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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지적인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과 기독교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참 궁금한 게 많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여기서 궁금하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 또는 기독교에 대한 질문만을 뜻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의문 혹은 의심, 혹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일체의 내적 어려움 등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갖고 있는 질문, 의문, 의심 등은 사실 그렇게 수준(?)이 높거나 깊은 문제들이 아닐 때가 대부분이다.
본인들은 그 문제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난해한 문제인 것처럼, 그래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납득이 안 되는 것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실상 그런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해답들은 이미 기독교 역사 2천 년 동안 수많은 천재(?) 신학자 혹은 기독교 철학자들에 의해 모색되어 체계화되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본인이 갖고 있는 여러 의심과 의문에 대해 질문을 하면 그 문제를 놓고 친절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잘 아는 것처럼 절대 다수의 교회는 질문 자체를 봉쇄하고 또 그게 좋은 신앙의 자세인 줄 착각하고 있는 까닭에, 정작 자신이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교회를 등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교회 안에 대화와 토론을 나누는 문화가 미비한 까닭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목사들이 '공부'를 안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궁금증 자체를 진지하게 대면할 자신감이 없는 데 그 원인이 있다.
혹은 목사들이 공부를 안 하니까, 본인 스스로 '질문'이나 '의문'을 가져본 적이 만무하다 보니,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해 어려워하는지, 이해나 공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런 부분들이 참 아쉽다.
오늘 한 젊은이와 길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본래 조현병으로 인해 10년 이상 고통을 겪으면서 이러저런 치료를 병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상적인 삶을 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태신앙이었던 그가 8년 전 쯤 교회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기 시작했다는 것과, 그 이유 중 하나가 기독교 신앙에 대해 '궁금한 게' 정말 많은데 아무도 그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 없다 보니 급기야는 신앙 자체에 대해 깊은 회의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조현병이 아닌 그가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납득할 수 없어하는 부분들, 또는 거부감이 드는 부분들로 이동을 해서 그 주제를 갖고 길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본인이 참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대화만으로도 오늘 나를 만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그리고 결국은 다시 기독교 신앙생활을 진지하게 시작해보기로 나와 약속을 했다. (물론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그 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분투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의 지역교회들이 신앙을 둘러싼 숱한 의심과 질문에 진지하게 반응하는 대화와 토론 문화를 형성해가는 것이 정말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해서 말해지만, 이제는 프로그램이나 소위 '훈련'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교회의 존립과 성장을 도모하는 시대는 완전히 종료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교회가 다시 교회 본연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면 깊은 영성(기도), 진지한 사유, 대화와 토론, 신실하면서도 민주적인 관계성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교회의 체질 자체가 확 혁신되어야 한다.
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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