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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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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빠르면 1년 6개월 안에 출판계를 떠나겠다는 글을 포스팅했습니다.
가급적 소수의 분들만 보시라고 일부러 자정 넘어서 글을 썼는데 그럼에도 제법 많은 분들이 보신 것 같습니다.
그 글에 대한 입장이나 반응도 다양합니다.
어떤 분들은 아쉽다고 하시고, 어떤 분들은 잘 내린 결정이라고 지지해주십니다. 차후에 무슨 일을 하든 늘 응원하고 지지해주시겠다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출판사는 살려 두되, 저는 출판일을 그만두어야겠다는 고민은 몇 년 전부터 아주 진지하게 해오던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재정적인 어려움 혹은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 입장에서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 자신이 지나치게 '소모' 혹은 '소비'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제가 정말 잘할 수 있고, 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은 전혀 손을 못 댄 채, 늘 다른 사람의 원고 글자나 고쳐주고 사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였습니다.
마침 최근에 저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지금처럼 살면 '당신이란 존재가 너무 아까운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마음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출판일을 접어야겠다는 고민을 하게 된 이면에 한국교회에 대한 섭섭함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일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내서 공급을 해도, 이 일의 가치와 의미를 이해 못하고, 또 고마워할줄도 모르는 개신교 일반의 수준을 계속 접하면서, 이건 마치 '돼지에게 진주를 주는 격'이란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를 바꾸고 개혁하기 위한 뜻은 있는데 늘상 '돈'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말씀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교회는 아직까지는 돈이 제법 많습니다(물론 큰 교회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돈 많은 신자들도 많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돈을 쓸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주 이따금씩 가능성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도 매장시키고 사장시키는 데에 워낙 능숙해서, 이런 판국에서는 예수님이 와도 바울이 와도 무용지물일지 모릅니다.
아무튼 저는 앞으로 빠르면 1년 6개월 동안, 그다음 인생을 어떻게 살지를 깊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사실 그 문제에 대한 고민은 이미 다 끝났고, 구상도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 그 생각들을 현실화할 준비를 잘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저는 앞으로 제도와 조직으로서의 한국교회와는 철저히 인연을 끊을 생각입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소망이 없습니다.
모든 면에서 다 그렇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하시려고 작정하시면 어떤 기적이라도 일어날 수 있겠지만, 글쎄요, 과연 하나님이 현재의 한국교회를 상대로 일하실 수 있을까요?)
신학교는 계속 질적으로 저하되고 있고, 대형교회는 여전히 자기 몸집을 불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고, 교회의 설교와 프로그램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고, 다들 인기를 얻고 칭찬들을 언행에만 관심이 있지 욕먹을 말이나 행동을 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구약 예언서를 전공한 학자들도, 자본주의 하의 번영신학적 삶을 살면서도, 그런 삶을 영위하는 수단으로는 예언자들의 메시지를 소비하는 형국입니다.
이런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저는 더 이상 이런 집단에 몸을 담글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계속 굳혀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기시고 버리지 마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마치 잘라진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새싹이 돋아나듯이, 한구교회에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지난 번 글에서는 제가 늦어도 2년 후에는 속세와 완전히 담을 쌓고 은둔 생활에 돌입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완전한 은둔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출판일을 접지만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회사에 나와서 회사 경영에 필요한 굵직굵직한 물줄기를 잡아줘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기도나 상담은 안 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아주 절박한 분들을 만나게 되면 제 마음이 그분들께로 자연스럽게 향할 것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들, 제가 해야 할 일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고, 제 인생의 남은 시간들을 알차게 쓰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출판일을 접은 후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습니다.
첫째는, 바이블클래스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3시간까지 성경 공부 영상을 집중해서 듣는 개신교 신자들이 수만 명에 달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고 봅니다- 바이블클래스 후속 작업으로 앞으로 약 500개 정도의 성경공부 영상을 만들어서, 지역교회에서 접할 수 없는 고 퀄리티 성경공부를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제공할까 하는 생각도 수없이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이블클래스의 경우도 그렇고 결국 그 영상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는 모두 제가 감당해야 하고, 바이블클래스처럼 '공짜'로 풀어주면 사람들은 고마워하기보다는 왜 다음 영상은 안 만드냐 등과 같은 문제로 늘 불평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성경공부 영상을 만들어도, 오히려 사람들한테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럼에도 이 옵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성령님께서는 제 마음 한 켠에 '성경공부 영상' 제작에 대한 책임감을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말 그대로 '집중해서 기도'에 힘쓰는 수도사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이런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또 제가 아주 내향적인 사람인지라 영성, 내면, 마음의 세계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자연에서 꽃을 키우고, 사진을 찍고, 음식을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혹시 진짜로 하나님이 제게 깨끗하고 따뜻한 공간을 허락하시면 마치 스위스의 라브리와 한국 태백의 예수원을 합해놓은 것처럼 기도와 공부에 집중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이 강렬합니다.
지난 13년 동안 출판일을 하면서 늘 힘들고 속상하고 서운한 일들만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순간순간 고맙고 기쁘고 감격스런 상황들도 많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힘에 지나도록 도와주실 때면 그 고마움에 혼자 몫놓아 울던 밤도 많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며 혼자 있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셨던 대로 좋은 직원들이 곁에서 저를 도왔고, 많은 정기독자님들을 통해서 회사 경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이 해결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성격이 급한 제가 당장 눈 앞의 열매가 안 보일 때마다 의기소침하면 하나님께서 늘 제게 "네 눈에 안 보일 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네가 만든 책과 네가 (페북에) 쓰는 글들을 통해 생각이 바뀌고 있단다"라고 위로해주시곤 했는데 실제로 그런 피드백을 곳곳에서 받았습니다.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 정신바짝차리고 잘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정기독자님들께서 앞으로도 계속 새물결플러스를 아껴주시고 동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의 현재의 수고와 인내가 언젠가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맑은 샘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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