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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악어와 악어새]
한국의 '공론장'이 부실해보여도 절대 그렇지 않다.
곳곳에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과 이해, 분석과 전망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적지 않다.
당장 페이스북만 해도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며 글을 쓰는 이들이 있다.
또는 종종 집단 지성의 힘을 통해 사건을 해부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마치 산 속에서 만난 아침 안개와 같이 희뿌연 대기를 가르고 내비치는 햇살과 같은 명쾌한 언설을 만날 때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유독 언론을 통해 중개되는 한국의 공론장은 부실하다 못해 실로 '참담한' 수준이다.
오늘 아침에도 이번 검찰발 선거 개입 사건(고발 사주 건)과 관련하여 뉴스를 읽다가, 어김 없이 등장하는 몇몇 뻔한 이름 앞에서 기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령 전여옥, 진중권 같은 이들이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무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에 늘상 등장하는 뻔하디뻔한 이름들-진중권, 서민, 전여옥, 심지어 김부선- 과 그들의 '촌평'을 인용하는 언론 기사를 접할 때면 혈압 게이지가 거의 무한대로 치솟는다.
단지 위에서 열거한 사람들에 대한 나의 호불호 감정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이 했다고 하는 말들의 유치함, 저급함, 공허함 때문이다.
또 그런 말들을 마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평론가들의 말처럼, 사안마다 꼬박꼬박 챙겨주는 언론의 행태 때문이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이 따위 글을 읽어야 한다는 말인가, 하는 허망함과 참담함 때문이다.
이쯤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대한민국 언론은 진중권, 전여옥, 서민 같은 이들의 발언이 한국사회 공론장에서 가장 적절하고 유익한 평론이라고 믿고 그것을 인용하는 것일까?
언론 종사자들은 그들의 말이 우리 사회의 지혜와 혜안의 극치라고 정말 믿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말을 배설하든지 곧이곧대로 실어주는 것일까?
소위 언론고시를 통과했다고 하는 기자들의 지성이나 판단력은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자들 본인이,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욕도 하고 싶고, 허접한 말을 씨부리기도 싶고, 심지어 야지를 놓으면서 조롱하고픈 충동에 시달리는데, 차마 본인 입으로는 그렇게 하기가 껄적지근하다 보니까, 일부러 진중권, 전여옥, 서민 같은 이들의 글을 빌어다 대신 배설하는 즐거움에 도취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회사에서 기사 조회수 등을 앞세워 실적을 압박하는 현실을 못 이겨, 가장 자극적이고 음험한 글들만 수집해서 적당히 엮어 기사를 내보내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기사는 써야겠고, 진중히 앉아서 기사를 쓸 능력은 안 되거나 혹은 귀차니즘 때문에 기사 작성하는 것이 싫어서, 그래서 늘 특정해 놓은 타인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찾아가 거기서 몇 문장 따오는 것으로 본인의 책무를 대신하는 것인가?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가?
모름지기 진짜 기자라면 언론인의 자존심과 사회적 책무를 걸고 이 진실에 답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가 전부 소위 '기레기'인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전히 국제 분야 등 전문 분야에서는 '심층'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유독 사회, 정치 분야에 몸담고 있는 언론인들 중에 기레기 소리를 들어도 마땅한 인물들이 많다는 것은, 정말 누구보다 언론이들이 먼저 앞장서서 자성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기왕지사 이런 글을 쓰는 김에 하나 더 첨언하자면, 진중권, 서민 같은 이들은 매사에 자기 이름과 말이 언론에 소개되고 인용되니까 자칫 본인이 대단한 영향력이라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본인의 전공 영역도 아니면서 모든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감놔라배놔라 하는 만용을 부리며 사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만일 정말 그렇다면 이는 실로 엄청난 오판이자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말 그대로 쓰레기 같은 언론에 의해 '이용'당하고 '소비'되는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당수 언론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그리고 상업적 이득을 위해서, 당신들의 발언을 저잣거리에 내다 파는 잡설 중개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뿐이다.
당신들은 그런 잡설 유통업자에게, 저질 상품을 제공해주는 잡설 생산자일 뿐이고.
고로 당신들과 언론의 관계는 고작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일 뿐이다.
부디 한국의 언론들이여, 대오각성하고 한국사회 공론장을 더 이상 어지럽히고 혼란스럽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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