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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그러나 사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글

무엇이든 김요한............... 조회 수 42 추천 수 0 2021.08.22 19: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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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그러나 사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글>
1. 40대까지만 해도 저는 '생활 계획표'를 제법 잘 짜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 계획을 실천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 오늘은 뭘하고, 내일은 또 뭘하며, 올해는 뭘하고, 내년과 후년에는 뭘하고 등등, 인생 계획을 짤 때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2 그렇지만 40대 중반 이후부터 오늘까지 지난 10년의 세월은 내일의 계획은 고사하고 오늘의 일과도 제대로 세울 수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눈앞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약간의 과장이 섞인 말입니다.
그러나 척박한 한국 개신교 현실에서, 그것도 제 정치색을 분명히 하면서, 신학전문서적을 만들어 교회를 섬기고, 한때 3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면서 생존을 모색하는 시간들은 참 피곤하고 고달팠습니다.
그래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했던 까닭에 '내일의 삶'을 설계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였습니다.
3.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결정은 아주 최근에 내린 것입니다.
4. 지난 16일 월요일, 그러니까 광복절 대체 공휴일이었던 날, 저희 회사도 정부 방침을 지키기 위해 휴무를 선택했습니다. 7월과 8월에 직원들이 여름 휴가를 다녀온 상태에서 또다시 하루를 쉰다는 것은, 솔직히 저희처럼 작은 규모의, 그것도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업종의 회사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시대적 흐름이 그렇게 흐르니 어떡하겠습니까.
그런데 그날 저를 비롯해서 시니어 직원 몇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출근을 해서 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5. 그날 저는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고민들과 생각들을 시니어 직원들에게 털어놨습니다.
"제가 새물결플러스에서 일을 하는 것은 2022년 말까지입니다. (혹은 2-3개월 더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회사 규모를 축소하고, 6-7명 정도의 핵심 인력이 남아 회사를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때부터는 여러분이 일해서 버는 만큼 여러분이 가져가시고, 저의 도움은 없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종의 청천벽력 같은 선언일 수도 있는데, 사실 평소에도 제가 회사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고생을 하는 것을 잘 알고 또 그것 때문에 늘 마음 아파하는 시니어 직원들은, 제 말의 진의와 상황을 잘 이해해주었습니다.
6. 저는 앞으로 약 1년 6개월 정도만 더 출판 일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지금까지 제가 사리사욕을 부리지 않고, 사람들을 섬기기 차원에서 해왔던 대로 '개인적 차원에서의 기도 봉사'도 잘 감당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빠르면 내년 연말, 또는 좀 더 여유 있게 잡아서 내후년 봄 이후에는 출판이나 개인 기도 사역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가서 제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며칠 동안 고민하고 망설이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이제 소위 빼박캔트인 셈입니다.)
7. 개인적으로 소망하기는, 앞으로 제게 주어진 1년 6개월 기간 동안, 공기 좋고 조용한 장소에 아담한 집을 하나 장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 제가 아끼는 책들 1만권 정도를 옮겨 놓고, 생활 처소도 그곳으로 옮긴 다음에는 세속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기도와 독서 및 집필에 쏟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매일 5시간 기도, 5시간 독서, 2시간 정도 노동이면 적당하겠다 생각 중입니다.
8. 쉽게 말해서 산속 혹은 숲속으로 들어가 '은둔 생활'을 도모하는 것이 현재 제 계획입니다.
인간관계도 대폭 정리하고, 사적인 기도 봉사 등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수만 명의 사람들을 기도로 돕고 섬긴 것만으로도 결코 작지 않은 일들을 했다고 생각하고, 늘 인생의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분들을 만나서 그분들의 고통과 절박한 이야기를 듣고 도와드리는 것이 한편으로는 보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9.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최대 2년 후에는 거의 '수도사'에 준하는 '은둔' 생활을 계획하게 된 데는, 물론 그동안에도 늘 그런 부담이 있었지만, 실은 최근에 20세의 위대한 영성가 토마스 머튼의 글을 읽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10. 토마스 머튼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고 다스리는 공간은 워싱턴이나 모스크바가 아니라, 이곳 수도원이다. 이곳에서 드리는 기도야말로 세상을 움직이고 지키는 가장 큰 힘이다."
뭐, 대충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11. 그래서 저도 인생의 후반부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떨어져, 세상의 아픈 사람들, 슬픈 사람들을 위해서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공간,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동안 제가 쓴 책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저자 소개란에 항상, "언젠가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사는 게 꿈"이라는 문장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저는 이제 그런 삶을 기도를 통해 본격적으로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12. 물론 아직 약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미래는 오직 하나님 만이 아시고 하나님 만이 도모하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저로서는, 아직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은 일들을 지금 이렇게 확정적으로 이야기해도 되는가 싶은 두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바라기는 주님께서 제가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긍휼을 베풀어주시길 기도할뿐입니다.
13. 저는 기도의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그리고 우리에게, 더 깊고 더 높고 더 넓은 기도의 세계에 헌신할 수 있는 공간을 주시길 소망합니다.
그곳에서 기도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와 온 세계의 불의한 일들을 대적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먹이며, 슬픈 사람들을 위로하며,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14. 끝으로, 새물결플러스 정기독자님들께, 그리고 평소 새물결플러스의 책들을 꾸준히 사주시는 독자님들께 간곡한 부탁의 말씀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여러분들의 애정과 협력이 없었다면 지난 10년 동안 저희가 한국교회를 위해서 양질의 신학책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늘 여러분의 사랑과 후원에 대해 종말에 주님께서 합당하게 판단하시고 반드시 선하게 갚아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내년 연말까지, 그리고 내후년 봄까지는 계속 저희와 동행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그 후에도 새물결플러스는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동행과 동역에 대해서는 그때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부탁올리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에는 지금처럼 저희의 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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