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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명함 한 장과 하나님
두어 평 되는 흙벽돌 방에서 첫 목회를 시작하고 1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서울 용두동교회가 설립 80주년을 맞아 단강마을에 예배당을 짓기로 했으니 참으로 고맙고 귀한 일이었습니다. 기공예배를 드리던 날, 단강을 찾은 손님 중에는 고위 공직자였던 장로님도 있었습니다. 예배 후 식사 시간, 장로님은 지역 기관장들이 식사하는 곳을 찾아가 공손하게 인사했습니다. 그러면서 명함을 전했는데 그분의 직함을 확인하고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봤습니다. 풋내기 전도사였던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며 괜히 으쓱해졌습니다.
그날 밤 일기를 쓰며 낮에 있었던 일을 돌아봤습니다. 명함 한 장으로 나도 모르게 들었던 든든한 마음, 그런 나를 두고 돌아봐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 것일까, 장로님이 건넨 명함 한 장보다 더 든든히 여기고 있는 것일까,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주한 중에도 일부러 먼 길을 찾은 걸음도, 그런 일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도, 모두가 고마운 날이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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