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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철학자 김형석 선생은 나이 들어서 오히려 더 유명해진 케이스다.
100세의 나이에도 건강이 정정할 뿐더러 왕성한 활동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다수의 노인들이 질병과 빈곤으로 70세만 되어도 사회적 역할을 못하는 현실에서 100세의 철학자가 노익장을 과시하니 더욱 각별해보일 것이다.
실제로 김형석 선생은 최근 몇 년 간 강연 혹은 방송 출연을 통해 70세 이후에 오히려 삶의 질이 더 풍성해졌다고 고백하여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김형석 선생은 최근 몇몇 발언으로 인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 번 일본의 산케이신문과 가진 인터뷰가 그랬고, 오늘은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헌재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김형석 선생을 비판하는 이들은, 그가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치하에서 평생을 현실에 순응하며 편하게 살아놓고 왜 지금와서 하필 진보 정권을 상대로 야박한 평가를 쏟아내는지 그 이유를 묻는다.
지난 번 페친 정철승 변호사는 김형석 선생의 역사관을 비판했다가 김형석 선생의 따님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고, 대한노인협회인지 뭔지 하는 단체로부터 험한 꼴을 당하기도 했다.
다만 내가 김형석 선생의 말과 글을 접할 때마다 드는 첫 생각은, 정말 이분이 나이 들어서 행복하실까 하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십수년 동안 목회를 할 때 일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드신 신도들의 장례식도 자주 집전했고, 중환자실에도 위로 심방 명목으로 많이 들락거렸으며, 요양원에도 곧잘 다녔던 일이 있다.
그때 나는 나이 드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고 서러운 일인지를, 비록 간접적으로나마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래서 나 혼자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길, 건강하게 75세 정도 살다가 죽으면 그게 제일 행복한 인생이겠다 싶었다.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겠지만, 나는 100세의 김형석 선생께서 정말 행복하실까 싶은 궁금증이 있다.
본인이 말씀마다 나이 들어서 더 행복해졌다고 하시니, 내 궁금증도 더욱 커진다.
100세의 철학자는 정말 행복하실까?
부인도 곁에 안 계시고, 친구들도 하나 없고, 심지어 가까운 선후배들도 없는데 무슨 낙으로 사실까 싶어서, 정말 행복하실까 싶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편견이고 오해일 수 있다.
내 생각과 달리 100세의 할아버지가 얼마든지 행복하실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100세 철학자께서 불순한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언론과 미디어에게 교묘히 이용당하시는 일은 앞으로 없었으면 한다.
최소한 조선일보 같은 데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접근하여, 현실을 오독하고 오판하는 인터뷰를 따기 위해, 100세의 현자 이미지를 악용하는 일에 순진하게 이용당하시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김 선생님의 주변 사람들도 이 점을 잘 간파하여 곁에서 잘 보필했으면 한다.
어차피 정치적 격동기에 용기를 내서 치열하게 살아오신 것도 아니시니까, 괜히 지금와서 이런저런 정치적 발언을 내놓으시기보다는, 그저 달콤하고 구수한 삶의 지혜들을 논하시는 것이 훨씬 더 사회에 이바지하시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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