기를 하는 정치인, 관중으로서의 국민, 그 사이에서 장사를 하는 경제인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에 하나가 빠진 것이 있는데 심판이다. 경기장에서 매우 중요한 이가 심판이다. 심판은 공명정대함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외부의 압력과 회유에 굴복해서는 안 될 것이며 관중들(정치에서는 국민이라 할 수 있다.)의 일방적인 응원에 굴복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심판은 경기의 규칙을 잘 알아야 하는 전문성(학문)을 갖추어야 한다. 경기 규칙을 모르는 이라면 아무리 양심적이고 공명정대한 이라 하더라도 그 전문성의 부족으로 심판의 자격이 없다. 심판은 또한 경기의 흐름을 잘 알고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규칙에 얽매여서 경기의 흐름을 끊을 수 있으며 엄격한 규칙적용으로 경기를 망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의 심판의 역할이 바로 선비의 역할이다.
우리 사회에서 선비의 역할을 누가 할까? 특정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정인, 특정분야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함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적 수준은 상당하다. 젊은이들의 대부분이 대학교육을 받았으니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가적 소양을 갖춘 셈이다. 이제는 국민 다수가 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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