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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암묵지(暗默知)

칼럼수필 MinSoo Kim............... 조회 수 54 추천 수 0 2021.05.22 12: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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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암묵지(暗默知) 영역


ㅡ 김민수 (긴글 주의ㅎ)


신혼 초 몇 해동안은 처가댁에 가면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음식 준비 과정에서 장모님의 요리를 배우려는 아내가 투정 섞인 말투로 실랑이를 벌였다. 왜 그런가 살펴보니 '적당히'가 원인이었다. 요리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와 양념의 정확한 레시피를 원했지만, 장모님은 적당히 넣으면 된다고 하셨다. 양념을 넣을 때도 스푼으로 체크하며 넣기보다 통째 들고 툭툭 털어 넣으셨다. 아내는 ‘적당히’라고 하면 어떻게 배울 수 있냐고 물으며 요리 배울 때 ‘적당히’가 제일 힘들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기서 '적당히'는 '대충'이 아니라, 장모님이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요리하면서 알게 된 정확한 감각의 양을 말한다. 몸으로 체화되어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가장 적절한 양을 넣는 정도를 말한다. 몇 인분을 할 것인지에 따라 재료와 양념의 양은 달라진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 음식을 해오시던 경험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지금 아내는 적당히 요리한다. 음식이 너무 맛있다. 가끔 내가 요리를 하고 싶어서 아내에게 물으면 '적당히' 넣으라는 말을 여러 번 한다. 아내도 이미 여러 번 요리를 하면서 체득한 자신만의 감각, 즉 '손맛'이 생긴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장모님과 아내의 대화가 떠올라 웃으면서 연신 '이만큼?'을 내뱉는다.
.

이처럼 말이나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을 '암묵지(Tacit knowledge / 暗默知)라고 한다.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학습이 암묵적으로 체화되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과 노하우로 담긴 것이다. 학문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 중에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것이다.


자전거와 운전을 배우고 나면 오랫동안 타지 않았어도 금방 탈 수 있게 되거나, 한 분야의 장인이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만드는 기술들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암묵지가 명확히 나타난다. 과학이나 의학에서도 책을 통해 배운 것들로는 한계가 있고, 직접 경험해 봄으로서 확인하는 임상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런 암묵지는 글과 말로 표현되어진 형식지(명시지)와 상호 호환되면서 전문성을 갖게 된다. 즉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면서 말과 글로 정리(표출화)되어 학문이 되고, 형식지에서 암묵지로 변환되면서 적용(내면화)될 때 전문가가 된다. 학문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이 서로 연계하고 보완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다.


또한 암묵지는 반복적으로 연습하거나 경험함으로서 기술이 몸에 체화되는 '기술적 기능'이 있고, 개인이나 단체에 오랜 시간 형성된 패러다임이나 정서, 사고방식 등이 담고 있는 '인지적 기능'이 있다.
.

믿음의 삶도 비슷한 면이 있다.
성경을 통해 드러난 메시지는 단순히 지식 전달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성경의 많은 부분이 이야기 형식을 띄는 것도 명시되어 있는 형식지만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배경과 인물, 그리고 사건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암묵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당시의 문화와 상황을 이해해야만 해석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실제적인 삶의 여정 속에서 누리며 경험하며 체화되어 전달되는 지식이 있다.


신앙생활 하는 우리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식의 충만함과 동시에 그것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학문적 지식으로만 남는 것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 섬기라고 말씀하시며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드러내심과 동시에 섬기는 삶을 살아내시어 본을 보이셨다. 온전한 말씀의 능력이 성령의 인도하심 안에서 삶으로 살아낼 때에 능력으로 나타난다.(고전 4:20)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세상의 권세나 권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원리 안에서 경건과 겸손으로 드러나는 능력이다.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한복음 13:13~15)


성경을 아는 지식만큼이나 성경 말씀이 삶으로 드러나는 실제 체화도 중요하다. 당연히 모든 지식과 경험의 근간은 말씀이기에 말씀이 아니고는 표출하거나 해석될 수 없는 것이 믿음의 사람들이 갖는 특징이다. 성경을 통해 기록된 내용은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지식적으로 알 수 있지만 동시에 성령의 깨닫게 하심 가운데 살아내면서도 알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살아간다.
이 삶이 가능한 것은 성경을 통해 드러내신 하나님의 계시가 있기 때문이고, 동시에 그 말씀에 근거하여 살아낸 삶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통해 완전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의 불완전함 속에서 모형으로 드러내신다. 우리를 통해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며 반응하게 된다. 말씀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역사가 실제 우리 삶을 통해 체화되어 드러나야 한다. 말과 글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느끼며 깨달을 수 있도록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살아야 한다.


“아그립바가 바울에게 이르되 네가 적은 말로 나를 권하여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려 하는도다. 바울이 이르되 말이 적으나 많으나 당신뿐만 아니라 오늘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도 다 이렇게 결박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나이다 하니라.”(사도행전 26:28~29)


ps.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ㅡ^ 간단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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